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쪽의 단체협약 일방 해지로 극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부천 세종병원 노사가 마침내 대화의 물꼬를 텄다.
노사는 지난 27일 실무 접촉을 갖고 장기화되고 있는 파업사태를 풀기 위해 31일 오후 4시 세종병원에서 본교섭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2월 9일 교섭 결렬 이후 넉달만의 대화 복원이다.
하지만 서로 입장차가 워낙 커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번 대화국면은 지난 21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이 병원 쪽에 노조와 성실한 교섭에 나서라고 강제한 데 따른 것으로 진정성을 담았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세종병원 노사분규는 노동계와 경영계의 대리전 양상을 띠며 복잡하게 얽혀 있다. 보건의료노조와 민주노총은 파업 초기부터 가세하여 노조를 적극 엄호하고 있고, 이에 맞선 경총과 병원협회는 세종병원 구하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13~14일 결의대회를 위해 모여든 400여 명의 노동자들을 향해 병원이 물대포와 소화기를 쏘며 강제 진압에 나선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노조는 ▲온전한 주5일제 실시 ▲노조활동 보장 ▲부당해고자 원직 복직 ▲단협 일방해지 철회 ▲보직임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매일 집중교섭을 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노조는 또 이사장이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병원 쪽은 ▲주 40시간제 ▲법 테두리 안에서 노조활동 보장으로 맞서며 보직임기제 폐지 등에 대해서는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을 예고하고 있다. 병원은 일주일에 한 번씩 교섭하겠다는 입장이다.
사측 김동기 경영지원본부장은 "단체협약이 해지된 상태라 가능한 빨리 새로운 내용의 단협을 현실에 맞게 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그렇지만 조합원 30~40명을 위해 전체 550명에게 실시하고 있는 주 40시간제를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노조측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정책기획실장은 "비판 여론이 거세지니까 잠시 소나기를 피해 시간을 끌다가 압력이 사라지면 다시 본색을 드러내 노조를 깨겠다는 작전"이라며 "진심으로 대화를 원한다면 이사장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