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밤이 오고 어둠이 짙어지면 그곳은 어둠에 묻히는 것이 아니라 빛의 섬이 된다. 그 빛의 섬에선 사람들이 늦은 시간까지 즐겁고 흥겹게 놀 수 있다.
한낮의 빛 속에서 이곳이 마법의 성임을 알리는 글자는 석고상처럼 굳어있었다. 그러나 밤이 오면 그 글자는 살아서 피가 돌기 시작한다. 굳어있는 것보다 살아있는 것이 훨씬 더 아름답다.
낮에도 에스컬레이터는 같은 자리를 끊임없이 오르내렸다. 하지만 낮에 내가 받은 인상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내장같다는 느낌이었다. 밤은 그 투명함을 걷어내 버리고 대신 그 자리에 진한 채색의 어둠을 채워놓는다. 그 순간 그 진한 어둠은 빛의 수로가 된다. 에스컬레이터는 밤엔 혜성처럼 꼬리를 길게 끌며 그 빛의 수로를 유영한다.
이 놀이기구는 꼬고 비틀고 뒤집으며 그것으로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러나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빛의 것이다. 빛이 어둠을 놀이터 삼아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가를 알아보려면 잠시 그 족적을 따라가 보면 된다. 보시라. 빛이 얼마나 신나게 놀았는지 여실히 알 수 있지 않은가. 빛은 즐거움은 신나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현란할 정도이다. 빛의 그 신나는 즐거움 때문에 아마도 밤에 이 놀이기구를 탄 사람들은 더더욱 즐거웠을 것이다.
밤의 빛은 한낮의 빛과 달리 굳어있지 않다. 밤의 빛은 때로 끊임없이 깜빡인다. 밤의 빛이 깜박일 때마다 빛은 어두운 허공을 빙글빙글 돌면서 동시에 제가 서 있는 곳에서 끊임없이 내달린다.
오, 불이라고 착각하지 마시라. 빛을 색깔로 물들이고, 그 빛에 바람을 곁들이면 그곳에서 영원히 꺼지지 않는 횃불이 타오른다.
아마도 한낮이었다면 저 속의 빛은 안에서 숨을 죽인채 내내 갇혀있는 신세였을 것이다. 그러나 밤이 오면 빛은 어둠의 수로를 타고 바깥으로 외출할 수 있다.
밤의 지붕 위에선 빛이 피워낸 꽃이 자란다. 빛의 꽃은 물주지 않아도 시들지 않는다. 다만 물대신 적당한 어둠으로 그 주변을 적셔주어야 한다.
원래 풍차는 평생 춤을 추며 살아가는 것이 숙명이었다. 그러나 풍차는 그 숙명은 위하여 언제나 바람을 유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이 곳의 풍차는 더 이상 바람을 유혹하지 않는다. 이곳의 풍차는 빛으로 장식한 스커트를 차려 입고 제 춤으로 사람들의 시선을 유혹한다. 풍차의 춤은 단조롭지만 그 빛의 스커트 때문에 유혹은 번번히 성공한다.
멀리 아파트에도 빛이 들어온다. 어둠과 빛이 적당히 뒤섞이고 그 자리에 남자와 여자가 함께하면 그곳은 사랑을 나누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가 된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블로그에 동시에 게재했다. 블로그-->김동원의 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