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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려 있는 세상을 향해 가는 건 결국 자신의 의지력에 달려  있다.
열려 있는 세상을 향해 가는 건 결국 자신의 의지력에 달려 있다. ⓒ 더난 출판
다른 일화를 통해 반복적으로 교훈 전달

책을 읽는 순간에도 책이 말하는 삶의 지혜를 급속도로 잊어버리는 것을 알았는지 수잔 쇼트가 쓴 <세상은 너를 향해 열려 있다>(더난출판)는 비슷한 내용의 교훈을 끊임없이 독자들에게 반복해서 말한다. 이럴 경우 자칫 잘못하면 책을 읽는 이들은 쉽게 흥미를 잃기 쉽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똑같은 내용을 무한반복하는 <텔레토비>라는 TV 프로그램이 재미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이 프로그램을 본 사람이라면 왜 아이들이 재미있어 하는지 이해를 못한다. 그만큼 성인에게 뻔히 아는 똑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건 '제발 저 보지 말아주세요' 하는 것과 같다.

다행스럽게도 <세상은 너를 향해 열려 있다>는 비슷한 내용을 무작정 반복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있다. 저자는 많은 일화들을 이용해 각기 다른 지점에서 출발해 결국은 비슷해 보이는 교훈들을 말하고 있다. 게다가 그 일화들이 대부분 자신의 어린 시절에서 비롯되기에 더욱더 설득력이 강하다.

물론 미국과 한국이라는 공간적 차이가 느껴지기는 한다. 그러나 일화의 대부분은 저자의 어린 시절에 있다고 했다는 것을 잊지 말자. 동생과 다투는 일, 엄마 물건을 망가뜨린 일 등은 어느 나라인가에 상관없이 누구나 한 번쯤 겪어 보았을만한 일이다. '나도 그랬는데' 라는 감정에서 독자들을 출발시켜 그러한 경험 속에서 어떤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 때문에 저자가 독자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려 한다기보다 마치 독자가 그저 자신이 경험했던 데서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독특한 느낌을 갖게 했다.

삶의 지혜를 돈 관리법에 적용시켜라

그 뿐이 아니었다. 이 책은 또 다른 면에서 정말 독특하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책 전반과 중반부에 끊임없이 자신의 성격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어때야 하는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그러다가 책이 점점 결말을 향해 갈수록 돈에 관한 이야기들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앞선 언급한 내용들은 결국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을 어떻게 벌고 어떻게 모을지 어떻게 쓸지라는 어떻게 보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문제인 돈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요한 지침들이 되어 작용한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대놓고 돈을 어떻게 모으라는 이야기를 하는 책이나 그저 자기 자신 관리를 어떻게 하라는 책들만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것을 이렇게 자연스럽게 결합 시켜 놓을 수 있다니!

하지만 정말 무엇보다도 날 놀랍고 즐겁게 했던 것은 저자의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나서였다. <세상은 너를 향해 열려 있다>의 기본 토대는 저자의 아버지가 저자에게 인생의 교훈을 자연스레 말해주는 일화들을 담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읽는 독자 입장에서는 그저 평범한 샐러리맨이 자식들에게 전해주는 이야기를 보는 것 같아 편안한 마음으로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마음을 갖게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말아라

그런데 맨 마지막에 저자가 자신의 아버지를 소개해놓은 부분을 보면 저자의 아버지가 백만장자였던 사실을 알 수 있다(사실 머리글에도 나오지만 처음에 읽지 않았기에 몰랐다). 지금 기준으로 보자면 저자의 아버지가 가졌던 돈의 액수가 아주 많다고만 할 수는 없지만 미국의 대공황 시절을 겪었던 세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분명 적지 않은 액수였다.

하긴 저자도 저자의 아버지가 돌아가시 전까지 정확한 자산을 알 수 없다고 했으니 저자의 어린 시절을 읽고 있는 독자들이 알아내기란 쉽지 않은 일임이 틀림없다. 여기서 그쳤다면 그저 놀라웠을 뿐이겠지만 정말 즐거웠던 것은 저자가 저자의 아버지가 남긴 자산을 은행에 가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때 저자의 아버지는 이런 글을 남겨두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죽이지 말라."

뜻이야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문득 거금의 돈이 생겼을 때 무분별하게 돈을 소비해버리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뜻 깊은 조언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봤을 때 <세상은 너를 향해 열려 있다>는 상당히 가치 있는 책이지만, 결국 이를 받아들이는 건 독자의 몫일 듯싶다. 세상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 책은 결국 이룰 수 없는 이상적인 소리를 하는 뻔한 책 중의 하나일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저자의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다시 한 번 생각난다. 책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 버리는 행위는 그야말로 자신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황금알을 낳아주는 거위를 가차없이 죽이는 것과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처음에는 저도 별로 흥미가 가지 않아 대충 읽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무언가 나에게 도움이 될꺼야라고 생각하고 읽으니 느끼는 바가 점점 많아졌습니다.


세상은 너를 향해 열려 있다

수잔 쇼트 지음, 안종설 옮김, 더난출판사(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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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넓게 보고 싶어 시민기자 활동 하고 있습니다. 영화와 여행 책 등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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