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머리모양새와 치레거리'는 머리모양과 관련된 내용을 시대와 유형, 신분과 연령, 혼인 여부와 성별에 따라 분류하고 있어, 시대의 사회적 배경과 생활풍속, 문화양식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머리모양새 콘텐츠, 디지털로 처음 개발
기획단계부터 콘텐츠 개발에 참여했던 김미영 연구원은 "콘텐츠는 처음으로 한국 전통 머리모양새와 치레거리(장식품)를 통합해 디지털로 개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관련 콘텐츠의 정의와 역사, 전통사상, 생활풍습 등을 조사해 개발한 결과물은 국제적 창작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복식 등에 대한 자료는 그동안 잘 정리되어 왔지만 머리모양과 관련해서는 중앙대가 처음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해 개발했다는 것. 김 연구원은 "가장 한국적인 전통을 내세워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할리우드 영화인 <스타워즈Ⅲ>에는 한복의 아름다운 선과 조선시대 외출용쓰개치마, 비녀를 응용한 쪽머리모양이 나와요. 여주인공 파드메 여왕의 의상이거든요. 우리 문화콘텐츠가 세계적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한 것이죠. 콘텐츠는 아바타와 헤어게임 등에도 접목시킬 수 있어 사업화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머리모양새에 관한 문헌상 최초의 글은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에 쓰인 "단군원년에 머리를 땋고 개수하는 법을 가르쳤다"는 기록이다. 또한 B.C 3000년경으로 추정되는 청동기 시대 유물 중, 사람 얼굴 형상을 한 뼈비녀가 발견된 것을 보면 꽤 오래 전부터 머리를 꾸몄음을 짐작할 수 있다.
환계식, 푼기명, 쌍계, 채, 상투, 어여, 첩지, 대수, 또야, 조짐….
정자관, 패랭이, 송락, 탕건, 풍잠, 동곳, 남바위, 떨잠, 떠구지….
위는 전통 머리모양새에 관한 것으로 뒤에 '머리'를 붙여 환계식머리, 어여머리, 첩지머리, 또야머리 등으로 부른다. 아래는 머리모양새를 꾸미는 데 사용하는 여러 치레거리를 말한다. 김 연구원이 소개한 몇몇 콘텐츠를 살펴보자.
어여머리는 왕족과 문무관 부인들이 주로 하던 머리모양
'어여머리'는 조선시대에 나타난 머리모양새로서 당시 명부 중에서도 외명부(外命婦, 조선시대 왕족 및 문무관(文武官)의 처에게 남편의 품계에 따라 내리던 봉작(封爵))가 주로 하던 머리모양으로 가르마 위에 첩지를 매고 그 위에 어염족두리를 쓰는 양식이 일반적이었다.
어여머리는 다리 일곱 꼭지를 한데 묶어서 두 갈래로 땋아 어염족두리 위에 얹고, 비녀와 매개댕기로 고정시킨다. 예장(禮裝)을 할 때는 어염족두리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어여머리를 둘러서 봉잠을 중앙에, 떨잠을 좌우에 꽂아 호화로운 수식을 한다.
'후두부를 늘어뜨린 머리'는 안악 2호분 벽화에 등장하는 여인에게서 볼 수 있다. 머리 중앙의 일부는 벽화의 훼손으로 불분명하나, 두상과 전ㆍ후ㆍ측면의 머리 모양을 볼 때 머리 중앙을 높게 올리고 후두부를 늘어뜨린 양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머리모양은 감신총 벽화에 있는 '후두부를 묶어 늘어뜨린 여인'과도 연관 지어 생각할 수 있다.
'가리마'는 얼굴을 드러내는 외출용쓰개로서, 고려의 '몽수'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조선에 들어와서 몽수를 쓴 채로 앞을 걷어 올려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 일반 부녀에게 금지되고 특수직의 여성인 의녀나 기녀만 가능해져 점차 간소한 형태를 띠게 됐다. 너비 65cm 가량의 비단을 반으로 접어 두 겹으로 한 후 다시 그 속을 두꺼운 종이로 접해 만들었다.
‘굴건’은 상주(喪主)가 두건(頭巾) 위에 덧쓰는 남성용 건이다. 나비가 세 손가락만한 베오리의 뒤쪽에 종이를 덧붙여 뻣뻣하게 하고, 세 솔기가 지도록 만든다. 위에는 수질(首絰, 짚에 삼껍질을 감은 둥근 테)을 눌러 쓴다. 굴건은 3번 주름을 접되 참최(斬衰), 재최(齋衰), 대공(大功)은 주름이 오른쪽으로 향하도록 하고, 소공(小功) 때는 왼쪽을 향하도록 한다.
"문화콘텐츠 무단 복제, 막을 방법이 없어요"
콘텐츠는 현재 웹사이트를 통해 문자, 이미지, 2D와 3D 그래픽, 동영상, 플래시애니메이션 등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3월 셋째 주부터 일부 콘텐츠는 유료로 전환할 예정이다. 김 연구원은 콘텐츠의 활용 방안에 대해 깊은 고민을 털어놨다.
"콘텐츠는 복식 및 미용 관련 학과에서 멀티미디어교재로 활용할 계획이에요. '고전머리 특별전시회'와 지방자치단체 축제, 패션쇼와 전통공연예술계에도 접목할 생각이고요. 하지만 웹사이트를 통해 내용을 공개하다 보니 저작권 보호가 무척 어려운 실정이에요. 현재로서는 힘들여 개발한 결과물을 무단으로 복제해 가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거든요."
콘텐츠 개발을 총괄 책임졌던 중앙대 사학과 박경하 교수는 문화콘텐츠의 활용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다.
