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신 : 15일 저녁 7시30분]
오후 6시경 굴삭기 완전 철수... 길고 길었던 대추리의 '봄'
꽃샘추위가 물러가고 오랜만에 봄햇살이 따뜻했던 15일. 그러나 평택 대추리에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됐다. 280만여 평의 들판에서 벌어진, 쫓아내려는 자와 나가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의 다툼은 한 발자국의 양보 없이 치열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올해 연말까지 싸우다보면 주민들도 지쳐 하나둘씩 떠나지 않겠냐"고 말했다. 국방부도 올 1년 동안의 장기싸움을 염두해 두고 있다는 뜻이다.
주민들도 "여기서 죽나, 밖에서 죽나 마찬가지"라며 '결사항전'의 자세를 보이고 있다.
진흙, 김치, 막걸리, 불붙인 짚... 격렬한 저항
이날 오후 대추리 평야에서 치러진 한바탕 다툼은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70대 할머니가 실신했던 도두리 쪽에서는 오후 5시께 다시 큰 몸싸움이 발생했다. 대추리 일대 곳곳에서 경찰과 주민들의 다툼이 일어난 오후 5시. 경찰은 주민들과 범대위 관계자들이 흩어진 틈을 타 굴삭기 두 대에 올라탄 사람들을 한 명씩 연행하기 시작했다.
연행된 이들은 휴대폰으로 긴급하게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순식간에 도두리쪽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이미 굴삭기 한 대에 올랐던 사람들은 모두 연행된 상태. 평택시 팽성읍 도두리가 고향인 가수 정태춘씨도 굴삭기가 파놓은 구덩이에 들어가 시위를 벌이다 연행됐다.
긴박하게 도두리 쪽에 모인 사람들은 굴삭기 한 대를 에워쌌고 진흙을 던지기 시작했다. 경찰은 재빨리 방어에 들어갔다. 그러자 주민들과 대학생들은 논에 뿌려져 있던 짚을 모아 경찰 저지선 앞에서 불을 붙였다. 불길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번졌다. 경찰은 뒤로 후퇴했고, 흥분한 사람들은 불붙은 짚을 경찰에 던지기도 했다.
주민들은 경찰들에게 진흙과 김치를 던지고 막걸리를 뿌리기도 했다. 김치 국물과 진흙으로 만신창이가 된 경찰들은 "그만 좀 하라, 흙 던지지 말라"며 고통스러워했다. 주민들과 범대위 관계자들도 경찰의 몸싸움 과정에서 넘어져 온몸에 진흙을 뒤집어썼다.
국방부 "주민들도 차츰 지치지 않겠나"... 장기싸움 될 듯
결국 주민들의 극렬한 저항에 오후 6시경 굴삭기 두 대는 황급히 현장을 떠났다. 계속 뒷걸음치던 경찰도 끝내 강제연행으로 맞섰다. 대규모 폭력사태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한때 불길 속에서 전경과 대학생들이 넘어지는 위험한 상황도 벌어졌다. 여기저기서 비명과 욕설이 끊이지 않았다.
해질녘 대추리 평야에는 "저 놈 잡어!", "끝까지 따라가서 연행해!"라는 경찰들의 고함소리, 그리고 "왜 연행하냐, 놓아라!"라며 연행을 거부하는 주민과 대학생들의 소리로 시끄러웠다.
그때 안성천 주변에서 노닐던 철새 수 백마리가 이들 머리 위로 "끼룩, 끼룩" 울며 날아갔다. 대추리 평야 바로 옆 미군기지 K-6에서는 헬기가 연신 오르고 내렸다.
평택대책위쪽은 연행자가 총 40명으로 늘어났고, 나이가 많은 마을 주민 4명은 현재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대추리 농민들은 오는 17일 대규모 논갈이 행사를 강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4신 : 15일 오후 5시40분]
굴삭기가 또 움직인다... 다시 시작된 농지 뒤엎기 작업
오후 2시께부터 잠시 평화로웠던 대추리 평야가 다시 부산해졌다.
