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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자료사진).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당의장 당선 뒤 하루도 쉬지 않고 2주째 강행군을 펼쳐온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입장에선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한광원 의원의 '최연희 옹호글' 파문 등으로 호재를 악재로 까먹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정 의장은 전당대회 직후 대구 방문을 통해 야당에 선전포고을 한 뒤 정운찬 서울대 총장 면담, 실업고 방문, 전교조 만남 등을 통해 자신이 내세운 5대 양극화 중 '교육 양극화'를 가장 먼저 챙겼다. 아울러 종교계 지도자들을 만나 '통합 정치'도 펼쳤다.

전당대회 이후 지지율의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정 의장은 토끼(한나라당)와 경주하는 거북이 심정으로 부지런히 그리고 묵묵히 현장 정치를 펼쳐왔다. 때마침 한나라당은 '전여옥 DJ 치매' 발언과 '최연희 사무총장 성추행'이라는 자충수를 뒀고 여당으로선 반사이익을 노릴 수 있는 처지였다.

하지만 한광원 열린우리당 의원의 '부적절한' 칼럼으로 인해 여당은 최연희 사태의 역풍을 맞았고, 연이은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으로 '총리직 사퇴 요구'라는 야당의 역공을 받으며 전세가 역전되었다. 전여옥 의원 사과와 최연희 의원직 사퇴 요구는 한풀 꺾인 모양새다.

정동영 "총리 거취 거론은 부적절"... 여론 추이 살필듯

5일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취임 2주 기자간담회를 자청한 정동영 의장의 표정은 무거웠다. 때마침 터진 이 총리 거취 표명 소식에 간담회는 50여분이나 늦게 시작됐다.

정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저를 포함해 공직자, 정치인들이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며 "최근 여야를 포함해 정치권에서 불거진 일들이 국민 가슴에 상처 주고 있다, 당과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아나가겠다"고 정부와 정치권의 자숙을 강조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총리 거취에 집중되었다. 정 의장은 "거취 문제를 제가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며 "오늘은 좀 가벼운 간담회 자리를 희망했는데 무거워진 것 같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정 의장은 "솔직히 말해 최연희 의원 문제를 덮고 가기 위해 야당이 정치공세를 벌인 측면이 있다"면서도 "그렇다 해도 여야를 떠나 부끄럽게 생각한다, 정정당당하게 국민에게 사과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는 것이 맞다"고 원칙적인 수준의 발언만 하고 말을 아꼈다.

아울러 정 의장은 "무릇 정치인과 공직자는 잔에 물을 들고 다니는 심정으로 매우 신중하고 조심해야 한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당과 나라의 기강을 확실히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와의 사전 협의 여부에 대해선 "지난 금요일(3일) 최고위원 공개회의에 앞서서 비공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여러 걱정이 있었고, 제가 공개회의 때 '정치인과 공직자간의 자숙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다"며 "그것으로 당의 입장은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여당은 노 대통령 순방기간 동안 여론 추이를 살피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불만은 남는다.

한 초선 의원은 "한나라당의 공격이 시작되기 전에 일찌감치 사과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시기의 문제를 지적했고, 또다른 의원은 "이 참에 아예 앞으로 골프를 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못마땅해 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 여부 "강 장관 거취 결정 뒤 협의"

한편 강금실 전 장관의 전략공천이 거론되고 있는 서울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 정 의장은 "강 장관이 거취를 결정하고 나면 그 때 출마 의사 밝힌 분과 적절하게 대화하겠다"고 말해 민병두· 이계안 의원 등 당내 출마 의사를 밝힌 의원들과 협의할 듯을 밝혔다.

고건 전 총리와의 회동이 미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선 "지금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며 "아마 머지않아서 일정을 설명해 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정 의장은 "다시 시작이다"라는 말로 새출발을 재다짐하며 "가다 쓰러지더라도 멈추지 않겠다, 국민이 진심을 알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 확신한다"는 말로 간담회를 마쳤다. 정 의장은 내주부터 지역 현장을 방문해 '정책 데이트'를 시작하겠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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