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의 소재가 중년에 접어든 주부들의 이야기인지라 중년과 백발의 장년층 관객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 관객도 웃으며 볼만큼 <강남역 네거리Ⅱ>는 무거운 주제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었다. 관객들은 정신과의사의 질문에 대답도 하고 사이비 교주의 '내게 강 같은 평화' 노래에 '할렐루야'로 화답하기도 했다. 중년 관객의 경우, 자신의 처지와 공감되는 대목에서는 눈물을 짓기도 했다.
공연이 끝나고 밖으로 나오는 관객들을 만나 솔직한 관람평을 들었다. 다들 쑥스러워 하며 '잘 봤다' '재미있었다' '배우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정도만 가볍게 얘기하고 갈 길을 재촉했다.
공연을 즐겁게 본 4명의 아줌마를 만났다. 어디서 온 누구인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그들이 나눈 이야기는 거의 토론회 수준의 열띤 분위기에서 얘기가 오고 갔다. 그들은 코믹한 상황에서 웃으면서도 웃음 속에 담긴 깊은 상처나 눈물 때문에 이런 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 연극이라고 했다.
"남자들은 정말 그 나이가 되면 마누라를 여자로 안 봐요. 애들도 지들 일에 바쁘고... 극중 여진이 하는 대사 '니들 눈에는 내가 부엌데기로밖에 안보여도, 나도 간절히 사랑을 기다리는 여자라고'라는 대목에 정말 공감 했어요."
"(극중) 정신과 의사의 말처럼 정말 솔직함이 중요한 것 같아요. '막 되먹은 사람이 정신은 건강한 법이다'라고... (웃음) 저도 가족들에게 솔직하게 한다고 하는 편인데도, 시댁 식구들에겐 그렇게 되지가 않더라고요. 그렇게 내면 얘길 꺼내서 드러내놓고 해야 할 텐데 아직 우리 사회는 그런 부분을 많이 감추고 살잖아요."
"누구에게나 나름의 상처가 있잖아요. 가족의 한명 누가 많이 아프다든지, 아주 가난하게 산다든지 하는 거 주변사람한테 잘 말하지 않는 것들이 하나쯤 있어요. 아버지에게 강간당한 홍 마담이나 우울증 걸린 주부... 우리 주변에서 정말 쉽게 볼 수 있는 사람들이거든요. 연극을 보면서 그들이 그렇게 (정신 병원 환자)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정말 이해가 가고 공감이 되더라고요. 그런 부분을 잘 짚어서 긁어준 것 같아요."
"뭔가 속이 시원하고 후련한 기분이에요. 내가 말 못한 많은 것을 배우들이 대신 말해준 것 같은 느낌이랄까... 배우들이 연극 마치고 나와서 인사를 하는데 사실은 제가 고마워서 인사를 하고 싶더라니 까요."
다녀간 관객 중에는 뮤지컬 배우 박해미, 개그우먼 조혜련, <강남역 네거리Ⅰ>의 의사를 맡았던 MBC 공채 탤런트 나성균, 영화 <찍히면 죽는다>의 감독 김기훈 씨도 있었다.
과천 한마당 축제(과천시가 주최하는 야외극 중심의 국제 공연 예술 축제)의 이선우 예술 감독은 축제 참가를 제안하기도 했다. 연극 단체와 기업을 잇는 메세나 협의회에서도 신문 기사를 보고 연락해오면서 후원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그밖에도 어떤 극단의 대표도 극장에서 공연할 것을 제안하는 등 작품성과 관객의 호응도가 좋아서인지 각 문화 예술 단체에서의 러브콜도 들어오고 있다.
<강남역 네거리Ⅱ>의 제작 과정과 공연 이야기를 담은 내용은 오는 24일 EBS 살림의 여왕을 통해 방영된다. 젊은이가 관객의 주류를 이루는 연극계에서 아직은 변방의 문화인 중년 세대의 갈등과 소외를 다룬다는 것이 의미 깊을 뿐 아니라, 새로운 관객층을 형성하는데도 한몫 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