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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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점심시간, 직장 동료 집들이에 갔습니다. 야간근무를 했던 열 명의 직원들은 낮 열두 시 삼십 분부터 모이기 시작해 오후 세 시가 될 때까지 집에 갈 생각을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방에 있던 손 전화가 울렸습니다. 남편에게 온 문자였습니다.
‘어디야? 보디가드’
출근할 때 직원 집들이에 간다고 이야기도 해 주었는데 무슨 일일까? 기대와 설렘으로 남편 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감사합니다. 00센터 000입니다.”
“웬 문자를 보냈수?”
“지금 어디 있어?”
“와요?”
“...”
“s아파트 직원 집!”
“그래?”
“근데 느낌이 이상하다. 그치?”
잠시 망설이던 남편의 목소리가 시큰둥했습니다.
“사실은 조금 전 동료 직원에게 전화가 왔었어. 엘란트라를 추격할까요? 하는 게 아니겠어? 당신이 남자를 태우고 남원으로 가는 걸 봤다고 말이야.”
“네에? 그래서요?”
“우리 차의 종류와 네 자리 숫자를 정확하게 말을 하는 순간 사실인갑다 했지? 그리곤 눈앞이 깜깜해지더라.”
“어머! 어머! 그런 일이... 그럴 수가?”
“...”
“그래도 그렇지! 설령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신고(?)까지 한 직원은 도대체 누구래요!”
“...”
“바로 추격으로 들어가시지 그랬어요? 그 직원은 어떤 의도로 감히 추격까지 한답디까? 끊어요!”
사실이 아닌 일로 끝은 났지만 부아가 났습니다.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분이 아니었지요. 약속이 있다고 한 후 허겁지겁 주차장으로 나왔습니다. 조금 전 혈압(?) 오르게 했던 우리 집 자동차인 감청색 엘란트라가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호주머니에 있던 자동차 키를 만지작거리며 지난날을 돌아보았습니다.
93년 10월, 초등학교에 다니던 두 아이들도 참여해서 추천이 되었던 자동차가 감청색 엘란트라였습니다. 처음 엘란트라가 아파트 주차장에 오던 날 남편과 시아주버님은 안전 운행을 위해 북어와 돼지머리를 자동차 앞에 놓고 절을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부터 남편의 운전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로 출근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남편은 저에게 면허 취득을 강요(?)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95년 면허 취득 후 운전기사가 되었고, 출퇴근 때마다 남편 회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 무보수의 운전기사도 십 년이 되었지요. 남편회사에서는 가장 오래 된 자동차로 명물이 되었고, 그 유명세(?)는 직원들의 감시(?)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니까 2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함께 근무했던 퇴직 과장이 K시에서 사업을 하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개업식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남편의 회사 K지점에 10년 전(익산에서 살 때) 이웃에 살다 서울로 갔던 분이 승진을 해서 근무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일주일 전에 들었는데 들러서 오기로 했지요.
K지점의 지점장님을 뵙고 이야기를 시작한 지 삼십 여분이 지났을까요? 손 전화가 울렸습니다.
“어디?”
회사 근무 중일 땐 급한 일 외에는 전화를 하지 않던 남편이 다급하게 위치부터 물었습니다.
“K지점에서 지점장님과 차 마시고 있는데?”
“그래? 그럼 방금 들어온 도난 신고(?)가 맞긴 맞네?”
“네? 무슨 말이에요?”
“내가 여기 앉아 있어도 우리 자동차가 어디에 있는지 다 안단 말이다.”
“...”
“방금 K시 00아파트 주차장에 우리 차를 보았다는 직원이 도난당한 게 아니냐고 신고가 들어 왔다네. 이 사람아!”
K지점 주차장이 좁아 근처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를 했는데 전주에서 출장 나왔던 남편의 동료가 걱정이 되어 연락을 했던 것입니다. 사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기분은 좋지 않습니다. 감시당하고 있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즘 자동차를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고민 중입니다. 아직 엔진의 성능이 최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3년 동안 우리 가족의 발이 되어 주었던 애차(愛車)와의 끈을 여기서 매듭지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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