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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회부 소속 한 기자가 최근 '최연희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대응을 촉구하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사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 건물.
<동아일보> 사회부 소속 한 기자가 최근 '최연희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철저한 대응을 촉구하는 글을 사내 게시판에 올려 사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세종로 동아일보사 건물. ⓒ 오마이뉴스 권우성
"왜 동아일보는 가장 상식적이고 시급한 조치를 전혀 취하지 않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동아일보>가 최연희 한나라당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 사건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데 대해 기자들이 반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회부의 한 기자는 지난 주말 사내게시판에 회사 차원의 진상조사와 최 의원에 대한 사법 처벌을 요구하는 글을 올리고 <동아일보>의 적극적인 대응을 거듭 촉구했다. 이 기자는 지난 13일에도 다시 같은 글을 올렸는데, 15일 현재 댓글 40여개가 달리면서 집단적인 움직임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성추행 사건, 모든 과정 낱낱이 진상조사해야"

그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동아일보>가 할 일은 "딱 두 가지뿐"이라고 단언했다. 최 의원에 대한 형사소송과, 성추행사건 발생부터 기사가 작성되기까지 모든 과정을 낱낱이 밝히는 회사차원의 진상조사가 그것.

그는 "사건이 처음 보도된 날(2월 27일) 너무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면서 "최 의원의 범죄를 폭로하는 큼지막한 기사와 함께 <동아일보>가 조직 안에서 취해야 할 조치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빠져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어느 조직에서건 이런 일이 벌어지면 통상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지고, 사건발생 이후부터 모든 진행과정을 낱낱이 조사하고 기록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따라서 그는 "사건발생부터 보도까지 사흘간 전 과정을 기록한 진상보고서가 사내게시판을 통해 공개될 것을 믿는다"고 기대했다.

최 의원을 '파렴치범'이라고 비난한 그는 하루 빨리 <동아일보>가 최 의원의 의원직 사퇴와 형사처벌을 공개적으로 주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래야 "믿지 못할 만큼 끔찍한 일들이 연일 벌어지는 한국 사회를 위해 <동아일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무"라는 것.

그는 <동아일보>의 미온적 대응에 "혹시 한나라당의 치부를 덮어주기 위해서 자사 기자가 입은 피해를 그만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나 의심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면서 최 의원 옹호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한광원 열린우리당 의원의 언어폭력을 비판하는 기사와 최 의원이 지역구 사무실 현판을 교체한 소식 등이 <동아일보> 지면에 전혀 실리지 않은 사례를 들었다. 대부분 신문이 한광원 의원 망언을 비판하던 지난 3일 <동아일보>에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해병대 입소 계획을 다룬 단신 정도가 유일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글과 관련해 <동아일보>의 한 간부는 14일 오후 전화통화에서 "이에 대한 논평은 기자들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심규선 부국장은 "피해자 본인이 법적 처벌을 원하면 하는 것이고, 아니면 하지 않는 것"이라며 "사건 초기 발표한 입장과 변함없다"고 회사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오마이뉴스>는 최연희 의원 성추행 사건 대응과 관련, <동아일보> 사내 파장을 불러일으킨 이 글을 입수해 전문을 싣는다.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있는 최연희 의원. 그는 15일로 16일째 잠적중이다.
성추행 사건으로 사퇴 압박을 받고있는 최연희 의원. 그는 15일로 16일째 잠적중이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최연희(저는 파렴치범에 존칭을 붙일 만큼 성격이 너그럽지 못합니다)의 만행에 대한 동아일보의 초기 대응은 적절했지만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큼지막한 고발 기사에 사설과 속보까지 이어지는 것을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최연희 사건을 대하는 동아일보에게서 여전한 양심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동아일보에 더 큰 기대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저는 동아일보가 단호하고 집요하게 최연희의 목을 날릴 것과 형사처벌을 주장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최연희가 한 짓은 다른 아무것도 아닌 다만 파렴치한 범죄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범죄라는 생각에서 한 발이라도 물러서는 순간 그 행동 또한 돌이킬 수 없는 범죄가 됩니다. 그 범죄에 대응하는 일을 잠시라도 주저하고 조금이라도 단호함을 잃는 순간 그것 역시 똑같이 파렴치한 범죄가 됩니다.

동아일보 스스로를 위해서도 동아일보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집요하고 철저해질 것이라 믿었습니다.

파렴치범들은 대개 손가락질이 빗발칠 때면 꼬리를 내렸다가 하루 이틀 일주일 씩 시간이 지나면 다시 뻔뻔스럽게 고개를 쳐듭니다. 대학시절 친한 선·후배들이 겪는 피해를 곁에서 지켜보면서 모든 파렴치한 사건들이 너무도 똑같이 결론지어지는 것을 수도 없이 봤습니다.

가해자를 단호하게 처벌하는 일이 늦어지고 흐지부지될수록 가해자는 고개를 뻣뻣이 쳐들게 되고 주위에서는 피해자까지 걸고 넘어지는 뻔뻔스런 사태가 벌어집니다. 그렇게 썩어갑니다. 그렇게 썩어가면서 풍기는 악취는 주위 사람들까지 망가뜨립니다. 잘잘못을 가리는 분별력까지 흐리게 만듭니다.

