[2신 보강 : 17일 밤 9시 20분]
"오늘은 농민과 영화인이 하나된 날, 신명나게 놀아보자"
농민과 영화인의 공동투쟁이 본격화된 17일 광화문 촛불문화제 현장에는 공연 시작 전부터 2천여명의 시민들이 몰려나왔다.
이들은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한국영화 지지합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과 촛불을 들고 공연을 기다렸다. 또 주황색 손수건을 머리, 팔 등에 묶었는데 이 손수건에는 그동안 1인시위에 나왔던 영화인들의 피켓문구와 사인이 적혀 있었다. 무대의 대형 스크린을 통해 현장에 도착한 배우 김민준·이준기씨 등의 모습이 비춰지자 시민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날 문화제는 5인조 그룹 '오브라더스'의 예비공연으로 테이프를 끊었고, 이어 사회자를 맡은 배우 공형진씨가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공씨는 "오늘은 정부에 대한 분노를 잠시 잊고, 농민과 영화인의 투쟁이 하나되었음을 알리는 자리"라면서 "한번 신명나게 놀아보자"고 분위기를 돋웠다.
안성기 "쌀은 우리의 피"- 문경식 "스크린쿼터는 우리의 집"
이어 배우 안성기씨와 문경식 전국농민회 의장이 연단에 나와 공동연설을 했다. 이들은 "우리는 하나" "하나된 힘은 막강하다" "쌀은 우리의 피" "스크린쿼터는 우리의 집" 등의 구호를 번갈아 외쳤다.
시민들의 환호성은 안씨가 "한국이 미국의 놀이터가 아닌 것을 알게 하겠다"고 외치고 문 의장이 "한국이 미국의 독점시장이 아님을 알게 하겠다"는 목소리를 높일 때 절정에 달했다.
곧이어 배우 정진영·최민식씨, 최진욱 전국영화산업노조 위원장도 무대에 올랐고 이들과 안성기씨, 문경식 의장은 함께 농민가를 불렀다.
이어 가수 겸 배우 양동근씨의 공연과 대진대 학생들의 <왕의 남자> 패러디 연극 등이 이어져 분위기를 달궜다.
연극은 영화 <왕의 남자> 중 부패한 관료들의 장면을 패러디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 첨지'가 식량주권을 뇌물로 바치며 "FTA 협상해달라"고 하자 부시 미 대통령의 가면을 쓴 관료가 사양하다가 노 첨지가 쇠고기 수입과 스크린쿼터까지 바치자 "진작 줄 것이지"라며 받는 내용이다.
여기에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했던 노 대통령의 과거 발언 동영상이 이어졌고, 시민들은 야유를 보냈다.
"한미 FTA 체결되면 국민 모두 집단이기주의자가 된다"
이날 무대에 선 천영세 민주노동당 의원단대표는 "이런 자리가 아니면 언제 농사꾼과 영화인이 만날 수 있겠나"면서 "쌀은 육신의 양식, 영화는 영혼의 양식이기 때문에 국민 모두가 지켜야한다"고 성토했다. 또 "일부 언론·정치인이 농민과 영화인을 집단이기주의자로 매도하고 있다"면서 "한미 FTA가 체결되면 방송·교육·병원·법조계 등이 차례로 개방돼 결국 국민 모두가 집단이기주의자가 된다, 모두 함께 싸워나가자"고 소리쳤다.
이어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영화인들이 연단으로 올라섰다. 강혜정·김민준·김혜수·문근영·배두나·신하균·안성기·이병헌·이준기·전도연·최민식 등 내로라 하는 영화배우 20여명과 <왕의 남자>의 이준익 감독, <웰컴 투 동막골>의 박광현 감독 등 스타감독들이 등장하자 열린시민마당은 시민들의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이들은 시민들과 함께 '아침이슬'을 합창했다.
주최 측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스크린쿼터 사수 1인시위를 하는 영화인과 지난해 12월 물대포를 맞으며 시위했던 농민들의 영상을 보여줬다. 이 영상에는 "직접 느끼기 전엔 몰랐습니다, 맞잡은 두 손의 힘을"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농민과 영화인의 '연대'를 강조했다.
"농민들이 생존과 식량 주권을 위해 길에서 피흘릴 때 영화인들이 동참하지 못해 깊이 반성하고 사죄드립니다."
영화배우 최민식씨가 농민들 앞에서 큰절을 올렸다.
17일 오후 3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등 8개 주요 농민단체로 구성된 '농업회생을 위한 농민연합(준)'가 주최로 열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저지를 위한 농민투쟁 선포대회' 자리에서다.