국방부는 오후 3시30분께부터 도두리 방면에 이어 내리 쪽에 굴삭기 두 대를 이용, 농지를 뒤엎는 작업을 하고 있다. 굴삭기 주변에는 경찰병력 200여명이 배치돼 주민들의 접근에 대비하고 있다. 무전기로 상황을 전달받은 대추리 농민들은 급박하게 내리쪽으로 달려가고 있어 충돌이 예상된다.
국방부 관계자는 "오늘은 농지를 뒤엎어 농민들이 트랙터를 이용, 영농작업을 하지 못하게 막는 것에 집중할 뿐 대추분교와 농민들의 주택에 대해서는 어떤 강제집행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추리 농민들은 이날 국방부의 영농작업 차단에도 트랙터 5대를 이용, 안성천 주변에서 논갈이를 하고 있다. 이들의 주변에는 경찰병력이 배치되지 않아 논갈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한편 한바탕 '전쟁'을 치른 도두리 쪽은 현재 잠잠하다. 경찰 병력은 경비에만 열중할 뿐 더 이상의 연행은 하지 않고 있다. 포클레인 두 대에 올라 작업을 막고있던 일부 주민과 인권활동가들은 그대로 있다.
평택대책위 측은 이들에게 음식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이 막아 이들은 점심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경찰 병력들은 도시락을 배달시켜 논에 앉아 식사를 마쳤다.
평택대책위에 따르면 오후 3시 현재 주민 부상자가 3명, 연행자는 모두 11명이다.
[3신 : 오후 2시]
눈물, 고함, 절규... 70대 주민 실신
15일 낮 12시 30분께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던 70대 이은남씨가 실신했다. 이씨는 오후 1시께 119 구급차에 의해 병원으로 후송됐다. 이씨는 질척한 논 위에서 경찰에게 "내 땅에 왜 들어와 이놈들아, 나가! 니들이 뭔데 나를 내쫓는거냐"며 항의하다 쓰러졌다.
현재 도두리 방면 대추리 평야에는 전경 3개 중대 300여명과 사복경찰 50명이 농민들을 한 명씩 연행하고 있다. 전경은 주로 경비를 서고 있고, 사복경찰이 연행을 담당하고 있다.
연행되는 농민들은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연행하는 거야"라며 극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도두리 농민 할머니 5명은 농로 위에 앉아 "왜 농민들만 못살게 괴롭히냐"며 울부짖었다.
몸싸움 과정에서 농민과 경찰, 취재기자들 모두 논 진흙탕에 빠져 만신창이가 됐다. 따뜻한 날씨로 녹은 논은 제대로 걷기 힘들 정도로 질척거린다. 일부 사복경찰은 진흙탕에 빠지는 것을 대비해 장화를 신고 오기도 했다.
전경들도 한숨을 쉬며 "도대체 밥은 언제 주는 거야", "점심이라도 먹고 싸웠으면 좋겠다"고 힘겨움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드넓은 평야에 화장실이 없어 많은 경찰과 기자들이 용변의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
20여명의 사진기자들은 논에 앉아 노트북을 열고 사진을 송고하고 있다. 따스한 봄 햇살이 내리쬐는 대추리 평야는 지금 눈물, 고함, 절규 그리고 경찰들의 고함으로 가득하다.
| | | 대추리 평야 280여 만평.... 경찰 "어찌하리오" | | | |
| | ▲ 15일 오후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에서 주민들과 인권활동가들이 논을 파헤치는 포크레인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현장으로 들어가려는 노동자들을 가로막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이걸 어떻게 막나…. 전국의 모든 경찰 다 동원해도 힘들겠다."
대추리 평야를 쓱 훑어보는 50대 경찰 간부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이 간부 눈앞에선 민주노총 경기본부 소속 노동자 20여명과 경찰 1개 중대가 서로 밀고 밀치는 몸싸움을 벌이고 있있다. 몸싸움 장소는 평야에 물을 대는 수로 위 폭 2미터, 길이 15m 다리.
전경들은 노동자들이 평야로 진입하는 것을 막았다. 전경들은 "의쌰, 의쌰"를 외치며 노동자들을 다리 위에서 밀쳐내려고 했다. 노동자들은 "왜 길을 가는데 막느냐"며 항의했다. 이들은 좁은 다리 위에서 뒤엉켜 "나 물로 떨어진다!", "야, 밀지마!"며 아우성쳤다. 다리 2m 아래로는 물이 흐르고 있다.
