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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가 갯버들에 깃든 나비 ⓒ 조태용
지리산 계곡과 섬진강엔 요즘 갯버들 꽃이 가득합니다. 졸졸거리는 시냇물 소리와 함께 옹기종기 피어 있는 갯버들은 봄의 소박한 전령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갯버들은 우리나라 어느 계곡이나 강가 어디에서나 흔하게 자랍니다. 버들이라는 이름은 듣기만 해도 정겹고 살가운 느낌이 듭니다만, 버드나무는 축축 늘어진 가지가 긴 머리카락 같다 하여 '귀신나무'라고도 불러 예부터 집안에는 버드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합니다.
▲벌은 꿀이 많은 갯버들을 산수유보다 좋아했습니다. ⓒ 조태용
갯버들은 항상 물가에서 자랍니다. 물을 가까이 하는 나무입니다. 갯버들이 봄에 피는 꽃은 확실하지만, 결코 예쁜 꽃이라 할 수 없기 때문인지 봄을 알리는 꽃인 산수유나 매화 그리고 벚꽃에 비해 주목을 덜 받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 이유는 요즘 사람들이 소박함보다는 화려한 것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강아지풀을 닮은 갯버들 꽃은 버들강아지라고도 불립니다. ⓒ 조태용
그러나 계곡에 피어 있는 갯버들을 곁에 두고 앉아서 살펴보니 나비와 벌들이 쉬지 않고 '윙윙' 거리며 다가옵니다. 옆에 노랗게 피어 있는 산수유 나무가 창피하게 나비와 벌들은 갯버들을 더 좋아하더군요. 아마도 꽃이 크니 꿀도 많은 모양입니다.
겨울 동안 굶주린 배를 채우기엔 꿀이 풍부한 갯버들 꽃이 좋은 모양입니다. 사람의 눈으로 보면 꽃처럼 보이지도 않지만 나비나 벌의 눈에는 꽃의 화려함보다는 풍부한 꿀이 최고입니다. 그들이 꽃의 진면목을 아는 것이지요.
▲은바람처럼 흔들리던 갯버들의 군무 ⓒ 조태용
갯버들은 버들강아지라고도 합니다. 그 이름은 아마 꽃의 모양이 강아지풀과 비슷하기 때문에 붙여진 것 같습니다. 사실 갯버들은 꽃만 두고 본다면 강아지풀처럼 보입니다. 강아지풀을 다른 이름으로 개꼬리풀이라고도 하고, 한자로는 구미초(狗尾草)라고도 합니다. 강아지풀을 닮은 갯버들 역시 그리 부르는지는 모르겠지만, 버들강아지도, 강아지풀도 모두 소박하고 정겨운 이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박하고 정겨운 것은 화려한 것보다 눈에 띄지는 않으나 오랫동안 기억되고 생각만 해도 아련하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힘이 있습니다. 투박한 시골 어머니의 손처럼 말입니다.
겨울 내내 회색 솜털로 몸을 보호하고 있다가 따뜻한 봄기운이 몰려 오면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는 갯버들은 분명 봄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꽃임이 분명합니다. 고향 시냇가에 은바람처럼 흔들리던 갯버들의 군무는 그리운 고향을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친구 같은 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번 주말에 가까운 계곡에서 갯버들을 찾아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