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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각 학교마다 예비소집이라는 것을 하더군요. 저는 딸과 아들이 있는데, 아직은 학교 갈 나이가 아닌지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만, 어제 아내한테 들은 이야기로는 남의 일이 아닌 것 같아 저에게 적지 않은 고민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아내가 딸을 유치원 차에 태우고 난 후 다른 엄마들하고 잠깐 이야기를 나눴답니다. 그런데 평소 아내와도 친분이 있는 분께서 얼마 전 아들의 초등학교 예비소집에 갔다가 정말 당황스러운 일을 당했다면서, 아내한테 세린이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열심히 공부시키라고 했다고 하더군요.

이유인 즉, 교실에 아이들이 앉아 있는데 선생님께서 학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한 후 아이들 사이로 가더니 갑자기 그 분 아들에게 질문을 하더랍니다.

"얘야, '10 빼기 2'가 얼마니?"

그렇지 않아도 아들에게 다가가는 선생님을 보면서 '왜 그럴까?'하면서 긴장하던 그 분은 10 빼기 2가 얼마냐는 질문을 하는 것을 보고는 순간적으로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합니다.

더구나 아들이 대답을 못하는 사이에 뒤에 있던 한 아이가 "8이요!"라고 큰 소리로 대답하자 선생님은 아들에게 "아직 뺄셈할 줄 모느니?"라고 물어보더랍니다. 순간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정말이지 그 순간만큼은 사람들이 모두 자기하고 자기 아들만 쳐다보는 것 같아서 창피한 마음에 고개를 들지 못하겠더랍니다.

아이도 당황했던지 뒤를 돌아 엄마를 보면서 울상을 지었고, 엄마는 괜찮다면서 얼른 앞을 보라는 손짓을 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어른인 자신도 콩닥콩닥 놀란 가슴이 진정이 되지 않는데 아이가 오죽 당황했을 까 생각하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자기 아들 외에도 다른 한 아이에게도 가서는 "이 글자 읽을 줄 알아요?"하면서 이번에는 숫자가 아닌 글씨 읽기를 테스트했다고 합니다. 아이는 다행히 아는 글씨였던지 뭐라고 말을 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뒤에 서 있던 탓인지 그 아이가 제대로 읽었는지는 잘 듣지를 못했다고 하더군요.

선생님도 잘 못 들었는지 허리를 숙이고는 그 아이에게 가까이 귀를 대고는 "다시 한 번 큰소리로 읽어 볼래요?"하더랍니다. 아이는 뭔가 다시 말하는 것처럼 보였고, 선생님은 가볍게 웃으면서 머리를 쓰다듬고는 교단으로 올라가더랍니다.

"자, 어머님들 잘 들으세요. 지금 이 아이들 중에 대부분은 숫자나 글씨를 읽을 수 있을 텐데요, 혹시 아직까지 아이가 숫자나 글씨를 잘 모를 경우에는 입학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남은 기간 동안만이라도 집에서 기본적은 것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됩니다. 아시겠지요? 그래야 아이들이 뒤떨어지지 않고 학교 공부에 잘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 분은 예비 소집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동안 마음이 참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가 혹시나 새로운 환경에 두려움을 갖지 않을까 해서 학교에 가면서 "우리 00이 유치원 가면 재미있다고 했지? 유치원이랑 초등학교랑 다 똑같아. 그러니까 우리 00이 유치원 다닐 때처럼 씩씩하고 재밌게 학교 잘 다녀야 돼?"하면서 나름대로 아이가 학교에 대한 좋은 생각을 갖도록 노력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런 예상치 않았던 일을 겪고 나니 첫날부터 아이가 기가 죽은 것 같아서 학교 생활을 잘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했답니다.

아내한테 그 소리를 들으면서 저는 "아니, 예비소집에서 뺄셈 하고 글씨는 왜 읽어 보라고 그래? 예비소집이면 말 그대로 아이들과 부모님들에게 학교 생활에 대해 말해주면서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해야지"라고 했습니다.

제가 직접 겪은 일은 아니었지만 아내 말을 들으면서 당황했을 어머니와 아이를 생각하니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나름대로 선생님과 학교에서도 이유가 있어 그리했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환경에 대한 기대와 걱정이 앞서는 예비소집에서 꼭 그리해야만 했을까, 얼마든지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학교라는 곳을 안심하고 유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을 수도 있을 텐데, 그렇게 걱정만을 더 안겨줄 필요가 있었을까 생각을 해 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에 대해 학교나 선생님들의 오해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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