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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돈>
<신돈> ⓒ MBC
최근 과거를 통해 현대의 시대상을 반추해보는 브라운관의 복고 열풍이 눈에 띈다. 주말 황금시간대로 꼽히는 오후 10시대는 그야말로 지상파 방송3사의 대하드라마 경연장이다. 트렌디 드라마가 주류를 이루는 평일 드라마 시장과는 달리, 만만치 않은 제작규모와 엄청난 출연진, 스타 PD와 작가의 이름값을 내세운 대작 드라마들이 정면 승부를 펼치고 있는 것.

시대 범위도 다양하다. 지난해 가장 먼저 첫발을 내딛는 MBC <신돈>은 고려시대 말기, KBS <서울 1945>는 1940-50년대 일제 강점기와 해방 이후 한국전쟁 시기까지, 후발주자인 SBS <사랑과 야망>은 1960년대에서 80년대에 이르기까지 가장 최근 시대의 이야기를 다룬다.

<신돈>이 공민왕 시대를 배경으로 정치개혁과 사회변화, 영웅신화에 무협 등 고전적인 정통 사극의 이미지에 현대적 요소를 덧입힌 퓨전 사극이라면, <서울 1945>는 전통적인 KBS 스타일의 대하드라마에 가깝다. 과거 <먼동>, <토지>, <찬란한 여명> 등 굵직한 정통 대하사극을 많이 만들어왔던 경험에 비추어볼 때, KBS로서는 오랜만에 한국 근현대사 무대로 돌아온 셈.

<서울1945>
<서울1945> ⓒ KBS
반면, 19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드라마를 20년 만에 리메이크한 SBS <사랑과 야망>은 정통 멜로극의 분위기가 강하다. 언어의 연금술사로 불리우는 김수현 작가의 대표작으로, 굴곡진 삶과 성공의 욕망 사이에서 고뇌하는 젊은이들의 사랑을 담아낸다. SBS로서는 2000년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청춘의 덫> 이후 두 번째로 리메이크 작품에 도전한다.

안방극장의 시대극 바람은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드라마의 무대가 대거 과거 이동한 2006년은, 그야말로 시대극의 천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극이나 트렌디 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웅장한 스케일과 박진감넘치는 구성, 새로운 영상미는 시대극에서만 만날 수 있는 재미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대극 열풍의 첫 주자로 나선 세 작품은 일단 10% 초중반의 시청률로 도토리 키재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세 작품 모두 내세울 만한 확실한 톱스타가 없는데다 저마다 개성이 상이하지만, 나름대로 고정팬층을 확보하고 있어서 섣불리 우위를 논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아직 후발주자인 <서울 1945>와 <사랑과 야망>이 이제 방영 초반인데 비하여, <신돈>은 이미 지난해 후반기부터 방영을 시작한 지 오래되었음에도 아직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는 시청률로 한숨을 짓고 있다. 손창민, 정보석, 서지혜 등 출연진들의 열연이 호평을 받고 있지만 정통 정치 사극과 퓨전 사극을 오가는 정체성이 애매한데다 기존 시대극과 차별화되는 새로운 매력을 제시하지 못한 것이, 고정팬 이상을 넘어서지 못한 한계로 지목된다.

사랑과 야망
사랑과 야망 ⓒ KBS
<서울 1945>와 <사랑과 야망>은 캐스팅 논란을 극복하는 것이 변수로 꼽힌다. <서울 1945>는 한은정, 소유진, 류수영 등 대체로 현대극의 이미지가 강한 젊은 배우들을 주연으로 내세우며 눈길을 끌었다. 특히 도회적이고 세련된 이미지의 대명사였던 한은정이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가는 여인 김개희 역을 맡았다는 것에 고개를 갸웃하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그러나 회를 거듭하면서 젊은 배우들의 연기 변신에 대하여 긍정적인 평가가 늘어나며 시청률도 점차 안정권에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의 스케일에 비하여 추격전이나 거리신 같은 큰 규모의 장면에서 종종 엉성한 옥의 티가 너무 많고, 대하드라마답지 않게 구성이 치밀하지 못하고 우연과 비약을 남발하는 점은 지적할 만하다.

<사랑과 야망>도 비교적 파격적인 캐스팅으로 눈길을 모았다. 주연급인 미자 역에 연기력으로 크게 평가받지 못했던 한고은을 캐스팅한 것이나 위안부 누드 파문으로 브라운관에서 자취를 감췄던 이승연이 복귀한 것이 눈에 띈다.

주연인 한고은이 여전히 발음상의 문제를 지적받으며 감정의 기복이 심한 미자 역을 완전히 소화하지 못한데다, 초반 이야기 구성의 박진감이 다소 떨어진다는 게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그러나 김수현식 드라마가 언제나 후반부로 갈수록 더욱 진가를 드러내는 '슬로우 스타터' 체질임을 감안할 때 리메이크작으로서의 평가는 좀 더 지켜봐야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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