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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 이기원
ⓒ 이기원
ⓒ 이기원
ⓒ 이기원
ⓒ 이기원
걷다가 문득 발걸음 멈추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마른풀 사이로 돋아나는 새싹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황사가 햇살을 집어삼킨 탓에 잔뜩 여윈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녀석을 보고 있으려니 문득 고은 시인의 시가 떠오릅니다.

겨우 우리 봄이 개나리꽃 진달래꽃
슬픈 진달래꽃을 피우려 하는데
무엇하러 청도 장산 부황난 바다 건너
우리에게까지 무더기 무더기 몰려오는가.
우리 봄이 어떤 봄인지 아는가. 어떤 봄 어떤 아이들인지 아는가.
한 되 술 차라리 마시지 않고 가슴팍에 퍼부어 울었느니라.
가슴마다 가슴앓이 그믐달 넋을 묻어두고
우리 봄의 애비 에미 바다에 뜬 아지랭이로 울었느니라.
무엇하러 우리에게까지 몰려와
하룻밤 만리장성으로도 모자랄 봄을 덮어버리는가.
참담하구나. 너희들의 경기 땅 북경 천진이나 황하벌판이나
덮어서
석양머리 호적 소래 틀어막으면 되었지 무엇하러 몰려오는가.
우리 봄이 어떤 봄인지 아는가. 우리 계집들이 몸을 팔아서
몇 만의 몸으로 얻어온 봄인 것을 아는가.
우리 여말 한말 애비들의 철천의 한 땅에 묻고
우리 아이들이 그 땅에 쓰러져서 이룬 봄인 것을
대륙아. 너희들은 모르리라. 우리 개나리꽃 진달래꽃을 모르리라.
아아 머리에 인 것은 황사 뿐! 창대비 쏘내기 맞아
이 흉흉한 황사 바람 다 씻어버려도
우리 울음 우리 울음의 가슴팍 씻게 못하는 것을.
또 무엇하러 우리에게까지 몰려와서
우리 하늘 우리 땅
우리들이 돌아오는 어둑 어둑한 모퉁이들을 다 덮어버리는가.

- 고은, ‘황사 며칠’ 전문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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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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