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교양 서적을 주로 출간하는 '생각의 나무'를 일찍이 기자는 <모던의 눈물 모던의 유혹-근대 한국을 거닐다>(노형석 저)란 책을 통해 인연을 맺은 바 있기에 그 중 한 권을 펼쳐보았다. 화려한 컬러도판으로 인쇄된 자료그림들이 눈을 시원하게 해준다. 세계의 교양 시리즈 제5권 <세계명화 비밀>이다. 그 옆으로는 제3권 <20세기 건축>이 놓여 있고, 제14권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이란 책도 눈에 띈다. <한국근대사의 풍경>이라 개명된 <모던의 유혹…> 또한 제10권으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철도와 근대도시의 형성 등을 소재로, 근대성에 대한 물음과 탐구를 담은 <한국근대사의 풍경> 서평을 소개하는 것으로 위 책들의 깊이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른 매체에 썼던 서평의 일부다.
우리의 근대를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식민지 근대'라는 것은 곧 우리의 근대화가 우리 스스로의 자주적인 역량과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고 따라서 우리는 강요된 근대화 과정에서 우리의 전통과 신문물의 융합과정을 가지지 못했던 불행한 근대의 경험과 유산을 여전히 안고 살아가고 있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노형석은 그 불행하고 뒤틀린 근대성의 상징으로 맨 앞에 철도를 자리매김하면서 '문명의 얼굴을 한 수탈'인 일제의 식민지 철도 건설과정과 그 안에서 제국의 이익을 위해 죽어간 식민지 백성의 한과 눈물을 이야기한다.
<한국근대사의 풍경>에서 또 하나 놀란 점은 서지학자 사운 이종학님(1928-2002)이 제공한 수많은 자료들이다. 어느 것 하나 귀중하지 않은 것이 없는 방대한 자료들이 근대가 무엇인지 바로 알 수 있도록 만든다. 한 학자의 필생의 노력이 엿보이는 자료들을 접하는 것만으로도 독자들은 행복하다. 이종학님은 값을 매길 수 없는 그 귀한 자료들을 후학들을 위해 기증하고 초대 독도박물관장을 지내시다 돌아가신 바로 그 분이다.
<20세기 건축>(김석철 저)은 20세기의 위대한 건축가 12명에 대한 글이다. 저자 김석철은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 중 선두에 서 있다. 베네치아대학과 컬럼비아대학의 초빙교수이기도 하다. 예술의 전당,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자하라 주거단지, SBS 탄현스튜디오, 제주영화박물관 등이 그의 작품이다. 그는 "시간은 지나지만 공간은 남는다. 건축가는 시간의 내용을 공간으로 만들 수 있어야 한다"라고 자신의 건축관을 밝혔다.
이 책은 건축가이자 이제 지천명에 이른 저자가 바라본 위대한 건축가들의 생애와 사상, 그리고 그들의 위대한 건축물에 관한 이야기다. 건축은 기술이면서 또한 하나의 거대한 예술이다. '신의 영광과 자연의 신비를 건축으로 승화시킨 천재 안토니오 가우디'를 비롯하여 '자연에 대응하는 인간의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 르 코르뷔지에', '한국 현대 건축의 선구자 김중업'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거장들의 실용미학과 예술혼을 책은 담고 있다.
<세계명화 비밀>은 서양미술사의 기념비적 걸작 8편에 숨겨진 비밀이야기다.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이제는 하나의 문화 상징이 된 미술작품들, 그것들은 어떻게 세상에 나오게 되었으며 또 그들을 그토록 유명하게 만들어 준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은 '다비드', '모나리자', '올랭피아', '절규', '아비뇽의 처녀들' 등 1501년에서 1950년 사이에 제작된 여덟 점 걸작의 비밀을 파헤치며 앞의 질문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화려한 컬러도판으로 보여주는 그림들은 출판사가 자랑하듯이 영상문화시대의 새로운 텍스트로서 충분하다. 'A CLOSER LOOK(자세히 보기)'이라는 독특한 구성을 통해 해당 작품을 면밀하게 분석함으로써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 자체가 하나의 화집으로도 손색이 없다. 또한 다양한 독자층을 고루 배려하는 섬세함도 잃지 않고 있다.
저자 모니카 봄 두첸(Monica Bohm-Duchen)은 런던에 살면서 프리랜서, 작가, 전시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저서로는 <근대미술의 이해> <누드> <샤갈> 등이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 작품들을 가능한 한 모든 각도에서 자세히 조명해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바로 이런 친절 때문에 이 책은 독자들을 위한 미술 안내서의 역할은 물론 깊이 있는 비판적 시각까지 맛볼 수 있게 해준다.
<금난새와 떠나는 클래식 여행>은 '해설이 있는 청소년 음악회'를 책으로 만나는 경험을 제공해 준다. 명지휘자 금난새는 지난 6년간 청소년 음악회를 통해 클래식의 대중화를 선도해 왔다. 그러나 무대라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으로 현장에서 하지 못했던 얘기들이 많았고 이 책을 통해 그것을 담고자 했다.
지휘자로 활동하며 들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생각, 경험담, 추억이 서린 일화, 그리고 여러 작곡가와 작품들에 대한 저자 나름의 인상과 느낌이 잔잔한 피아노 선율같이 다가온다. 특히 바흐-헨델, 모차르트-하이든, 베토벤-로시니 등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였으면서도 작풍과 성격이 대조되는 음악가들을 짝지어 비교함으로써 읽기에 흥미롭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배려한다.
이상이 기자가 사들고 와 읽기 시작한 세계의 교양시리즈들이다. 이외에도 470여 컷의 풍부한 자료로 찾아가는 만화의 바다 <세계 만화>(시리즈 제4권/성완경 저), 일러스트레이션의 세계를 고야 등 미술사 거장들이 남긴 140여 컷 명화를 통해 들여다 본 <일러스트레이션>(같은 제6권/고종희 저), 시간과 공간의 바다에서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잊혀진 천재 이야기 <해상 시계>(같은 제7권/데이바 소벨 외),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인 <괴테의 그림과 글로 떠나는 이탈리아 여행>(같은 제13권/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저) 등이 있다.
출판사는 세계의 교양시리즈를 '문화경영과 수능 논술에 꼭 필요한 맞춤형 교양서요, 세계의 교양을 최고의 편집과 최상의 도판으로 함께 보는 영상시대의 새로운 지식정보 레퍼런스'라고 설명하고 있다. 허언이 아니다. 인문학적 소양에 관심을 가진 누구라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들이라 여겨진다. 한정판이라니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서둘러 발품을 팔거나 인터넷 서점에서 보물을 주워 담는 일뿐이다. 모두에게 행복한 책읽기, 기자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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