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한국철도공사 사장은 10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인터뷰에서 파업 중인 KTX 여승무원들의 '철도공사 정규직화'는 불가능하다는 원칙을 거듭 밝혔다.
이 사장은 "(여승무원 정규직화는) 누가 이 자리에 있어도 해결할 수 없다"며 "노조 지도부도 이를 누구보다 잘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여승무원들의 정규직화 요구를 하는 것은 민주노총이나 철도노조의 비정규직 투쟁에 (여승무원들이) '꽃'이나 '선봉'을 자임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노조 지도부조차 불가능한 일인 줄 알면서도 비정규직 투쟁을 위한 하나의 지렛대로 이용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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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는 직장이 아니라 전쟁터
우리를 꽃으로 부르지 마세요"
이 사장은 인터뷰 도중 이번 파업이 다분히 '정치투쟁'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이 사장은 "김영훈 노조위원장은 파업 돌입이 운명이라고까지 말했다"며 "파업이 국회의 비정규직 법안 통과와 관련 있다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KTX 여승무원, 계열사 정규직화 제안도 파격이었다"
아울러 이 사장은 공사 측의 '한국철도유통 정규직화' 제안도 파격적이라며 KTX 여승무원들의 업무복귀를 거듭 요구했다. 그는 "철도공사에도 여승무원들과 똑같은 조건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그들도 단체행동을 할 때마다 똑같은 조치를 취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일부 국민들과 언론, 시민단체들이 KTX 여승무원들만 다르게 대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실상을 워낙 모르기 때문이라고 반박한 뒤 "여승무원들에게 다른 계열사의 정규직을 제안한 것도 지나친 특혜시비가 나올 수 있는 배려"라고 말했다.
한편 이 사장은 재임기간 중 철도공사의 조직개편 등 숙원 사업을 이루겠다며 노조의 협조를 요청하기도 했다. 직무진단을 통한 조직개편에 노조가 극단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 그런 노동운동은 이제 끝내야 한다는 것.
그는 "'어떤 경우라도 단 한 명도 감원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는데 노조는 믿지 않고 있다"며 "'도대체 뭘 해달라는 것이냐'고 되물으면 방법이 없다고 하는데, 정말 답답하다"고 호소했다.
다음은 이철 사장과의 일문일답.
- 노조는 철도공사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파업에 돌입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원래 철도 업종 자체가 위험부담이 큰 산업이다. 하루에 바퀴가 60만개씩 굴러간다. 하나만 빠져도 대형참사다. 그런 위험성이 많은데도 우리나라 철도 106년 역사가 수많은 찌꺼기를 남겼다.
이번 파업도 공사 내부 차원의 노사문제는 거의 없다. 거의 노정(노조와 정부) 문제다. 임금 불이익이나 KTX 여승무원 문제 모두 과거의 부정적 유산이다. 새로 불거진 노사문제는 하나도 없다."
- KTX 여승무원들은 아직 미복귀(10일 현재 복귀율 8%) 하고 있다. 철도공사가 처음부터 해결 의지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작년 11월초 취임하자마자 여승무원들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물품판매용) 카트 바퀴가 빠져 교환해 달래도, 명찰이 부서져 교체해 달래도 모두 월급에서 뺀다는 것이다. 인권탄압을 받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대신 사과한다고 꼬박꼬박 답장을 써줬다.
한번은 KTX관광레저(구 홍익회) 홈페이지에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공개적인 답신을 썼다. 곧바로 KTX관광레저 간부들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왜 간섭하느냐는 것이다. 또 여승무원지부 지부장을 만나달라고 호소해서 부담을 무릎쓰고 호프집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근데 나중에 이 만남의 자리조차 '협박하는 자리'였다고 왜곡하더라. 너무 놀라웠다."
"공사 차원의 노사문제는 없다... 노조와 정부 문제일 뿐"
- KTX 여승무원들을 공사 정규직으로 고용할 방법은 아예 없는가.
"공사의 정규직화는 불가능하다. 누가 이 자리에 있어도 해결할 수 없다. 누구보다 노조 지도부가 잘 안다. 그럼에도 정규직화 요구를 하는 것은 민노총이나 철도노조의 비정규직 투쟁에 (여승무원들이) '꽃'이나 '선봉'을 자임하는 게 아닌가 싶다."
- 여승무원들의 투쟁이 결국 비정규직 철폐투쟁의 한 방편이라고 보는가.
