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책에 따르면 발성 영화 도입기에 조선 영화인들이 일제 옹호 영화를 만들 능력은커녕 발성 영화 만드는 것 자체를 버거워했다고 한다. 변사들이 해설하는 무성 영화에 익숙한 대중들을 상대로 어떻게 발성 영화를 보급할 것인가가 당장 닥친 과제였던 것이다.

그리고 발성 영화가 조금씩 발전하면서도 영화 소재로 채택된 것은 대부분 이광수의 <무정> 등 문학 작품이었기에 친일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었다. 당시에는 일제 치하라는 시대적 배경도 있겠지만 어쨌든 친일 논란보다 문학과 영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토론이 더욱 활발했다. 이 논쟁의 대부분은 문학이 영화보다 고급문화라는 것으로 결론을 맺곤 했다.

이렇게 친일이라는 주제와는 무관해 보이던 조선 영화인들이 적극적으로 친일 영화를 만들게 된 것은 '중일 전쟁' 이후 '조선 영화령 공포'가 내려진 시점부터라고 한다. 국가가 영화 산업을 통제한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그것은 곧 영화를 통해 문화를 지배하겠다는 말이기도 했다.

일제의 야심, 영화에 대한 지원 통해 문화 통제

때문에 이러한 야심은 영화에 대한 국가(당시 일제)의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을 의미했다. 이는 결국 영화 산업의 발전 토양이 척박함에서 부드러워질 수 있음을 의미했다. 그러나 이 부드러운 토양으로 가기 위해서는 일제와 협력해야만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셈이었다.

과거 문학에 비해 돈만 밝히는 저급한 문화인이라고 폄하되어온 영화인들의 사무친 원한은 또 다른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들에게 이 원한은 국가 지원을 받는다는 자긍심으로 바뀌면서 친일 협력에 가속도가 붙었다.

결국 안락한 시스템을 제공한 일제에 협력하고 그에 동조하기 위해 '내선일체'를 의미하는 친일 영화들이 탄생했다. 물론 이러한 과정 가운데는 영화를 만들고 싶은 강렬한 열망과 그를 위해 일제와 협력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격렬한 저항을 보여준 영화인은 없었다. 그저 침묵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그 시절 영화인들을 소재로 한 영화가 나온다면 <청연>보다도 더 격렬한 친일 논란에 휩싸일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하다. 하지만 저자가 '그들은 친일했다'라고 결말을 내리고 있지는 않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오히려, 제국주의가 다른 문화에 어떻게 파고드는가이다. 지금이 당시처럼 식민 지배 상황은 아니지만, 할리우드를 필두로 한 미국 문화 제국주의의 공세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저자는 할리우드를 무턱대고 닮지 않고 우리 것을 지키려 노력하면서 국제 영화계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여준 한국 영화계에 따뜻한 응원의 목소리를 보낸다. 그러나 미국 문화 제국주의에 반발하면서 알게 모르게 그들을 흉내내고 있을지도 모를 우리 영화계에 대해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다.

즉 중국이나 베트남 등이 한류에 반발해 수입 제한 조치나 방영 시간제한을 하면 무턱대고 비판하는 우리의 모습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스크린 쿼터 폐지를 줄기차게 주장하는 미국의 모습과 닮아 있다는 게 저자의 따가운 질책이다.

덧붙이는 글 | 나름대로 열심히 책을 요약하고 소개해보려 했는데, 혹시 미흡한 점이 있다면 죄송합니다. 그리고 책 앞 면에 서로 다른 생각이 있으면 토론해보자는 저자의 홈페이지도 있는데 제가 책을 친구한테 빌려주어서 확인할 수가 없네요. 참고 하셨으면 합니다.


조선 영화 - 소리의 도입에서 친일영화까지

이화진 지음, 책세상(2005)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