저는 이 사건이 처음 보도된 월요일(27일)에 너무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연희의 범죄를 폭로하는 큼지막한 기사와 함께 동아일보가 조직 안에서 취해야 할 조치가 있었는데 그것이 빠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조직에서건 이런 일이 벌어지면 통상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위원회 같은 것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사건 발생 이후부터의 모든 진행 과정을 낱낱이 조사하고 기록합니다.

최연희 사건은 피해당한 기자 개인의 일이 아니라는 간단한 상식쯤은 존경하는 동아일보의 모든 선배들이 당연히 아실 것입니다. 동아일보처럼 선후배 간에 우애가 깊고 불의와 범죄에 단호한 조직이라면, 당연히 최연희 사건의 발생 당시부터 기사가 보도되기까지 사흘간의 전 과정을 낱낱이 기록한 진상보고서를 만들어 지니(편집자 주:사내게시판)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추행을 비롯한 파렴치한 범죄는 기자 사회와 같은 남성중심적인 조직에서 언제나 있어 왔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지 모르고, 언제고 또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연희 사건은 동아일보 조직 스스로도 조직원들 간의 의사소통 문화를 보다 건강하고 엄격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았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왜 동아일보는 가장 상식적이고 시급한 조치를 왜 전혀 취하지 않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저는 믿습니다. 동아일보가 결코 이 사건을 기자 개인의 문제로 생각하거나 곧 잊혀져야 할 부끄러운 문제로 생각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사건이 처음 보도되고 여성 기자들이 모여서 대책을 논의했다고 들었습니다. 기라성 같은 선배들이 계시기에 당연하고 필요한 조치를 촉구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뒤늦게 이런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그 자리에서 의원직 사퇴 요구에 대해서는 신중히 생각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저는 이 말을 듣는 순간도 그랬고 지금도 여전히 이 말을 절대 믿지 않습니다.

저는 제가 사랑하는 동아일보에 범죄와 범죄자를 피해자보다 먼저 고려하려는 생각을 가진 선배가 계시리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3일 모든 언론들은 일제히 열린우리당 한광원의 언어폭력을 보도했습니다. 국회의원까지 되신 분이 추잡하게도 범죄를 적극 옹호하고 계시다는 기사였습니다. 당연히 저는 동아일보의 신랄한 비판 기사를 찾았습니다. 대부분의 신문에 그 기사가 실렸지만 동아일보에는 그 기사가 없었습니다.

최연희의 범행과 관련한 기사는 같은 날 6면에 찌그러진 단신 하나. 「"당 분위기 바꾸자" 한나라 의원 전원 해병대 입소키로」. 창피하다 못해 웃음이 나왔습니다.

그러나 저는 믿습니다. 동아일보와 선배들에게는 한광원 같은 상식 이하의 국회의원을 비판하는 것보다 더 큰 뜻과 깊은 의견과 가공할 만한 조치가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8일 조간에는 최연희가 의원직 사퇴할 생각 없는 것 아니냐는 기사들이 났습니다. 7일 석간부터 보도됐던 기사입니다. 8일 아침 인터넷에는 최연희가 한 짓을 믿을 수도 없고, 사실이어도 용서할 수 있다는 지역주민대표라는 사람들의 망발이 올라있었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최연희는 9일 째 버티면서 사무실 현판까지 바꿨다고 합니다. 의원직 사퇴할 사람이 사무실 현판을 바꿔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래서 우리 신문, 동아일보를 뒤적였습니다.

"그래도 오늘 쯤이면 한 면 정도를 할애해서 최연희와 그 범죄를 무마하려는 몰상식한 작태를 끝장내고자 하는 기사들이 실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기사는 단신 하나 없었죠.

부끄럽지만 잠시나마 선배들을 의심했습니다. 저는 동아일보가 혹시 한나라당의 치부를 덮어주기 위해서 자기 회사 기자가 입은 피해를 가능하면 이제는 그만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나 의심했습니다.

저는 한나라당이 이 사건으로 당한 망신 때문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불리해질까봐 가슴 아파하거나, 어떻게든 상쇄시켜주려고 절치부심하는 선배들이 혹시 한 분이라도 계실까 의심했습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못나고 소심한 제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겠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하루 빨리 동아일보가 최연희의 의원직 사퇴와 형사처벌을 공개적으로 주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현재의 의원직 사퇴 뿐 아니라 재판으로 끌고가 실형까지 받게 해서 최연희같은 파렴치범을 아예 매장시켜 버리는데 단호하게 나서리라 굳게 믿습니다. 그것이 믿지 못할 만큼 끔찍한 일들이 연일 벌어지는 한국 사회를 위해 동아일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의무라고 믿습니다.

저는 하루 빨리 동아일보가 사건 발생 당시부터 사고 장소에서 오간 모든 이들의 말과 대응 기사가 작성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낱낱이 밝히는 조사보고서를 만들어 지니를 통해 공개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동아일보가 할 일은 이렇게 딱 두 가지 뿐입니다. 저는 제가 믿는 동아일보와 선배들이라면 이 간단한 두 가지를 해 내는데 별 노력이나 시간도 들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범죄에 맞서는 불굴의 의지와 정의로움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동아일보가 다만 최소한의 상식 정도는 남아있는 곳이라는 사실을 세상에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저는 진심으로 동아일보와 선배들을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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