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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15일 개소 5주년을 맞아 '여성장애인 성폭력 실태와 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가 15일 개소 5주년을 맞아 '여성장애인 성폭력 실태와 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 김지숙
또 여성장애인의 성폭력 상담건수도 2001년 1044건, 2003년 1759건, 2004년 3242건, 2005년 4106건(한국여성장애인연합 부설 6개 성폭력상담소 통계결과)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어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도 점점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한국여성장애인연합(아래 여장연) 부설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소장 신희원)가 개소 5주년을 맞아 15일 오후 2시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여성장애인 성폭력실태와 대안모색'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여성장애인의 성폭력 문제에 대한 대책마련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본격적인 토론회에 앞서 여성장애인 자조모임 '날갯짓'은 '여성장애인 성폭력, 이제 그만!'이라는 주제로 성폭력 근절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 퍼포먼스는 여성장애인을 성폭행한 시설 원장이 성폭행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하는 등 여성장애인이 처한 심각한 성폭력 현실을 보여줬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부산여성장애인성폭력 상담소 장명숙 소장이 여성장애인 성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와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 쉼터 방영희 원장, 부산여성의 전화 김경희 회장이 각각 토론을 맡았다.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의 63.6%가 정신지체 장애인

이날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맡은 부산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장명숙 소장
이날 실태조사 결과 발표를 맡은 부산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장명숙 소장 ⓒ 김지숙
이날 발표된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6개소의 여장연 부설 6개 성폭력 상담소에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실시된 1만8519건의 상담 내용을 분석한 결과, 성폭력 상담비율이 74.2%, 가정폭력 6.8%, 성매매 1.5% 등으로 성폭력 상담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여성장애인의 성폭력 문제가 심각함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피해자 유형별로 살펴보면 전체 피해자 1593명 중 정신지체장애인이 63.6%로(1014명)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 부족과 방어능력 부족, 사회적인 판단 부족 등으로 다른 유형의 여성장애인보다 더 심각하게 성폭력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폭력 피해자 중 중졸 이하의 학력이 37.6%, 무직이 30%, 미혼 61.7%, 부모가 장애인인 경우 17%, 평균연령 20세~40세(50%)인 것으로 나타나 여성장애인은 교육기회의 부족, 직업 기회의 부족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에 속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성폭력 가해자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29세 이하 청년층의 비율(13.1%)에 비해 40~60세 이상 중·장년층의 비율이 40.1%로 높게 나타났으며 비장애인 가해자가 55.2%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부산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장명숙 소장은 "많은 수의 가해자가 비장애인으로 여성장애인을 성폭력 하는 것은 약자에 대한 사회적 권력과 여성에 대한 남성의 통제의 기초라고 할 수 있다"며 "특히 성폭력에 대한 인지능력과 대처능력이 미약한 여성장애인을 대상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동네 사람 등 아는 사람에 의한 성폭력 63.8%

가해자의 학력과 직업은 고루 분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가해자 60%의 직업과 학력이 파악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 상담소의 피해자 지원활동에 많은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폭력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친·인척이 10%, 친밀한 관계 4.26%, 동네사람 31.7% 등으로 63.8%가 아는 사람으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집(40%)에서 성폭력 피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해자의 수는 피해자 1명에 가해자 1명이 49.9% , 피해자 1명에 가해자 2~5명이 10%, 2~10명이 13.8%, 미파악 31%로 다수에 의한 성폭력에도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나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같은 상대와 다른 상대에게 여러 번 성폭력을 당한 비율도 37.4%나 차지하고 있어 성폭력 피해가 반복적이고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것으로 인해 불안, 공포, 우울증, 부정적 성 인식의 후유증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장 소장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심리적인 안정을 찾도록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것"이라며 "상담소가 피해자와 가족들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야 하고 법적인 소송지원을 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장 소장이 여성장애인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해 제언한 내용에 따르면 ▲여성장애인 성폭력·가정폭력 전문 상담소 및 보호시설 확충 ▲지역자치단체의 행정시스템 구축과 성폭력예방교육 실시 ▲통합 연계망 구축(의료·법적 지원, 가족지원, 역량강화 지원 등)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친고죄와 성폭력 특별법 등 법 개정 및 폐지 등도 필요해'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의 염형국 변호사는 여성장애인 성폭력에 있어 현행법상의 법적 문제점을 제기했다.

이날 토론을 맡은 염형국 변호사, 김경희 회장, 방영희 원장
이날 토론을 맡은 염형국 변호사, 김경희 회장, 방영희 원장 ⓒ 김지숙
염 변호사는 "친고죄(특정 범죄에 대해 고소가 없으면 검사가 공소를 제기할 수 없게 되어 있는 범죄)의 규정이 피해자인 여성의 의사여부에 따라 처벌여부가 결정되어 피해자에게 과도한 심리적 부담을 주는 등 가해자에게는 형사 처벌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지를 인정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성폭력 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이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염 변호사는 "성폭력 특별법 제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항거불능' 개념에 대한 대법원의 해석이 평등의 원칙에 반할 소지가 있으므로 조속히 변경되거나 법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폭력 특별법 제8조는 신체장애 또는 정신상의 장애로 항거불능(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인 상태에 있음을 이용하여 여자를 간음하거나 사람에 대하여 추행한 자는 형법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염 변호사는 재판 과정에서 발생하는 정신적인 고통 등의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수사기관과 법원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적 교육 및 장애인 인권교육이 반드시 실시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성장애인 성폭력 문제, '사회 각계 각층에서 대안 마련해야'

이어 부산여성의전화 김경희 회장은 "우리 사회에서 여성 장애인은 가부장적인 사회 문화적 환경 속에서 여성과 장애인으로서 생활 전반에 걸쳐 각종 차별과 편견 속에서 살고 있다"며 "사회 각계 각층에서 관심을 가지고 함께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날개짓'이 여성장애인의 성폭력을 몸짓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앞서 '날개짓'이 여성장애인의 성폭력을 몸짓으로 보여주고 있다. ⓒ 김지숙
김 회장은 ▲여성장애인의 사회적 이미지 증가와 능력 증진 ▲교육기회 제공 ▲보호시설 입소기간 연기, 장기시설 마련 ▲여성장애인을 위한 가정폭력상담소와 피해자보호시설 등을 확충해 성폭력을 예방하고 근절해 나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서울여성장애인성폭력쉼터 방영희 원장은 "성폭력 피해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고 있고 피해자 가족들 중에 또 다른 장애인이 있어 부모의 장애는 피해자를 잘 돌볼 수 없어 성폭력 피해에 쉽게 노출 될 수 있다"며 "특히 주변 사람들로 인한 피해자가 많은 것으로 보아 피해자의 장애 정도를 충분히 알고 접근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이처럼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피해자가 해마다 증가하고, 피해자 2명 중 1명 이상이 주변 사람들로부터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실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지 능력이 부족한 정신지체 장애인에 대한 성폭력 피해가 63.6%를 차지하고 있는 등 가해자의 수도 피해 여성 1명 당 많게는 10명까지 이르고 있어 이에 따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덧붙이는 글 | 장애인인터넷신문 위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www.with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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