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노사갈등을 빚고 있는 부천 세종병원에서 13~14일 소화기와 물대포가 등장하는 격렬한 충돌이 발생했다. 성실교섭을 촉구하며 로비농성을 벌이고 있는 보건의료노조와 불법농성을 중단하라는 세종병원이 한판 붙은 것이다.
곳곳에서 소화기와 물대포가 터진 이날 충돌은 양쪽에서 500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전투'였다. 세종병원은 13일 오전부터 외래진료를 사실상 중단한 상태다.
보건의료노조 노동자 400명은 13일 오후부터 세종병원 1층 로비에 모여 병원 직원 100여 명과 밤새 대치하며 충돌했다. 병원 쪽은 앞서 대형컨테이너와 응급차량 등으로 출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노동자들이 병원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으나 30분만에 뚫렸다.
특히 병원 쪽은 이날 노동자들의 병원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소화전에 설치된 소방호스로 물대포를 쏘고 소화기를 분사하는 등 초강경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소화기 가루를 뒤집어쓴 노동자들이 구토 증세와 어지럼증을 호소하며 근처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부상자가 속출했다.
이처럼 한꺼번에 500여 명이 대치한 집회는 1982년 세종병원 설립 이후 가장 큰 규모로, 세종병원 노사분규가 양쪽 모두에게 가장 절박한 현안임을 보여준 것이다.
보건의료노조는 "탄압이 거세면 거셀수록 더욱 강고하고 끈질긴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면서 "파업사태의 빠른 해결을 위해 세종병원은 단체협약 일방 해지를 즉각 철회하고 이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합법적인 노조 활동을 보장하고 노조 탄압을 중단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병원노동자의 경건하고 평화적인 투쟁 열기를 이어가기 위해 14일 오후 부천역에서 세종병원까지 삼보일배 투쟁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병원 쪽은 노조에서 농성과 집회를 중단하지 않으면 대화에 나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교섭의 전제 조건으로 세종병원 노조원과 상급단체 교섭대표 3명만 남기고 모두 병원에서 떠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보건의료노조는 이번 '세종병원 4차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예정대로 15일 오후 4시까지 계속할 방침이어서 추가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