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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바도르 달리 작/십자가에 매달리신 성 요한네스의 그리스도/1951
살바도르 달리 작/십자가에 매달리신 성 요한네스의 그리스도/1951 ⓒ 한길아트
신은, 악마는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믿는 자에게만 신은 존재한다. 이 소설의 가장 큰 유산은 환상의 세계에서 일어난 일들이 실제보다 더욱 실감나는 교훈을 준다는 점이다.

마침내 사랑을 쟁취한 악마가 말하는 고백은 정직하기만 하다. "하지만 당신은 알아야만 해.... 내가.... 내가 악마라는 것을 말이야. 내 소중한 알바로, 난 악마야....."

알바로의 꿈에 대해, 악마의 유희에 대해 어머니가 부른 케브라쿠에르노스(악마의 사악한 시도를 물리친다는 뜻을 가짐) 선생은 말한다. "우리의 적은 인간들이 서로를 타락시키기 위해 만들어낸 계략들을 차용함으로써 그 공격방법에 있어 놀랍게도 교묘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이 말은 악마의 교활함이 인간이 만든 계략을 차용한 것이라는 사실에 다름 아니다. 작가의 패러독스가 긴 여운을 남긴다.

"진실과 거짓이 혼합된 모호함과, 휴식과 각성 사이의 비몽사몽의 상태를 조작하게 된 것이지요." 악마 스스로 실체를 보여줬던 마지막 장면에 대한 해석은 곧 이 작품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환상과 실제가 모호한, 현실과 기대가 뒤범벅이 된 사건이 이 소설의 줄거리가 아니던가.

그리고는 악마의 퇴장은 예정된 실패임을 주장한다. "악마로 말하자면, 그의 후퇴는 어쩔 수 없는 숙명이었습니다." 이 대목에 이르면 악마보다 인간이 더욱 사악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바로 앞에서 선생은 "악마가 주장하는 자신의 승리와 나리의 패배는 나리께도 그에게도 한낱 착각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나리께서는 회개를 통하여 그것을 말끔히 씻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라며 신의 구원에 인간의 졸렬한 타락을 기대고 있지 않은가.

신이든 악마이든, 환상이든 실제든 결국에는 우리 자신 안에 있는 것을, 불안을 누군가에게 의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우리에게 알바로는 말한다. "비온데타, 내가 나 자신의 유일한 적이라오."

사랑에 빠진 악마

자크 카조트 지음, 최애영 옮김, 열림원(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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