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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임커뮤니케이션즈
그래서 연극은 남북한이 통일시범지구 및 신경제특구로 만든 항구 도시 '경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룬다. 남자와 여자가 있다. 김철희와 리원석은 같은 경호학교를 졸업했고 서로 사랑하지만, 그 마음을 숨기고 산다.

그리고 김철희와 함께 사는 한기주가 있다. 한기주는 어렸을 적 기억 때문에 괴로워하고, 그 괴로움 때문에 더더욱 김철희에게 매달린다. 그 외에도 '경도'라는 특수한 지역에서, 살아간다기보단 기생하여 살고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모두는 서로를 이용하고, 죽이고 죽는다.

배우들은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북한 말을 능청스럽게 뱉어내는 최원석씨는 정말 죽음을 담보로 하루하루 살아가는 김철희를 잘 연기하였다. 그리고 리원석 역의 채국희씨도 냉정한 경호원 역할과 한 남자를 사랑하는 여자의 역할을 잘 보여주었다. 그 외의 배우들도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모든 배우들이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고 해서, 과연 그 연극이 좋은 연극이었다고 할 수 있는가. 등장할 이유가 없는 배역을 충실히 연기할 뿐인 연극, 어설픈 극본에 최고의 배우들을 불러 연기를 시킨다 한들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없는 것과 같지 않을까. 다만 연기는 좋았다고 말할 뿐.

예를 들어 한기주의 동성애 설정은 굳이 필요없는 게 아닐까. 물론 최원석의 남성다움을 더 돋보이기 위한 연약한 남자 역할이 필요했을 수도 있다. 혹은 동성애가 요즘 유행이 아니냐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동성애를 풀어가려고 한다면, 통일시범지구 '경도'라는 거창한 장소가 꼭 필요했을까. 물론 그러한 장소라고 해서 사랑이 없겠냐고, 동성애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있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건 또 그 나름대로 더 효과적인 장소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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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시범지구 경도에는 그 나름대로의 '경도'에서만 있을 수 있는 아픔과 상처가 있을 것이다. 그러한 아픔을 드러내고 그 상처를 보듬어 주는 것이 나쁜 인간 군상들의 싸움판을 보는 것 보단 낫지 않았을까.

이왕이면 통일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고민해 볼 수 있는 연극이길 바랐다. 아니면, 사랑에 대해서 사랑의 가치에 대해서 갈등해 볼 수 있는 연극이길 바랐다. 그래서 아쉽다. 소극장에서 보기 힘든 실감나는 액션을 선사한다고 하더니, 다만 죽고 죽이는 싸움만 있었던 건 아닌지.

공연은 끝나고 연극은 그녀의 봄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리원석에게 봄은 시작되었다고 연극은 친절하게 이야기해 준다. 모든 죽음 뒤에, 무대 위 어디에서도 봄은 아니 은유적 표현이라고 해도 희망이라느니, 기대 같은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의 봄이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수수께끼 같다. '그녀의 봄'이 시작되었다고 말하기만 하면 앞 줄거리와 상관없이 희망이 어딘가서 샘 솟는 것인가? 연극 <그녀의 봄>은 나에게 많은 아쉬움을 남겨 주었다.

ⓒ ㈜파임커뮤니케이션즈

덧붙이는 글 | 일 시 : 2006/03/01 ~ 2006/04/09 
평일 20:00 / 토 16:00, 19:30 / 일,공휴일 15:00, 18:00 / 월쉼 
장 소 :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자유석 일반 25,000원,자유석 대학생 20,000원,자유석 청소년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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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만큼 남아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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