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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관찰하고 있는 콜먼씨. 콜먼씨 옆에서 쌍안경을 들고 있는 사람이 부인 코노미 키쿠치씨이다.
새를 관찰하고 있는 콜먼씨. 콜먼씨 옆에서 쌍안경을 들고 있는 사람이 부인 코노미 키쿠치씨이다. ⓒ 하호-마용운
서울을 떠나기 하루 전날인 4일. 옥수역에서 중랑천으로 걸어가는 콜먼씨 부부의 걸음은 무척이나 가볍고 즐거워 보였다. 투명하고 맑게 빛나는 초봄의 햇살이 탁한 물길 위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곧 서울을 떠나 먼 여행길에 오를 겨울철새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넓고 큰 부리로 물을 걸러 먹이를 먹는 넓적부리
넓고 큰 부리로 물을 걸러 먹이를 먹는 넓적부리 ⓒ 하호-김태균
4일 관찰한 종은 넓적부리, 청둥오리, 댕기흰죽지, 재갈매기 등 총 19종. 가장 많은 개체수로 쌍안경 안에 잡힌 것은 고방오리였다. 고방오리는 'Pintail'이란 영어이름에 걸맞게 길고 뾰족한 꼬리를 가지고 있다. 다른 오리류와 마찬가지로 암컷은 어둡고 수수한 갈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으나 머리에서 뒷목까지 어두운 밤색을 띈 수컷은 구별이 매우 쉽다. 회색의 몸 아래 노란색의 띠 또한 수컷 고방오리의 특징 중 하나.

한참 새를 관찰하던 중 회원 누군가 "작년엔 원앙도 봤는데..."라고 말했다. 원앙은 천연기념물 327호인만큼 귀한 새이다. 1년 사이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길고 가는 꼬리를 가진 고방오리(왼쪽), 하늘을 날고 있는 고방오리(오른쪽).
길고 가는 꼬리를 가진 고방오리(왼쪽), 하늘을 날고 있는 고방오리(오른쪽). ⓒ 하호-이병우
중랑천 옆으로 난 길 한편으로는 자전거 도로가 나 있어 주말을 이용해 나들이를 온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러나 자전거 경적 소리와 각종 소음, 상류로 올라가면서 더해가는 악취는 한강의 생태적 복원이라는 문제가 우리에게 놓인 중대한 과제임을 알려주고 있었다.

중랑천을 따라 걸으며 콜먼씨 부부는 내내 새의 모습을 관찰하고 또 카메라에 담기도 했다. 콜먼씨는 중랑천을 본 소감을 이야기 했다.

재갈매기
재갈매기 ⓒ 하호-이병우
"서울 같은 대도시 한 복판에 이런 큰 강이 있고 강으로 들어오는 지천 곳곳으로 새들이 날아오는 것이 매우 놀랍다. 중국에 있을 때 북경 주변의 오염이 심각한 것을 보았다. 서울은 북경에 비해 훨씬 나은 듯하다. 일본인인 아내와 함께 도쿄에도 많이 가 보았다. 고층빌딩만이 가득한 도쿄에 비해 서울은 훨씬 자연스럽고 개방되어 있는 공간인 것 같다. 이런 한강과 강에서 살고 있는 새들이 잘 보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하호의 활동이 앞으로 많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

망원렌즈 안으로 보이는 수많은 겨울 철새들은 이제 곧 먼 길을 떠날 것이다. 하지만 오염된 강에서 여행을 준비하기 위한 먹이를 충분히 찾을 수 있을까? 에너지를 제대로 비축하지 못하고 멀고 험한 여정 길에 지쳐 다시 이 곳 서울을 찾지 않게 되는 건 아닐지.

이제 서울을 떠나 먼 부산으로 향하는 길을 걷고 있는 콜먼씨. 그의 소박한 미소는 한강 위에서 날갯짓하는 새들의 생명을 부활시키라는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그의 말대로 지구는 우리 인간들만의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의 것이다. 콜먼씨가 심어 놓은 작은 나무 한 그루는 큰 희망을 남겼다. 먼 훗날 우리의 후손들이 아름다운 한강 위에서 수많은 새들과 함께 공생하는 꿈이 언젠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희망.

콜먼씨 부부와 하호 회원들
콜먼씨 부부와 하호 회원들 ⓒ 하호-이병우


폴 콜먼씨는 어떤 사람?

지구를 걷는 사람이라고 불리는 폴 콜먼씨는 1988년부터 4만3000km의 길을 걸으며 평화와 환경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2000년부터는 10년 계획으로 유럽, 아프리카, 아시아 일대를 걸으며 1억 그루의 나무를 심고 있다. 지난 세기 동안 크고 작은 전쟁에서 희생된 1억 명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활동으로 나무를 심는 콜먼씨는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평화와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은 2006년 지구의 날(4월 22일)을 기념하여 중국과 한국 일본을 돌며 동아시아 세 나라의 우호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한 것이다. 지난 1월15일부터 시작된 중국일정을 마치고 2월26일 인천항을 통해 입국, 서울을 거쳐 부산까지 걸어 4월9일경 일본으로 떠날 예정이다. / 환경운동연합

덧붙이는 글 | 환경운동연합 소모임 '하호'는 2000년 5월 야생동물 보호와 동물복지 증진을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동물원의 열악한 환경에 대한 탐사를 진행해 온 하호 회원들은 2004년 서울시 조류 탐사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하호'는 서울이라는 거대도시가 생태도시로 거듭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열려 있습니다. http://haho.kfe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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