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렴)아리아리랑 스리스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저놈의 가시내 눈매를 보소 속눈만 감고서 입만 방긋(후렴)
저 건너 앞산에 봉화가 떴네 우리 님 오시는가 마중가세(후렴)
달밝네 벽파진에 달이 떴네 배 띄워라 저 건너로 굴따러 가자(후렴)
천리로구나 만리로구나 정든 고향 돌아갈 길이 막연하구나'
이것은 북한에서 부르는 진도아리랑의 가사이다. 남쪽의 가사와 다르지만 재미도 있고, 정감이 있는 내용이다. 아리랑은 우리 겨레의 노래다. 세계 어느 곳이건 아리랑이 들리면 배달겨레는 눈물을 글썽이며 따라 부른다. 아리랑은 어쩌면 우리 겨레가 오랫동안 가장 많이 부른 민요일 것이다. 그리고 가장 많은 종류의 가사와 음률이 있는 노래이다.
얼마 전 발행한 김보희 박사의 논문 '소비에트 시대 고려인 소인예술단의 음악활동'에는 고려인들이 지금도 여전히 아리랑을 비롯한 우리의 민요를 부르고 있었다는 내용이 실려있다.
그러면 북한에서는 어떨까? 혹시 혁명가곡으로 변해있는 건 아닐까? 그것이 궁금하지만 그동안 신나라(회장 김기순)에서는 1999년 이미 '북한아리랑'을 발매한 적이 있었다. 이어서 '남북아리랑의 전설', '아리랑환상곡', '아리랑의 수수께끼' 따위를 계속 내놓았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온 조선족 동포들과 함께 '아리랑낭랑'을 내며, 꾸준히 아리랑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그 신나라가 이번에 5번째 북한 아리랑 음반 '북한아리랑 명창전집'을 내놓았다. 이는 북한이 아리랑으로 인하여 우리에게 조금 더 다가왔음을 의미하는 일일 것이다. 또 남한에서도 북한의 아리랑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좀 더 유연해졌음을 얘기하고 있다. 첫 음반을 발매했던 7년 전만 해도 아리랑 음반을 내기가 쉽지 않았었다고 한다.
남북 체육단일팀 단가를 '아리랑'으로 합의 한지 10년이란 긴 시간이 지난 뒤였는데도 여러 관련 기관을 경유하며, 설득과 재신청을 반복하고 나서야 음반 발매가 가능했다고 신나라 김기순 회장은 회고한다. 그런 점에서 5번째 북한 아리랑의 발매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남북의 통일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문화 교류의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일제의 '민족문화 말살정책'으로 인해 광복 후 우리나라에는 민족 음악의 끈이 끊어진 것과 함께 오랫동안 이어져 온 봉건주의적 사상으로 민요 등의 서민음악을 천시하는 관습들이 남아있었다.
그런 때에 북에서는 '반제․반봉건 민주주의 혁명'이라는 시책을 내놓았고, 음악에서도 '민족음악 건설 방침'을 내놓았다. 그래서 민요를 중심으로 우리의 겨레음악 유산을 발굴하는데 힘썼다. 전문 음악인들은 물론이고 전국적 범위로 예술단체 등에서 '민요 발굴조'를 만들어 수집 작업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재일 '조선예술연구소' 이철우 소장은 말한다.
또 북한은 민요를 수집해서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계승,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서도 힘썼는데 '민요를 잘 알아야 사람들의 감정과 정서에 맞는 조선식의 노래와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서 모든 음악가들이 민요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수집도 하고 민요곡집도 내고 거기에 대한 연구사업도 했다.
그리고 북한의 조선공화국 창건 10돌 기념(1958년) 때에 3천 명이 출연하는 '대음악 무용 서사시'가 상연되었는데 극 중 살길을 찾아 동포들이 동북 지방이나 해외로 유랑하는 장면에서 강응경씨가 부른 '경기긴아리랑'이 많은 인기를 얻었었다고 전해진다.
