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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샘 가는 길.
데미샘 가는 길. ⓒ 윤재훈

천상데미로 오르는 길, 수북히 눈 쌓인 빈 의자만 외롭다.
천상데미로 오르는 길, 수북히 눈 쌓인 빈 의자만 외롭다. ⓒ 윤재훈

여기는 지역적으로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원신암 마을 상초막이골이며, 여기서 발원된 물이 3개 도(道) 10개 시(市), 군(郡)을 거쳐 광양만으로 빠져나간다. 길이는 212,3㎞이며 유역 면적은 4,896.5㎢로 우리나라에서 9번째로 긴 강이며, 남한에서 4번째로 큰 강에 속한다.

자, 이제 출발이다. 가다가 넘어져도, 무릅이 깨어져도, 울기 없기!
자, 이제 출발이다. 가다가 넘어져도, 무릅이 깨어져도, 울기 없기! ⓒ 윤재훈

또한 이곳은 천리 길 금강의 발원지하고도 인접하고 있으며, 전체적으로 역 태극의 형상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곳의 물은 사시사철 그 수원이 마르지 않고, 수정 같이 많은 물이 이가 시리도록 차가우며, 물맛도 아주 뛰어나다. 그래서 <택리지>에서도 이곳을 "천하의 가장 살만한 곳"으로 기록하고 있다.

봉황산, 데미샘에서 마지막으로 빠져 나오는 계곡.
봉황산, 데미샘에서 마지막으로 빠져 나오는 계곡. ⓒ 윤재훈

섬진강을 돌아 나오는데 세월 잊는 배 한 척, 낯선 땅에 납작하게 엎드려 서럽게 울고 있었다. 그 위로 장자의 '빈 배' 가 내려앉고 "너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나를 다그치는 것 같았다.

빈 배

다른 이들을 다스리는 이는 혼란 가운데 산다
다른 이의 다스림 아래 있는 이는 슬픔 가운데 산다.
그러므로 요(堯)* 는 다른 이에게 영향을 주거나
다른 이에게서 영향 받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혼란에서 맑음을 얻고
슬픔에서 자유를 얻는 깊은
도(道)와 함께 사는 길이다.
비어 있는 그 나라에서

한 사람이 강을 건너가다
빈 배가 그의 작은 배와 부딪치면
그가 비록 나쁜 기질이더라도
그는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배 안에 사람이 있으면
그는 그에게 피하라고 소리칠 것이다
그래도 듣지 못하면 그는 다시 소리칠 것이고
더욱 더 소리를 지르면서 저주를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이 모든 일은 그 배 안에 누군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
그러나 그 배가 비었다면
그는 소리치지 않을 것이고 화내지 않을 것이다

세상의 강을 건너가는 그대 자신의 배를
그대가 비울 수 있다면
아무도 그대와 맞서지 않을 것이다.
아무도 그대를 해 입히려 하지 않을 것이다

…현자는 말했다
스스로에 마음차하는 이는
쓸모없는 일을 한다
구하고자 하는 마음은 잃음의 시작이고
이름 얻고자 하는 마음은 이름 잃음의 시작이다

사람의 무리 가운데에서
구함과 이름 얻음으로부터 자유롭고
그 속으로 내려와 사라질 수 있는 이는 누구인가?
그는 도(道)와 같이 흘러 다닌다. 뵘 없이
그는 삶 그것처럼 돌아다닌다. 집 없이, 이름 없이
구별함 없이 그는 소박하다
겉모습으로는 그는 어리석은 자이다
그러나 그의 발걸음은 자취 남김이 없다
그는 힘 가짐이 없다
그는 무엇을 이룸이 없다
그는 이름 얻음이 없다
또 그는 누구를 판가름함이 없어서
아무도 그를 판가름하지 않는다

그러한 이가 전인(全人)이다
---그의 배는 비어 있다.


* 요 임금, 높을, 멀 요

(1부 끝)

<이 글은 섬진강을 따라 직접 걸으면서 강이 끝나는 지점까지 연작으로 쓸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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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5년여 세계오지 배낭여행을 했으며, 한강 1,300리 도보여행, 섬진강 530리 도보여행 및 한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습니다. 이후 80일 동안 5,830리 자전거 전국일주를 하였습니다. 전주일보 신춘문예을 통해 등단한 시인으로 시를 쓰며,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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