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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에 대한 의혹 보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가운데 '3·1절 골프'를 다룬 신문들의 보도 행태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사장 이명순, 이하 민언련)은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양산, 최연희 성추행 물타기인가'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신문들의 '3·1절 골프' 관련 보도와 의제설정 왜곡을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해찬 총리의 '3·1절 골프'가 부적절한 처신이며, "이 총리가 3·1절에 골프를 쳤다는 사실 외에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이 드러난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민언련은 언론이 "의혹을 파헤치는 것과 근거 없이 부풀리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며 신문의 '3·1절 골프' 보도가 구체적인 근거 없이 "골프로비 미수사건" 등으로 섣불리 부풀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민언련은 신문들이 '3·1절 골프'와 관련한 의혹을 확대과장해 쏟아내면서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을 비롯해 여당이 환노위에서 무리하게 통과시켰다가 흐지부지된 비정규법안, 철도노조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 등 '3·1절 골프'를 전후로 한 중요 현안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희석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최연희 성추행 기사' 4건, '골프파문 기사' 32건

일례로 민언련은 신문들이 '3·1절 골프' 관련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 3월 4일부터 성추행 관련 보도가 급격하게 줄었으며, 특히 일부 보수신문들의 지면에서는 최 의원의 성추행 관련 기사를 찾아보기도 어렵게 됐다고 주장했다.

논평에 따르면 <동아일보>는 최 의원의 성추행과 관련한 보도를 2월 27일부터 3월 8일까지 단 4건 보도했으나 '3·1절 골프'와 관련해서는 3일부터 8일까지 5일동안 무려 32건의 기사를 실었다.

한편 민언련은 '3·1절 골프'와 관련해 아니면 말고 식 의혹 제기를 주도하고 있는 신문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 일부 신문이며, 이들 신문의 의혹 제기가 주로 "연관성이 분명하지 않은 각각의 사실이나 주장들을 묶어서 '골프 의혹'으로 만드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런 신문들의 보도를 통해 "의혹의 '근거'들이 제시되는 것이 아니라 의혹에 의혹이 덧붙여지며, 이렇게 의혹만 부풀려 놓고 '3·1절 골프'를 '골프 로비 미수 사건'으로 단정하는 경우까지 벌어진다"고 비판했다.

한편 민언련은 8일까지 신문들이 '3·1절 골프'를 '로비 미수 사건'으로 확대해가는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의 핵심을 ▲골프 비용의 출처에 따른 이 총리의 공직자윤리 문제 ▲Y제분 류 회장의 로비 여부 ▲이기우 차관이 이사장으로 있었던 교원공제회 자산 투자 과정의 외압 여부 등으로 꼽으며 "신문들의 보도만으로 류 회장의 로비 의혹이나 교원공제회의 주식 매입 과정의 외압 의혹은 별다른 근거를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신문들은 '2월 28일 공정위의 Y제분 과징금 결정 - 3·1절 골프 - 3월 2일 공정위의 과징금 발표'라는 흐름만으로 "이 총리와 Y씨가 공정위 조사와 관련한 '모종의 대화'를 나눴는지가 궁금한 대목", "R회장이 1일 이 총리와 골프를 치면서 공정위 제재와 관련한 얘기를 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는 등의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의혹을 확대해가고 있다는 것.

또 다른 사례로 민언련은 교원공제회가 S식품의 주식을 매입해 손실이 발생한 것을 두고 조선일보가 '84억 손해보며 영남제분 밀어준 의혹'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것도 지적했다. S식품이 Y제분의 거래처라는 이유로 'S식품 주식 매입=영남제분 밀어주기'로 규정하고 교원공제회가 Y제분을 밀어주려다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단정하면서 의혹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이 총리와 함께 골프 친 인사'의 '이혼한 아내'의 범죄사실까지 보도

한편 민언련은 이들 신문이 "'골프 의혹'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고 인권침해의 소지마저 있는 불필요한 사실까지 무분별하게 보도하고 있다"며 Y제분 류아무개씨의 이혼한 전 부인 보도를 예로 들었다.

보수신문들이 류씨의 전 부인이 살인교사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있다는 사실을 '3·1절 골프보도'에 끼워 넣었다는 것. 민언련은 류씨가 "이 총리와 골프를 쳤다는 이유만으로 이혼한 아내의 범죄사실까지 보도되는 것은 지나치다"고 꼬집었다.

선정적인 보도, 부풀리기 보도 경향도 문제로 지적됐다

동아일보는 4일 <3월 1일 부산 골프장서 무슨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는데, 민언련은 이 기사가 이 총리가 골프장에 도착해서 귀경할 때까지의 과정을 시간대별로, 그림까지 그려 부각했으나 정작 그 내용이 "이 총리의 골프백과 옷가방을 경호원들이 직접 챙겼고 경호원과 도우미 외에 다른 직원의 접근을 막았다거나, 골프를 마친 후 클럽하우스 별관에서 점심식사를 했다"는 등 별다른 것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또 조선일보의 7일 기사 <'3·1절 골프' 무슨 말 못할 사정 있기에…>는 이 총리와 골프를 친 기업인들, 골프장 관계자, 부산 지역 '정보 관계자'들이 기자들의 취재에 응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마치 뭔가 큰 비밀을 감추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고 쓰면서 의혹을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이같은 일부 보수신문들의 '3·1절 골프' 보도가 '여기자 성추행' 보도와 대조적이라며, 특히 "성추행 보도와 180도 달라져 '의혹 부풀리기', '의혹 부각하기'에 앞장서고 있는 동아일보의 보도에는 정략적인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고 꼬집고, "혹시 최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으로 절친한 한나라당에 '결과적으로' 부담을 준 것을 사죄라도 하겠다는 것이냐"고 추궁했다.

민언련은 이 총리의 부적절한 처신과는 별개로 "'구린'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단순히 사교목적으로 이 총리를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동아일보)는 식으로 의혹을 던져놓고 "'3·1절 골프'에 참석한 모든 인물들의 이력과 얽히고설킨 관계를 연결시켜서 '로비 가능성', '외압 가능성'을 제기하고 서로 핑퐁식으로 주고받으며 '의혹'을 기정사실화하는 못된 보도행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거듭 비판했다.

민언련은 신문들에게 이 총리를 둘러싼 비리 의혹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근거를 갖고 제대로 보도하고 아울러 '골프' 때문에 뒷전으로 밀려난 '최연희 여기자 성추행 사건 후속보도'를 비롯해 중요 현안들을 제대로 보도하라"고 촉구했다.

덧붙이는 글 | 김유진 기자는 민언련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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