또 남쪽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단천아리랑(함경북도 단천)', '해주아리랑(황해도)', '온성아리랑(강원도)', '통천아리랑(강원도)' 등도 이때 수집된 것인데 이러한 오랜 민요수집 사업의 결실로 최근 '조선민요천곡집 연구자료집'을 발간하게 된 것이라고 한다. 한편, 2001년 남한 한국방송 텔레비전에서는 북한에서는 인기가 있었지만 경북 영천지방 사람들은 들어보지 못했다는 '영천아리랑'이 소개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남한에서는 잘 부르지 않는 '엮음아리랑(강원도)'이나 '경상도 긴아리랑'을 많이 애창한다고 전한다. 북에서는 김정화씨가 부른 5/8박자의 '경상도아리랑'도 아주 좋아하는데 아마도 남쪽이 고향인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선율은 강원도 메나리조이면서 건드러진 느낌의 '경상도아리랑'이 교향악의 주제로도 많이 사용될 정도로 유명하다.
이번 전집에서는 총 3장의 음반이 나왔다. 첫 음반에서는 최청자의 본조아리랑, 왕수복의 경기긴아리랑, 태영숙의 구조아리랑, 김순영, 석룡진아리랑, 김정화 경상도아리랑, 강응경의 강원도아리랑, 김관보의 경상도아리랑, 김연옥의 밀양아리랑, 국립민족예술단의 혼성중창 아리랑, 석란희의 아리랑, 전통악기반주아리랑 따위가 실려 있다.
또 두 번째 장에는 김종덕의 진도아리랑, 신우선의 밀양아리랑, 국립민족예술극장 남성중창의 강원도엮음아리랑, 국립민족예술극장 여성중창의 원산아리랑, 국립민족예술극장 가야금병창단의 랭산모판아리랑, 계춘이 단천아리랑, 김종덕의 영천아리랑, 헐버트가 채보한 배윤희의 구아리랑, 고명희의 통천아리랑, 김설희의 진도아리랑, 고정숙의 밀양아리랑 등이 있다.
이어서 세 번째는 전인옥의 서도아리랑과 삼아리랑, 렴직미의 영천아리랑, 김옥선의 초동아리랑, 김성일의 단천아리랑, 흥인국의 온성아리랑, 리성훈의 영천아리랑, 리복희의 경상도아리랑, 장애란의 해주아리랑, 국립민속예술단의 영천아리랑, 전통악기반주의 아리랑Ⅱ가 실려 있다.
이 음반에 들어있는 설명서에는 "북한, 아리랑으로 한걸음 다가서다!"라는 신나라 김기순 회장의 인사말이, "분명한 우리 음악의 저편, 북한의 아리랑"이란 한민족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이사의 북한 아리랑 이야기가 실려 있다. 또 재일 '조선예술연구소' 이철우 소장의 '북한 아리랑 명창집' 글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음반에 수록된 가수들의 사진과 간단한 소개가 있으며, 가사와 악보까지 덧붙이는 성의를 보이고 있다.
이 음반을 기획한 재일 '조선예술연구소' 이철우 소장은 "우리는 이번 '북한아리랑명창집'에서 북한의 역대 명창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아리랑은 해방 후부터 전쟁 중에나 전후 복구건설시기에도 불려 우리가 '아리랑민족'임을 다시 한번 새겨 본 기회가 되었다"며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 온 우리의 전통아리랑을 주제로 더 많은 새로운 미래의 아리랑이 창작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우리 겨레의 음악, 그것도 북한의 '아리랑을 들어보자. '아리랑'은 이별의 아픔을 상봉의 기쁨으로, 분단의 고통을 통일의 환희로 만들어준다. 그리고 겨레의 소원인 통일이 이루어지는 그날, 온 겨레가 다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날을 그려본다.
덧붙이는 글 | 시골아이 고향(www.sigoli.com)에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