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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5년 12월 5일자 '유창선 칼럼'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 | | | <오마이뉴스>에 세 달만에 칼럼을 쓴다. 잘못된 글에 대해 책임을 지고 자중하는 뜻으로 그동안 <오마이뉴스>에 칼럼을 쓰지 않았다. 이 기회를 통해 세달 전에 썼던 필자의 칼럼 내용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
국민의 99%가 '황우석 신화'를 믿고 있던 당시 상황에서 진보성향 매체와 인사들이 황 교수 연구를 몰아세우는 분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한 것이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필자로서는 "너나 잘하세요" 소리를 들어 마땅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거의 모든 국민이 속았고, 노 대통령도 속았고, 유시민 의원도 속았으니 별 수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갈 일은 아니었다. 책임있는 시사평론가라면 다 속아넘어가도 사실확인을 통한 합리적 판단을 위해 더 노력했어야 했다. 당시 '황우석 신화'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제기했던 분들에게 누를 끼쳤던 점 사과드린다.
이제 다시 정치의 계절이 오고 있다. 우리 정치사회에 대한 바른 평론으로 독자들에 대한 마음의 빚을 갚을 것을 약속드리고자 한다. | | | | |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 파문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당초에는 철도노조 파업 첫날이라는 부적절한 시점의 문제가 부상했지만, 이제 로비골프 의혹이 집중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가격담합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처분을 앞둔 모 제분회사의 회장이 골프모임의 주선자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결국 비리 적발 기업인이 총리를 상대로 골프 로비를 하려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함께 골프를 친 이기우 교육부 차관이 이사장으로 재직했던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이 제분회사의 주식을 대량 매입했던 사실도 알려졌다.
이제 문제는 3·1절이나 철도파업날에 골프를 쳤다는 차원을 넘어, 골프모임의 목적과 성격을 둘러싼 의문으로 비화되고 있다.
3·1절 골프 파문, 이젠 '로비 골프' 의혹까지
여러 언론이 제기한 의혹들이 어디까지가 사실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정확한 확인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이 총리가 나서서 이번 골프모임의 추진과정과 배경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처음부터 총리실이 왜 사실과 다른 거짓해명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책임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 날의 골프모임에 대한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공보수석을 통해 사과 한 마디 하고는 침묵하는 이 총리의 모습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이 총리가 직접 나서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상황이다.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말이, 이 총리의 책임부분이 아직 불명확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로비골프 여부에 대한 확인은 더 거치더라도, 이제까지 드러난 문제만 놓고 보더라도 이 총리가 져야할 책임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않아 보인다.
우리가 이 총리의 골프모임을 문제삼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에서이다. 철도노조 파업 첫날이었다는 시점의 문제도 그렇고, 함께 골프친 사람들이 총리가 어울리기에는 부적절한 인사들이었다는 사실도 문제였고, 접대성 혹은 로비성 골프라는 의혹을 사고 있는 점도 그러하다.
여러 가지 면에서 현직 총리로서는 잘못된 골프모임이었음이 분명하다. 그러한 점들을 의식했기에 이 총리도 전에 없이 전격적인 대국민사과를 하고 노무현 대통령에게 사실상의 사의 표명을 한 것이 아니겠는가.
지금 여권 내부에서는 이번 일이 이 총리가 사퇴까지 해야 할 사안인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한 모습이다. 일부에서는 사의를 수용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들도 있지만, 반대의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번 골프모임이 부적절했다 하더라도 총리가 사퇴까지 해야할 사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참여정부의 양극화 해소는 구호와 논리만 있는가
지금의 상황에서 이 총리는 어떻게 처신하고, 노 대통령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총리는 사표를 정식으로 제출하고, 노 대통령은 그것을 수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사과만으로 매듭짓고 넘어가기에는 너무 많은 상징과 의미들이 이번 골프모임 장면 속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첫째, 이해찬 총리의 오만이 담겨있다. 이 총리의 골프논란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강원도 산불 때도, 남부지방의 수해 때도 이 총리의 골프는 문제가 되었다. 이번 부산 골프 바로 전날에도 국회에서는 이 총리가 브로커 윤상림씨와 골프를 쳤던 일이 논란거리가 되었다.