"현재 콘텐츠는 문화가 들어가면 문화관광부가,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면 정보통신부가, 또 콘텐츠를 판매하면 산업자원부가 담당하는 식으로 삼원화돼 있습니다. 문광부와 정통부가 긴밀하게 협조하는 데에 산자부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합니다. 문화콘텐츠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정부가 멀리 내다 보고 장기적인 투자를 해야 합니다. 콘텐츠 수익은 그 다음 문제입니다."
박 교수는 개발책임자이면서도 의외로 정부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했다. 그는 "정부가 앞장 서서 문화콘텐츠 개발를 지원한 것은 불과 6년 밖에 안 됐다"며 "기본 바탕이 없는데 정부에 성과만을 요구하는 것은 개발업체의 지나친 욕심이다"라고 밝혔다. 지금은 정부가 산업화와 마케팅을 고민하기 시작하는 시점임으로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머리모양에는 혼인여부, 계급, 부, 효, 결연, 주술적 성격도 담겨
머리모양새에는 다양한 전통이 담겨 있다. '미혼은 댕기머리, 기혼은 상투와 쪽머리'처럼 머리모양새를 보면 혼인여부를 알 수 있고, 어여머리 등은 계급과 부의 차이도 보여준다. 또한 '신체발부 수지부모(身體髮膚 受之父母)'라 하여 효를 상징하기도 하고, 최익현 선생이 단발령에 반대하며 "내 머리는 자를 수 있을지언정 머리카락은 자를 수 없다"고 말한 것에서는 결연함을 엿보게도 한다.
머리모양새는 세시풍속과 주술적 행위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현재까지도 5월 단오와 6월 유두날이 대표적으로 전해오는데 5월 초닷샛날은 나쁜 귀신을 쫓는다는 의미로 창포를 끓인 물에 머리를 감고, 6월 보름날은 불길한 것을 씻어내고 여름의 더위를 막기 위해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머리를 감는다.
'칠흑같이 검고 삼단 같은 머리채'라는 머리에 관한 최상의 수식어는, 숱이 많고 윤기 있는 검은 머리는 여인의 영양상태와 출산능력까지도 짐작하게 해 결혼을 앞둔 처녀들은 칠월칠석날 꼭꼭 땋았던 머리를 풀어 감았다. 중매쟁이들은 이때 빠진 머리카락을 훔쳐가 출산능력을 점치기도 했다.
김 연구원은 "강대영 한국분장대표가 '분장 및 전통머리 분야' 고증을 담당했는데, 강 대표는 영화 <왕의남자>에서도 분장과 머리를 총괄했다"며 "이처럼 머리모양새 콘텐츠는 이미 문화산업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고, 앞으로 그 활용범위는 더욱 넓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콘텐츠의 힘은 생각보다 강력하다는 것이다.
예전 같지는 않겠지만 머리모양새는 지금도 신분과 성별을 어느 정도 드러낸다. 미스코리아로 대표되는 미인선발대회 참가자들의 머리가 그렇고, 군인머리, 희화화되곤 하는 조폭의 깍두기머리, 아줌마 파마머리, 학생들의 단발머리, 처녀들의 긴 생머리 등이 그렇다. 또한 대통령 머리모양이 주목을 받는 등 머리모양새는 현재도 많은 이야기 거리를 만들고 있다. '전통 머리모양새와 치레거리'에 담긴 콘텐츠가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새롭게 만들어 낼지 자못 흥미롭다.
| | 어염족두리, 첩지, 몽수, 참최는 뭐야? | | | | '전통 머리모양새와 치레거리'는 낯선 단어들이 많이 나온다. 웹사이트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용어사전을 제공하고 있다. 기사 중 언급됐던 몇몇 용어에 대한 설명이다.
어염족두리 : 어여머리의 밑받침으로 사용하던 족두리. 검정 공단 8조각을 붙여 만든 속에 솜을 넣은 후 허리를 실끈으로 조여 만든다. 예장할 때 머리 앞부분에 얹고 잘록한 부분에 어여머리를 올린다.
첩지 : 조선시대 왕비를 비롯 내외명부가 머리를 치장하던 치레거리의 하나. 장식과 형태, 재료에 따라 신분을 나타내기도 하였고, 예장할 때 화관이나 족두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봉잠/떨잠 : 머리에 꽂는 치레거리의 하나. 조선시대 왕비 이하 상궁들이 예복을 입고 큰머리나 어여머리를 할 때 꽂았다. 머리 중앙에 꽂은 것을 선봉잠, 양 옆에 꽂은 것을 떨잠이라 했다.
몽수(蒙首) : 고려시대 부녀자들이 외출할 때 사용하던 쓰개의 하나. 얼굴만 보이도록 하고 내려 덮는 것인데 3폭의 검은 비단에 길이가 8척이어서 땅에 끌린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짧은 모양으로 변해 ‘개두’라 불렸다.
참최/재최/대공/소공 : 상주를 비롯한 집안사람들이 갖추어 입는 상복 구분. 참최(斬衰) 3년은 아들이 아버지를 위해 입는 복이다. 역시 3년인 재최(齋衰)는 아들이 어머니를 위해서 입는 복이다. 대공(大功) 9월은 종형제와 종자매를 위한 복으로 이미 시집간 손녀와 적자가 있을 때 장손을 위해서도 같다. 소공(小功) 5월은 증조부모, 제종형제를 위해서 입는 복으로,외조부모와 외숙에게도 같다. / 최육상 | | | | |
덧붙이는 글 | 중앙대 '전통 머리모양새와 치레거리' 콘텐츠 자료 열람
http://hair.culturecontent.com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