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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서부지역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7일 안산지방 노동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기 서부지역 건설노조 소속 조합원들이 17일 안산지방 노동사무소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 김장회
민주노총 산하 경기 서부지역 건설노동조합 소속 조합원 100여 명은 지난 17일 오후 5시부터 두 시간 동안 안산지방 노동사무소 앞에서 "노동부는 안산 대우 푸르지오 신축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하라"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대는 지난 10일 대우건설 공사현장 인부 추락사고가 사측이 노조의 안전조치요구를 묵살하고 안전 장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원청사인 대우건설과 하청사인 감로건설이 이번 사고에 대한 은폐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조속한 산재처리를 해야 하며, 전 근로자엔 대한 안전 장구 지급과 안전시설 강화를 요구했다.

안전 장구 없이 일하다 추락

추락사고는 지난 3월 10일 오후 4시30분경 안산 대우 푸르지오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서 양아무개(57)씨와 김아무개씨가 안전장치 없이 일하다가 아파트 9층에서 6층으로 떨어져 중경상을 입었다. 다행히 6층 철근에 걸려 큰 사고는 면했지만, 양씨는 현재 안산 고대병원에서, 김씨는 경각골 골절로 안산 이철정형외과에서 각각 치료받고 있다.

두 노동자는 용역회사를 통해 현장에서 자재정리와 청소일 등을 하는 이른바 '일당잡부'라는 일용직 근로자로, 사고 당시 사측에서 안전 장구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노조 김호중 위원장은 원청사인 대우건설과 하청사인 감로건설이 사고로 다친 노동자들이 하도급인 모 팀장의 피고용인이라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분개했다. 또한 해당 신축현장에선 외국인노동자 불법고용, 조합원 부당해고, 노동조합 활동 방해 등 온갖 불법 행위들을 자행하고 있다며, 노동부에 지속적이고 강도 높은 지도 감독을 요구했다.

사고가 난 곳은 현재 15층까지 골조가 이루어진 상태로 이미 경기서부 건설노동조합이 원청과 하청에 추락 위험성을 알리고 시정을 요구했다고 한다. 또한 사고 나기 전인 지난 2월 28일 안산노동사무소 산업안전과에 위험 상황을 신고, 안전점검을 하여 시정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12월 타동 옥상에서 작업 중 형틀 목공이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는데도 사측이 노동부에 재해신고를 하지 않고 사고 은폐를 시도했다며 노조 측이 안산노동사무소에 고발장을 제출한 상태다.

노조 측은 이번 사고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측과 노동부의 무신경에서 비롯된 사고라며 책임자 문책을 요구하고,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안산지방 노동사무소를 점거농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측, 일부 인정하면서도 "노조의 고소·고발은 보복행위"

인부 추락사고가 난 안산 대우건설 푸르지오 현장
인부 추락사고가 난 안산 대우건설 푸르지오 현장 ⓒ 김장회
이에 사측은 안전장비 미지급 부분은 인정하면서도 노조 측의 고소, 고발 주장이 회사가 단체협약을 해주지 않은 데 대한 일종의 보복 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청사인 감로건설 관계자는 20일 오전 인터뷰에서 관행적으로 안전 장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팀장 도급 역시 관행으로 이뤄져 왔으나 건설법상 불법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노조 측의 안전시설 보강 요구가 있었음도 인정했으나 당시 요구사항이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 사항이어서 실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목수 추락사고 역시 관련 부처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부분도 인정했다. 그러나 이미 충분히 보상했고 사고자와 합의도 했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 역시 은폐하고자 한 것은 아니며, 아직 신고기간(사고시부터 30일)이 남아있고 치료 보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산지방 노동사무소는 이번 산재사고와 노조 주장에 대해 20일 특별감독을 실시, 강도 높은 조사를 시행해 앞으로 안전사고 방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사무소도 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 시위 참여 노동자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한 시위 참여 노동자가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김장회
이번 안전사고는 공사현장의 불법 관행이 원인이 되었고, 특히 하도급(용역 포함) 문제가 근로자의 안전과 경제를 위협하는 존재임이 다시 한번 드러났다. 특히 용역업체는 일용직 임금 중 10%를 소개비로 받고, 매일 지급해야 할 일당마저 지위를 이용해 일주일씩 미루는 등 각종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다.

또한 이번 사고가 하도급 업체의 안전 관리 소홀로 일어난 사고이기는 하나 현장 구조상 원청인 대우건설도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12월 형틀 목공 다리 부상 사고에도 처음엔 "손가락 조금 다친 것이다"라고 하다, 계속 묻자 "들은 바 없다, 하나하나 밑에서 다 보고하진 않는다"라며 책임을 피하기에 바빴다. 하지만 하도급업체가 단독으로 사고를 감춘다는 것은 현장 상황에서 어려운 일이다. 결국 원청사의 이런 안전불감증과 책임 회피가 하도급업체로 이어져 또다른 사고를 부른 셈이다.

상처는 감춘다고 낫지 않는다. 업체들은 산재사고를 보상합의를 내세워 감추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적법하고 정당한 방법을 통해 해결하고 안전사고 방지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사고 방지를 위해 형식적인 관리감독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감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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