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사진보기

어김없이 꽃들이 이겼다. 매서운 바람도, 차가운 눈도 견뎠다. 매화를 선봉으로 산수유, 이제 곧 벚꽃의 차례가 온다. 보성 천봉산 대원사의 풍수상 탯줄에 해당되는 시오리(6km) 벚꽃나무들에 하루가 다르게 물이 오르고 있다.

대원사에서는 벚꽃이 개화하는 시기에 맞춰 영산재를 공연한다. 문화의 세기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새로운 평가와 조명을 받고 있는 영산재는 부처님이 인도의 영축산에서 설법하던 모습을 종합예술로 재연한 불교 전통의식이다.

나라의 태평성대와 조상의 천도를 위해 그 맥을 이어 오다가 일제 침략기 일본의 조선 문화 말살정책의 일환으로 1911년 사찰령 반포와 함께 조선 승려의 영산재(범패와 작법)가 금지되었다.

그러나 1945년 8·15 해방 이후 영남, 호남, 경기를 중심으로 영산재 의식이 복원되고 전승되었다. 1973년 박송암 스님(1915~2000), 장벽응 스님(1907~1985)이 대한민국 무형문화재 제50호 <범패>로 지정되고, 1987년 범패, 범무, 장엄등이 <영산재>라는 명칭으로 통합 지정되었다.

큰사진보기

큰사진보기

영산재는 크게 범패(소리)와 범무(춤), 장엄(무대장식)으로 이루어진다. 진행 순서는 ①시련 ②대령 ③관욕 ④신중작법 ⑤ 괘불이운 ⑥영산단권공 ⑦식당작법 ⑧운수상단권공 ⑨중단권공 ⑩신중퇴공 ⑪ 관음시식 ⑫봉송이다. 대형 괘불과 번등을 걸고, 온갖 곡식과 과일로 공양을 올려 도량을 장엄(장식)하고, 범패와 범무로서 죽은 조상의 혼을 달래어 천도를 하게 하는 영산재는 산자들의 마음까지 흔들어 놓는다.

판소리에 동편제와 서편제가 있듯이 영산재도 영재(영남 영산재), 완재(호남 영산재), 경재(경기도 영산재)가 다른 전승 계보와 특성을 가졌다. 대원사에서 4월 1일부터 5월 13일까지 능화스님(인천시 지정 무형문화재 예능 보유자) 주축의 인천영산회를 시작으로 서울, 부산, 밀양등 전국각지의 영산회 스님들을 초대하여 다양한 영산재를 선보인다.

큰사진보기

이번 행사를 주최한 대원사의 현장 스님은 “벚꽃길이 수자원공사와 산림청 정비사업으로 사람이 걸을 수 있게 아름다운 산책길로 조성하였으며, 이번 영산재 공연을 계기로 호남 불교 무용단 창단을 준비하고 있다”며 “종교를 떠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일반인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큰사진보기

미신이라고 터부시해도 상관없다. 소리와 손짓, 발짓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들 또 어떠한가. 다정한 이와 손을 맞잡고 걸을 수 있는 꽃그늘이 있고, 감동을 느낄 수 무대공연을 감상 할 수 있다면 이 봄, 사찰로의 나들이는 어떠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