"철도노조도 비정규직 투쟁과 '직권중재' 독소조항 철폐투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 그게 옳다 그르다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노동운동은 목표와 절차의 정당성을 갖고 건강하게 자라야 사회에 도움이 된다. (건강한) 노동운동과 지금 우리 공사에서 일어나고 있는 집단행동, 파업은 구분돼야 한다.
확실히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대중을 설득하지 못하는 운동은 운동으로써 기능을 상실한 것이라는 점이다. 파업 전 노조위원장과 마주앉아 인간적인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파업 돌입이 운명이라고까지 말했다. 파업이 국회의 비정규직 법안 통과와 관련 있다는 얘기다."
- 그럼 여승무원들을 KTX관광레저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것은 가능한가.
"그것도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철도공사에도 계열사에도 많은 비정규직이 있다. 그 중에는 여승무원들과 똑같은 법적 지위를 갖고 더 열악한 조건에서 더 핵심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단체행동을 할 때마다 똑같은 조치를 취해야 하는가?
일부 국민과 언론, 시민단체들이 KTX 여승무원만 다르게 대우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실상을 워낙 모르기 때문이다. 여승무원들에게 다른 계열사의 정규직을 제안한 것도 지나친 특혜시비가 나올 수 있는 배려다. 물론 비정규직이 옳으냐 그르냐는 것에 대해서는 나도 의문을 갖고 있다. 하지만 정상적인 노력과 법 제·개정 운동과 이번 파업은 별개다."
- 여승무원들과 노조, 시민단체는 KTX관광레저가 부실기업이기 때문에 고용 자체가 불안정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KTX관광레저가 설립되고 몇달 뒤 오일게이트 때문에 감사원으로부터 감사를 받았다. 그 때 KTX관광레저가 공사운영에 부담을 주는 것 아니냐며 주식을 파는 게 어떻겠느냐는 권고를 받았을 뿐이다. 퇴출 판정은 사실이 아니다. 그 뒤 KTX관광레저는 흑자경영을 하고 있다.
또 여승무원들이 자존심 때문에 물품판매를 못하겠다면 선택적으로 원하는 사람만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도 거부했다."
- 현재 공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채 10조원이다. 어떻게 해결할 계획인가
"부채 10조 문제는 노사를 떠나 우리 가족 모두가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정부는 물론 대통령도 인식을 정확히 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언론에서는 그것을 빌미로 공사와 노조가 입을 맞춰서 국민을 협박한다고 썼다. 터무니없는 얘기다. 그런 부도덕한 경영자가 어딨나. 파업을 미끼로 국민을 협박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런 파렴치한 짓은 안 한다. 국민을 협박하는 게 아니라 철도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감원 없다고 해도 안 믿는다, 도대체 뭘 해달라는 거냐"
- '국민의 철도'라고 말했지만, 최근 장애인 할인율 축소 등 요금체계 개편방안만 봐도 최근 철도경영은 정반대로 가고 있는 듯 한데.
"할인을 더 늘리면 적자가 발생하고 경영평가에 영향을 미친다. 직원들도 실적급을 더 적게 받게 된다. 불이익을 감수하면서까지 할인율을 늘리겠다면 충분히 할 수 있다.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종업원들이 자기 월급 깎아가면서 사회 봉사한다면 누가 반대하겠나. 다만 그것을 요구조건으로 공사와 합의하자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모든 할인율, 모든 역의 운영에 대해 전부 노조와 합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경영권과 관련된 문제다."
- 재임 기간 동안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두고 있는 것은.
"첫째는 부채 문제를 포함한 경영 정상화다. 조직개편도 병행한다. 둘째는 회사의 조직과 공사 가족들의 자신감 회복이다. 세번째는 남북철도 연결과 그걸 통한 대륙철도 연결사업이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무엇보다 자신감 회복이 먼저다."
- 조직개편이라면 '슬림화' 등 외주사업 확대를 말하는 게 아닌가. 노조는 이를 인원감축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노조는 직무진단을 통한 조직개편에 극단적으로 반대하고 있는데 그런 노동운동은 이제 끝내야 한다.
내가 누누히 이야기했다. '어떤 경우라도 단 한 명도 감원하지 않겠다'고. 그러니까 사장 이야기를 어떻게 믿느냐고 하더라. 만약 내가 떠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그래서 내가 '노사협약을 해주겠다'고 했다. 알다시피 노사협약은 법률보다 우선한다. 하지만 법보다 강한 것을 만들어주겠다고 해도 그것도 못 믿겠다고 했다. '그럼 도대체 뭘 해달라는 것이냐'고 되물으면 '방법이 없다'고 한다. 정말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