최씨는 이날 서울 종묘공원 앞에 5톤 트럭 화물칸을 개조해서 만든 무대 위에 올라 "이번 한미 FTA로 인한 스크린쿼터 축소를 계기로 과거와 같은 과오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는 남이 아니라 하나다, 영화인을 대표해 고통을 함께 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당부했다. 최씨가 큰절을 하자 지켜보던 농민들은 환호성으로 화답했다.
이날 행사에서 최씨와 양기환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원회 대변인 등 영화계 인사가 참석했고, 문경식 전농 의장을 포함해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의장,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등 농민 2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농민들은 투쟁 선언문을 통해 "미국의 압력에 의한 노 정권의 쌀 개방,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재개, 스크린쿼터 축소, 약품시장 개방 등의 재앙만으로도 억장이 무너지는 심정"이라며 "곧 들이닥칠 한미 FTA의 대재앙을 생각하면 소름이 끼칠 지경"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제2의 한일합방인 한미 FTA를 350만 농민과 7천만 민족의 이름으로 단호히 거부한다"며 "스크린쿼터 축소에 반대하는 영화계는 물론 미국에 의한 정치·군사·경제·문화 침탈의 총체인 한미 FTA를 반대하는 모든 국민들과 함께 식량주권·문화주권 수호를 위해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 종묘공원을 출발해 종로1가 삼성타워를 향해 행진을 하고 있다. 행렬에는 거리 시위 도중 숨진 농민 전용철, 홍덕표씨의 사진으로 꾸며진 플래카드가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오후 6시부터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스크린쿼터 사수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쌀과 영화' 촛불문화제에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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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신 : 17일 오후 3시 20분]
쌀과 영화가 만났다... 한미 FTA 공동투쟁 나선 농민-영화인
영화인들과 농민이 손을 잡았다. 정부의 스크린쿼터 축소와 쌀개방 방침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과 맞물려 있는 게 계기가 됐다.
문화침략 저지 및 스크린쿼터 사수 영화인대책위와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농민단체는 17일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스크린쿼터 사수와 한미 FTA 저지를 위한 '쌀과 영화' 촛불문화제를 연다.
영화인·농민, 한미 FTA 저지 공동대응 결의
이날 농민들과 영화인들은 영화배우 안성기씨, 문경식 전농 의장의 공동 연설문 낭독에 이어 쌀과 필름을 교환하는 등 한미 FTA 저지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결의를 다진다. 또 영화배우 등 스타들이 다수 참석하고 가수, 코미디언의 지지공연 등 시민들에게 많은 볼거리가 제공될 예정이다.
영화배우 공형진씨의 사회로 진행될 이날 행사에는 안성기씨를 비롯, 장동건·최민식·이준기 등 그동안 릴레이 1인시위에 나섰던 배우들도 나올 계획이다. 여기에 정태춘, 김장훈, 전인권, 오브라더스 등 가수들과 KBS <개그콘서트> 팀의 지지공연도 곁들여진다. 무술감독 정두홍씨의 스크린쿼터 액션 퍼포먼스와 참석 배우들의 합창도 선보인다.
그룹 '신화'의 이민우씨와 가수 겸 배우 양동근씨 공연에 이어 영화 <왕의 남자>를 만든 이준익 감독이 영화 장면을 패러디해 기획한 콩트도 펼쳐진다. 콩트는 한미 FTA로 스크린쿼터와 쌀을 포기하는 정부를 풍자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공연은 대진대 연극학과 학생들이 맡는다. 이들은 <왕의 남자> 소품을 그대로 사용한다.
이날 행사에 참가한 시민들은 릴레이 1인시위를 벌였던 감독, 배우들의 발언과 사인이 들어간 손수건을 받을 수 있다고 주최 측은 밝혔다.
최민식씨 등 참여한 농민단체 사전집회
한편, 본 행사에 앞서 전농 등 8개 주요 농민단체로 구성된 '농업회생을 위한 농민연합(준)'은 오후 3시부터 서울 종묘공원에서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농민투쟁 선포대회'를 연다. 사전행사에는 정광훈 전국민중연대 의장, 문성현 민주노동당 대표, 영화배우 최민식씨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농민단체들은 "최대 피해자인 350만 농민이 한미 FTA 저지를 위한 본격적인 투쟁을 개시한다는 선포이며 영화인을 비롯한 각계각층과 국민이 연대해 투쟁하겠다는 뜻을 안팎으로 선포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종로1가 삼성타워까지 평화행진을 한 뒤 '쌀과 영화' 촛불문화제에 합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