혼신의 힘을 다한 몸싸움이 일순간 멈추며 일제히 시선이 한곳에 고정됐다. 멀리 평야 남쪽에서 노동자 20여명이 논을 가로질러 유유히 걸어들어온 것. 외부인 출입을 막던 경찰도, 열심히 힘을 쓰던 노동자들도 모두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미군부대 확장 이전지로 정해진 대추리 평야는 280만평이 넘는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평야로 진입할 수 있다. 주민들의 올해 농사를 막으려는 국방부로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날 대추리 평야 현장에 나온 한 경찰 간부는 "이 드넓은 곳을 어떻게 경계경비를 해야하는지 정말 답이 안 나온다"고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 | | | |
[2신: 15일 오전 11시 50분]
국방부, 포클레인 동원해 농지 갈아엎기 시작... '진흙탕' 몸싸움
오전 11시께 평택 대추리 구 대추분교 등 국방부의 수용농지에 대한 법원의 강제집행이 시작되면서 주민과 경찰의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2000여명의 경찰병력과 포크레인 2대이 동원된 가운데 국방부는 오전 11시부터 구 대추분교 앞 농지를 갈아엎기 시작해 깊이 1m, 폭 3m 가량의 구덩이를 파 놓았다.
주민들은 포클레인에 올라가 "작업을 멈추라"며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다. 몇몇 주민은 포클레인 아래로 들어가 자칫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경찰은 우선 포클레인에 올라탄 주민들을 끌어내리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주민들의 저항이 거세지면서 양쪽 모두 진흙범벅이 된 채 밀고 당기기를 거듭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욕설과 고성이 오가고 있다.
현장 주변에서는 노역에 동원될 것으로 보이는 용역업체 직원 100여명이 흩어져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여경들과 119구급차, 소방차도 출동해 있다.
[1신 : 15일 오전 11시7분]
경찰 30여개 중대 집결... 또다시 술렁이는 대추리
| | | 국방부 "농로차단 등 불가피" | | | | 국방부는 15일 오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 일대 수용농지 강제집행에 대해 "미군기지 이전사업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해 불가피하게 농로차단 등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동안 농사가 불가함을 수차례 농민들에게 안내·설득했는데도 일부 주민과 외부세력들이 기지이전 반대 활동 일환으로 올해 농사를 추진, 부득이하게 영농차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명이다.
국방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땅은 법적 절차를 거쳐 이미 국방부로 소유권 이전이 끝났다"며 이같이 밝히고 "오는 10월 기반공사 착수를 목표로 측량, 환경영향 평가 등을 실시하기 때문에 올해 농사가 불가함을 농민들에게 수 차례 안내, 설득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역 주민들은 "땅을 내줄 수 없다"며 올해 농사를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일부 주민이 추진 중인 농사를 방치한다면 계획된 공사 차질은 물론 군용지 관리상 법적 문제 등이 예상돼 영농차단을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 | | | |
미군기지 확장 예정지인 경기도 평택시 팽성읍 대추리가 또다시 술렁이고 있다. 구 대추분교에 대한 국방부의 강제대집행이 시도되면서 강제퇴거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오전 10시30분 현재 대추리 일대에는 경찰 병력 16개 중대(1600여명)가 집결한 가운데 국방부 측이 포클레인을 동원, 대추리 평야로 들어오는 농로를 파헤치고 있다. 경찰은 전날(14일) 오전부터 대추리, 도두리로 들어오는 주요 길목마다 병력을 배치하고 트랙터마다 검문검색을 실시했다.
봄철을 맞아 농민들이 올해 농사 준비를 시작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 평택 주민들은 "올해도 농사짓자"는 구호 아래 오는 16~17일 대추리 일대 논을 갈아엎는 '논갈이' 행사를 준비중이었다.
15일 오전 현재 '평택미군기지확장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관계자와 대추리 주민 100여명은 구 대추분교에 모여 경찰 진입에 대비하고 있다. 이날 국방부는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소유권을 이전받은 구 대추분교를 접수하고 대추평야 일대를 11개 구역으로 나눠 철조망을 설치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