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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9일 내가 가입해 있는 인터넷 카페가 아침부터 시끌시끌하다. 바로 '추적60분' 때문이다. 지난 8일 KBS 2TV '추적60분'은 과자의 유해성을 고발한 '과자의 공포- 우리 아이가 위험하다'를 방송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과자가 아토피에 미치는 악영향을 임상실험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줬다. 타르계 색소, 표백제 등 과자에 들어가는 식품첨가물 7종을 아토피 환자 22명을 대상으로 피부 반응을 검사한 결과, 21명이 1가지 이상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 과자가 아토피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
물론 제과업계는 방송 전에도 KBS를 항의 방문해 반론 보도문을 전달하고 방송 내용이 부당하다며 언론중재위 제소 등 대책을 논의중이라고 한다.
아마도 '추적60분'을 많이들 본 모양이다. 나도 사실 '추적60분'의 내용을 카페 게시판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덕분에 시청할 수 있었다. 아이를 둔 주부들의 모임이다 보니 그러한 내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은 다 똑같으니까 말이다. 방송이 끝난 다음날 아침부터 카페 게시판에는 집에서 만드는 간식거리를 소개하기도 하고, 과자를 먹이지 않겠다고 하기도 하고,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들의 고통에 대해 이야기 하기도 하고, 이런 저런 내용이 많이 올라왔다. 그런데 저마다 하는 말은 똑같았다.
"그럼 대체 아이에게 뭘 먹여야 하나요?"
몸 긁어대는 우리 아이... 혹시?
사실은 나도 요즘 걱정이 생겼다. 여름이도 부쩍 몸을 자주 긁어대기 때문이다. 몸을 긁어대는 여름이를 볼 때마다 애가 탄다. 어쩌면 여름이가 몸을 긁어대는 이유를 어느 정도 짐작을 하고 있어서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사실 주변에서는 아주 쉽게 아토피가 심한 아이들을 볼 수 있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아토피 증세가 전혀 없던 여름이가 참 다행스러웠다.
그런데 일 년 전쯤부터 우리 여름이에게도 조금씩 아토피 증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처음엔 팔에 조그맣게 한 군데가 버짐 핀 것처럼 건조해지더니, 시간이 흐르며 한 군데 한 군데 그 부위가 확대되었다. 지금은 꽤 여러 군데 아토피 증세가 보인다.
여름이가 어릴 때 나는 일반 슈퍼에서 파는 과자나 사탕 따위의 군것질을 전혀 시키지 않았다. 다행히 여름이를 돌봐주시는 친정 부모님도 많이 도와주셔서 가능했다. 여름이는 어릴 때 그런 군것질거리 대신 감자나 고구마, 혹은 옥수수 삶은 것을 간식으로 먹었다. 그리고 누룽지나 검정콩 볶은 것을 먹었다.
과자의 맛을 알아가는 아이, 어쩌죠?
외출을 할 때도 집에서 준비한 간식거리를 싸가지고 다녔다. 나는 일찍부터 과자나 사탕을 먹여서 좋을 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름이가 어릴 때부터 과자나 사탕 같은 것들을 먹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건 우연히 읽게 된 한 권의 책 때문이었다.
엊그제 '추적60분'에도 소개된, 전직 과자업체 간부가 쓴 그 책을 읽고 나니 슈퍼에서 파는 가공식품은 아이들에게 절대 먹여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 책에서는 라면이나 과자 등에 든 설탕, 방부제, 트랜스지방산 등이 만병의 근원이라며 "과자는 독"이라는 충격적인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이 책은 9쇄 8만 부를 찍을 만큼 큰 충격을 가져왔고 엄마들에게 자녀들의 식습관을 바꾸게 하는 '직접행동'에 나서게 했다.
더구나 나에게 건강상의 문제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더욱 더 올바른 먹거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 올바른 먹거리의 생활을 잘 하고 있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일 년 전까지만 해도 여름이가 아직 어려서 외출하여 다른 친구들을 만날 기회가 적어서인지 집에서 만든 간식거리면 대개 만족을 했다. 그런데 점점 자라고 또래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서 집에서 만든 먹거리가 아닌 다른 먹거리, 즉 과자의 맛을 알게 되었다. 함께 만나 어울려 놀면서 펼쳐놓은 과자를 먹이지 않기는 참 힘든 일이다.
그렇게 한 번 두 번 입맛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여름이도 이제는 종종 과자를 찾게 되었다. 그런데 여름이 역시 그렇게 과자를 먹은 다음날은 어김없이 몸을 더 긁어댔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이면 과자를 주지 않으려 애쓰고, 그런 것과 상관없이 여름이는 먹으려고 애쓴다.
과자, 그래도 괜찮으니까 판다고?
사실 나는 평생을 아이에게 과자를 먹이지 않고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러기에 과자는 너무 쉽게 대할 수 있는 간식이기 때문이다. 아주 안 먹일 수는 없으니 최대한 노력해서 되도록이면 먹이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과자류를 먹을 때마다 아토피가 심하게 올라오고 괴로워하는 여름이를 위해서도 더 먹이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친구들을 만나거나 친척들을 만나거나 할 때 내가 과자를 왜 먹이지 않으려고 하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대부분 나에게 하는 말은 똑같았다.
"나도 나쁜 건 아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아이 먹일 것 하나도 없어!"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괜찮으니까 팔겠지."
그런데 나는 오늘 TV의 위력을 실감했다. 그 프로를 본 친구들과의 통화에서 친구들은 다들, "진짜 아이 먹일 거 하나도 없다, 도대체 뭘 먹여야 하니, 그렇게 나쁜 걸 왜 만들어서 파는 거니"하며 흥분하며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심각하게 영향이 있을줄 몰랐다고 했다.
아무래도 나는 지금까지처럼, 고구마와 감자를 삶고, 콩을 볶고, 누룽지를 눌려야겠다. 그리고 아직 완전히 변하지 않은 여름이의 입맛을 지켜줘야겠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과자를 만드는 업체들에 말하고 싶다. 몸에 좋지 않은 색소 및 첨가제! 이런 것 좀 제발 넣지 말고 과자를 만들어 달라고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과자에 들어가는 첨가물 등에 대한 의혹을 밝히고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나서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요즘 여름이는 할아버지와 공원 산책하는 걸 참 좋아합니다. 할아버지는 공원 가는길에 슈퍼에 들러 군것질거리를 사주시기 때문이지요. 제가 사주지 말라고 말씀을 드려도, 사달라고 조르는 여름이의 청을 거절하는 게 더 힘드신 모양입니다. 그래도 다시 잘 말씀드려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