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금실 전 장관은 도대체 출마를 하는 것인가, 안하는 것인가. 똑같은 질문과 대답이 지난 연말부터 지루할 정도로 계속되고 있다.
강 전 장관이 이달 안에는 결론을 내리고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으니, 조금 더 기다리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출마여부를 둘러싼 보도가 언론에 이렇게까지 장시간 반복되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물론 강 전 장관 개인 입장에서는 생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대한 결단의 문제이고, 그에 따른 근본적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치판에 본격적으로 발을 딛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서부터, 자신이 서울시장으로서 적역인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선거를 치르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그 고민의 깊이를 조금은 헤아릴 수 있을 듯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결국은 '결단'의 영역에 속하는 문제일진데, 지켜보는 사람들을 지쳐가게 할 정도로 시간을 끄는 것이 바람직해 보이지는 않는다. 강 전장관 개인으로서야 충분한 시간을 갖고 판단해야 할 일이겠지만, 문제는 그로 인해 정치권의 모양이 몹시 우스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장 열린우리당을 보자. 명색이 집권여당이 강 전 장관만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로 출사표를 던진 당내 인사들은 강 전 장관에게 목을 매고 있는 당을 향해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장 후보 경선이 있게되는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다. 현실적으로는 이해가 가지만, 정당민주주의 차원에서 보자면 분명 문제가 있는 상황이다.
열린우리-한나라, 모두 진도 못나가는 상황 지속
강 전 장관 문제는 한나라당과도 연동되어 있다. 강 전 장관의 출마여부가 확정된 이후에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후보문제를 판단하겠다는 것이 한나라당의 입장이다. 그가 출마하느냐에 따라 대항마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러다보니 여야의 두 거대정당들이 강 전 장관만 바라보며 진도를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강 전 장관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의 거취에 종속되어 있는 정치권의 비정상적인 모습이 문제이지만, 그 역시도 현실적인 원인 제공자라는 지적을 받을 소지는 있어 보인다.
때마침 열린우리당에서는 입당시기는 늦을수록 좋다, 막판에 나서야 바람을 탈 수 있다, 경선을 치르면 약점이 노출된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설마 강 전 장관이 선거전략상의 필요 때문에 출마선언 시기를 조절하는 기성정치인 흉내를 벌써부터 내고 있다고 믿지는 않지만, 그같은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결론은 이제 신속하게 밝히는 것이 옳다.
그리고 만약에 출마를 결심한다면 당내 경선은 당연히 치르는 것이 또한 옳다. 경쟁자가 있는한 경선을 치르는 것은 정당민주주의의 기본원칙이다. 경선을 치르면 약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경선을 회피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고 너무 속보이는 모습이다.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후보들에 대한 검증을 충분한 기간동안에 걸쳐 하고, 강점과 약점 모두를 알 수 있기를 원한다. 그리고 그것이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길이다. 그렇게 교과서에 쓰여있는대로 해서 어떻게 선거에서 이길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오해 불식시키려면 결론을 신속하게 밝혀야
하지만 국회에 가서 "(정치는) 코미디야, 코미디"라며 "호. 호. 호." 웃던 강 전 장관이 아닌가. 그가 장관직을 그만 둔 이후에도 인기를 누리고 있는 배경에는, 기존 정치인들과는 다른 '쿨' 한 무엇이 있었을 것이다. 강한 개혁의 마인드를 갖고 있으면서도 너무 비장하지 않은, 그러니까 격식의 파괴나 자유분방함같은 것을 동반하는 문화적 신선감이 그가 누린 인기의 배경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지켜보는 사람들을 지루하게 만들고 있는 작금의 모습은 어쩐지 강금실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조속히 자신을 둘러싼 안개를 거두고 결론을 국민에게 말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만약 출마하기로 한다면 경선을 치르겠다는 입장도 밝혀, '경선불리론'같은 퇴행적 발상을 정리해버려야 할 것이다.
강 전 장관이 좀더 '쿨'하게 움직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자신이 누렸던 인기에 대한 책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