그럼에도 이 총리가 철도노조 파업 첫날에 골프를 친 것은, 그동안의 비판에 대해 오불관(吾不關)의 자세를 드러낸 것으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내가 할 일 다하고 휴일에 골프치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식의 모습, 그것은 겸손을 모르는 오만한 권력의 모습으로 국민에게 비쳐졌다.
둘째, 정부가 제기한 양극화 해소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요구하는 철도 비정규직 노동자들, 철도파업으로 인해 큰 불편을 겪어야하는 서민들을 뒤로 한 채 이 총리는 떳떳치못한 전력을 가진 기업인들과 골프를 쳤다.
정부가 말하는 양극화 해소가 구호와 논리로는 있을 지 모르지만, 마음 속에도 과연 있을까 하는 물음을 낳게 되었다. 양극화 해소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공언했던 정부라면 그런 날에 총리의 몸와 마음이 어디에 있어야 했을지는 자명한 일이 아니었을까.
셋째, 골프회동 사실이 알려진 직후의 대응을 보면 민심을 읽지 못하는 둔감성이 발견된다. 사태 초기 총리실의 해명은 '할 일 다해놓고 갔으니 큰 문제없다'는 식의 것이었다. 좋게 해석하자면 민심을 읽지 못하는 것이요, 심하게 말하자면 민심을 우습게 아는 모습이다.
그동안 골프논란이 반복될 때마다 민심의 소재는 아랑곳하지 않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곤 했던 모습이 결국 오늘과 같이 화를 키운 것이다.
골프가 아무리 대중화되었다고 해도, 대통령이나 총리·장관처럼 국민의 주목을 받는 위치에서는 엄격한 절제가 필요하다. 이제는 '귀족 스포츠'가 아니라고 하지만, 골프는 아직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야 칠 수 있는 운동이다. 한번 필드에 나가면 몇십만원은 쓰게되는 것이 골프이다. 값비싼 골프회원권이나 골프장비도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건너편 세상의 이야기인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골프를 치는 2백만명 말고, 골프를 치지 못하는 나머지 국민들의 시선도 의식해야 하는 것이 총리의 자리이다. 총리직을 그만 둔 이후에 골프를 마음껏 치면 된다. 굳이 국민들의 신경이 곤두서있는 날마다 골프를 안 치면 못 배기는 이유는 무엇인가.
민심과 논쟁하려 들지 말라
민심은 천심이라고 했다. 국가경영을 책임진 사람들은 민심을 하늘처럼 떠받들며 국정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 할 일 다해놓고 골프를 치는 것이 그렇게 큰 잘못이냐고 민심과 논쟁할 생각을 하지말기 바란다. 국민들이 총리가 그런 날 골프치는 것이 잘못이라고 말한다면 그 뜻에 따르는 것이 옳다. 지금 민심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골프를 쳤다는 사실 자체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겸손을 잃고 오만해진 권력에 대한 불만, 말만 앞서고 행동이 따로 노는 데 대한 실망, 민심을 경시하는 독선적 모습에 대한 항의, 이 모든 것들이 한데 섞여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 총리 개인의 행동에 대한 불만도 크지만 현 정권에 대한 누적된 불만이 함께 드러나고 있다.
지금 집권세력을 향해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교과서적인 말을 꺼내기에는 시간이 너무 지나가버린 느낌이 든다. 다만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민심 앞에 무릎꿇는 모습으로 분명하게 매듭짓고, 심기일전의 다짐을 내놓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그러기 위해 이 총리의 퇴진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번만큼은 이 총리와 노 대통령이 민심 앞에 겸허한 모습으로 서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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