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복 성공회대 교수의 대표작인 '처음처럼'이 20도 소주와 만났다.
두산 주류BG은 소주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신영복 교수의 작품 제목과 서체를 그대로 가져왔다. 소주 이름의 공식도 바꿨다. 산과 참이슬로 대표되는 1~3자 소주 이름과는 달리 무려 4자를 사용했다.
두산 주류BG는 처음처럼(http://www.soju.co.kr) 홈페이지 브랜드 스토리에 신제품 '처음처럼'이 신영복 교수 작품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두산은 네이밍 컨설팅 업체와 사내 공모를 통해 1200여개의 새 브랜드 예비작을 수집해 최종적으로 처음처럼을 선택했다. '다음 날에도 처음 술을 마실 때처럼 개운하다'는 의미로 처음처럼을 사용하게 된 것.
신영복 교수는 지난 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구속돼 20여년을 투옥 생활을 했으며, 옥중 저서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스테디셀러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처음처럼은 투옥 중에 신 교수가 쓴 글씨로 '더불어 숲'과 함께 널리 알려져 있다.
신영복 교수는 "두산 소주 네이밍 작업을 하는 후배에게서 처음처럼을 쓰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글씨를 사용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 고민했었지만, 처음처럼 글씨체가 서민들을 삶을 표현하는 '민(民)체'이고 소주도 서민적인 술이기 때문에 서로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글씨 사용료를 받는 것이 적절치 않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주변에 있는 교수들과 의논했다"면서 "공익적인 목적으로 쓰는 것이 좋겠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두산은 신영복 교수의 뜻을 받아들여 성공회대 학생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1억원을 전달했다.
"발음 쉽지 않아 경쟁력 떨어진다는 지적 있었다"
처음처럼이라는 소주 이름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두산 주류BG 홍보마케팅 관계자는 "네이밍 업체로부터 '처음처럼'이라는 이름을 제안받고 내부적인 논란이 있었다"면서 "소주 이름이 넉자나 되는데다 발음도 쉽지 않아, 산이나 이슬 같은 이름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처음처럼'이라는 차별화된 이미지에 두산은 높은 점수를 줬다.
두산 관계자는 "좋은 뜻을 담고 있고, 소주 타깃층이 신영복 선생의 책을 접한 25~35세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새 브랜드가 출시 17일 만에 1000만병이 판매되는 기록을 세웠고, 이는 참이슬 초기 판매 기록을 뛰어넘는 수치"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 관계자는 "처음처럼이 주류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경우 신영복 교수와 성공회대에 더 감사 표시를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