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일 목요일.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듯 아침 출근길은 꽃샘 추위로 제법 쌀쌀하기까지 했다. 긴 겨울 방학의 여정을 보낸 탓일까? 등교를 하는 아이들의 얼굴 표정이 다소 밝아 보였다.
특히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는 새내기들의 모습에서 풋풋함이 묻어 나왔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아이들의 교복은 봄 햇살을 받아 윤기가 흐르고 있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교문으로 들어서는 아이들의 시선은 설렘과 호기심으로 교정 여기저기를 두리번거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지금은 낯설기만 한 이 교정이 앞으로 3년 뒤 졸업을 하고 난 뒤에는 학창시절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워하게 될 모교(母校)가 된다는 사실을 아이들은 알고 있는 듯 가지고 온 카메라로 연신 사진을 찍기도 하였다.
9시 30분. 아이들은 학급을 확인하고 난 뒤 선생님들과 선배들의 안내로 입학식이 거행되는 체육관에 집결을 하였다. 무질서한 가운데 아이들은 학급이 표시된 곳으로 찾아가 줄을 섰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탓일까? 생각보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지시를 잘 따랐다.
10시. 입학식이 거행되었다. 간단한 의식이 끝나고 신입생 대표의 입학 선서가 있은 뒤 교장선생님의 입학허가가 떨어지자 체육관에는 이를 축하해 주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환호가 울려 퍼졌다. 이제 아이들은 철없던 중학생의 티를 벗어나 좀더 성숙한 고등학생이 되어 양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순간이기도 하였다. 어떤 학부모는 아이들의 모습이 대견스러운지 눈시울을 붉히기도 하였다.
학교의 설립정신과 교명(校名)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고등학교 학생으로서의 다짐에 대한 교장 선생님의 환영사가 있은 뒤 선․후배간의 상호인사가 있었다.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조금은 어색했지만 그 눈빛만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서로 알고 있는 듯 하였다.
잠시 뒤, 모든 아이들이 기다리는 담임 선생님의 소개가 있었다. "지금부터 담임 선생님을 소개하겠습니다"라는 교감 선생님의 말씀이 나오자 장내 어수선한 분위기가 조용해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아이들의 관심은 일년 동안 자신들과 동고동락(同苦同樂)을 함께 할 담임 선생님이 누구일까에 있었다.
아이들은 담임 선생님이 소개될 때마다 뜨거운 박수로 환영을 해주었다.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것은 그 어떤 대본과 감독이 없이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연출해 낸 흐뭇한 장면이었다. 마치 '교원평가'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중학교를 갓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첫 발을 내딛는 아이들은 앞으로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많은 시련과 도전이 있으리라 본다. 처음에 품은 청운의 뜻을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며, 선생님들 또한 아이들이 무엇을 해주기를 바라기보다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새내기들이 고등학교 생활을 잘해갈 수 있도록 나침반과 같은 선생님이 되어주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