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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아예 냉장고에 있는 고들빼기를 통째로 들고 나와서 샅샅이 헤쳐 보았다. 아무 것도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지만 이번에는 이물질이 나왔다. 젓가락에 걸린 나뭇잎!
'으윽, 정말 왜 그래요?' (냉동실에 보관중인 미개봉 고들빼기는 괜찮을지 걱정이다.)
우체국 쇼핑몰 (http://mall.epost.go.kr)에 들어가서 고들빼기에 대한 정보를 읽어 보았다.
► 고들빼기 제조, 생산 공정
원료 농가에서 구입, 입고, 선별, 세척, 냉장절임, 선별, 세척, 양념버무림, 계량, 진공포장, 냉장숙성, 출하
설명대로라면 완벽하게 품질 관리가 되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불량'이 나오는 것일까. 만약 이 고들빼기를 한국의 전통음식이라고 소개하면서 이곳 외국인 친구에게 주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부끄러운 일이었을까. 생각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실 김치는 누가 뭐래도 우리 고유의 음식이다. 대표적인 한국 음식이다. 실제로 이곳에서 만난 미국인 가운데 한국에 한 번이라도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김치를 기억하고 있었다. 더구나 최근에는 사스 파동으로 인해 김치가 국제적인 명성까지 얻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그런 명성을 얻고 있는 김치 종주국, 한국의 위치는 확고한가. 명성에 걸맞은 품질을 유지하고 있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니오"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미 TV나 신문 보도를 통해 잘 알고 있듯이 김치는 이제 우리나라의 전유물이 되고 있지 못하다. 이런 종주국으로서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는 데는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한몫할 것이다.
일본의 어느 김치 회사가 내걸었다는 '밭에서 식탁까지'라는 슬로건은 그 점에서 우리에게 교훈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철저한 품질관리를 위해 밭에 있는 배추와 무 그리고 마늘, 생강 등에 대한 토양 성분과 중금속 검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한다고 하지 않던가.
게다가 소금까지 검사하고 비료와 농약은 회사가 직접 제조한 것만 사용하고,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하여 철저하게 김치 위생검사를 한다고 하니 그 철저함에 몸서리가 쳐질 정도다. 아니, 참으로 감동적인 품질관리다. 이제는 위생을 도외시한 채 맛만을 거론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람들의 관심이 웰빙으로 이어지면서 철저한 위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 고유의 음식을 세계화시키자는 여론이 많다. 바로 우리 음식의 세계화에 나설 '대표선수'로 김치가 거론되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식의 어설픈 품질관리로는 오히려 우리나라를 욕 먹일 음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김치를 담그는 데에도 옛 어른들이 보여주었던 철저한 장인정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