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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지 말고 말하렴> 표지 사진
ⓒ 두산동아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여러 가지 바람이 있겠지만 좋은 태도와 생활 습관을 가진 아이로 키우는 것을 빼 놓을 수 없을 것이다. 최근 통제 불능 상태에 놓은 아이들을 바로 잡아 주는 TV 프로그램이 큰 화제를 모은 것도 이 문제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큰 가를 보여준 것이리라.

흔히 미운 다섯 살이라 하지만 미운 정도를 넘어서는 경우를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무조건 떼를 쓰기만 하거나 부모의 통제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심지어 무턱대고 타인을 공격하는 폭력 경향에 이르면 지금 당장도 그렇지만 이 아이가 자라 겪게 될 여러 문제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몸에 배인 생활 습관이나 살아가는 자세는 고치기 어렵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원인을 찾아 고쳐볼 기회를 잡기 보다는 현상에만 대처하게 된다. 어떤 경우에는 그 현상에 대한 대처가 개인이 반성하는 차원을 넘어서서 직장에서 해고되거나 법에 의해 처벌받는 결과에 이르기도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나이가 어릴수록 생활 습관을 바로 잡는 것이 쉽다고 한다. 또 이왕이면 처음부터 좋은 생활 습관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하는데 특히 만 2~3세를 시작으로 만 5~7세에 이르는 기간에 탄탄한 기본을 세워 줄 것을 강조하고 있다.

이 시기에 키워줘야 할 것들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과 방법'이라 한다. 떼를 써서는 결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대화를 통해서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아이들은 커서도 원만한 대인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울지 말고 말하렴>(두산동아)은 만 2~3세 정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그림책이다. 울기만 하는 아기 곰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고 말로 표현하는 친구들은 원하는 것을 얻는 과정을 견줘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화로 문제를 풀어가는 습관을 전하고 있다.

아이들이 좋아할 동물 캐릭터와 편안한 그림체가 장점이며 아이들이 떼를 쓰는 다양한 상황이 묘사되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조금 어린 아이들에게는 분량이 좀 길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무리해서 한 번에 보이기보다는 재미있어 하는 부분들을 그때그때 함께 보면 좋겠다. 작게는 스펀지 질감으로 편지를 처리한 것도 마음에 든다.

책만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말고 생활에서 아이가 울기 시작하면 '울지 말고 말하렴'을 꾸준히 강조하고 아이가 울음을 그치고 말로 뜻을 표현하면 그 내용이 좀 황당하더라도 말로 했다는 것 자체는 칭찬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말로 표현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오히려 핀잔을 받게 되면 아이들은 위축되기 마련이다.

<울지 말고 말하렴>은 '베이비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시리즈 1편으로 나와 있다. 대인관계와 자기이해를 중심에 놓고 시리즈가 나왔다는 점은 인상적이고 <울지 말고 말하렴>은 그 기대를 만족시켰다.

하지만 기대를 갖고 기다렸던 시리즈 2편 <싫어 몰라 하지 말고 왜 그런지 말하렴>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2편은 무조건 싫어 몰라 하는 아이에게 부모도 똑같은 행동을 취해 답답하게 만든 뒤에 '그러니까 너도 그러지 마라'하는 구성을 갖고 있다.

흔히 깨무는 아이들에게 버릇을 고친다고 같이 깨무는 부모들이 있다. 이런 경우 아이들은 부모가 기대하는 것처럼 '역지사지'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어른도 하는 것을 보니 깨무는 행동은 해도 되는 구나'로 받아들인다고 한다.

실제 생활에서 2편처럼 행동해 봤더니 아이들이 반성하기는커녕 재미있어 하는 경험을 한 부모들도 제법 있을 것인데 모쪼록 이 시리즈가 이어진다면 1편이 보여 주었던 교육적 가치를 다시 살려 주셨으면 한다.

울지 말고 말하렴

이찬규 지음, 최나미 그림, 애플비(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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