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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억짜리 가건물... 서울시가 짓고 있는 서초구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의 내부 모습.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상 학교터에 건축을 강행했다. 체육관 안에는 코트 3면이 조성돼 있다.
54억짜리 가건물... 서울시가 짓고 있는 서초구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의 내부 모습.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상 학교터에 건축을 강행했다. 체육관 안에는 코트 3면이 조성돼 있다. ⓒ <한겨레> 김태형

이명박 서울시장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황제 테니스' 논란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황제 테니스' 논란과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명박 시장이 추진한 잠원동 테니스장 건립과 관련해 이 시장의 20일 기자회견 설명과는 달리 편법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서초구 잠원동 71-10번지 학교용지(중학교) 13만90제곱미터(3967평)에 총 54억원(서울시 42억원, 서초구 12억원)을 투입, 실내 테니스장 건립을 추진해 다음 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서울시 이명박 시장은 학교용지에 지어지는 잠원동 실내 테니스장에 대해 불법 의혹이 제기되자 "강북에는 창동 실내 테니스장이 있는데 강남에는 그런 시설이 없어 추진하게 됐다"면서 "서초구청이 절차를 밟고 있으며, 여론 수렴을 통해 무리 없이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다르다.

서울시는 2004년 7월부터 잠원동에 실내테니스장을 짓기로 결정하고, 2005년 4월과 7월에 각각 강남교육청에 학교 용지 해지를 문의했다. 유기홍 열린우리당 의원(교육위)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남교육청은 학교용지 해지를 요구하는 서초구청의 문의에 대해 "학교 용지 해지는 서울시 교육감의 권한 사항"이라고 사실상 불가 입장을 밝혔다.

이후 인근 주민들이 체육관 건립으로 인해 학교 용지가 없어질 것을 우려해 민원을 제기하자 서울시 건설안전본부는 2005년 8월 강남교육청에 '학교 건립 계획'에 대해 다시 질의를 하게 된다.

이에 강남교육청은 "취학 인구의 유입이 많고, 노후 아파트 재건축사업이 예정되어 있어 세대수 증가에 따른 학생 증가 추이, 학급당 학생수용지표 조정 등을 연계해 학교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교 용지로 사용하겠다는 당초 계획에 변함이 없다는 것이었다.

학교 용지 해지가 무산되자 서울시와 서초구청은 잠원동 실내 체육관을 가설건축물로 설치했다. 가설건축물은 '철근 콘크리트조 또는 철골철근 콘크리트조가 아니'어야 하며 존치 기간이 3년 이내여야 한다.

서울시는 20일 보도자료를 통해 "현행법상 학교 부지 내에 가설건축물을 설치하는 것은 해당 구청장의 권한 사항"이라면서 "학교용지 해제 시에는 시 교육청과 협의가 필요하지만, 가설건축물 설치의 경우 시 교육청과 해당 교육구청과 협의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학교 용지 변경이 어렵게 되자 결국 '가설건축물'이라는 교육청과 협의하지 않아도 되는 편법을 사용했다고 볼 수 있다. 서울시는 현재 잠원동 실내체육관을 철근 콘크리트조나 철골철근 콘크리트조가 아닌 철골구조물로 짓고 있다.

강남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철근 콘크리트조나 철골철근 콘크리트조가 아니어야 한다는 가설건축물 조건 자체가 사실 말장난에 불과하다"면서 "가설건축물은 학교가 들어서게 돼, 철거 요청이 들어가면 철거를 해야 하는 시설"이라고 언급했다.

결국 서울시와 서초구청은 학교가 들어설 경우 철거가 될 수도 있는 건물에 54억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된다.

유기홍 의원은 "교육청과 협의도 없이 테니스장을 세우고, 이를 가설건축물인 것처럼 위장한 것은 제멋대로 시장의 황제 행정과 불법 탈법 행정의 전형"이라면서 "이명박 시장은 이에 대한 분명한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서울시가 정상적인 용도변경 절차를 밟지 않은 채 편법으로 존치 기간이 3년에 불과한 임시 가건물로 테니스장을 건립해 50억원 넘는 예산을 쏟아 부은 것은 부실 행정과 예산 낭비 사례로 볼 수 있다"면서 "정책결정과 예산 배정 과정의 적절성에 대한 철저한 감사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실내테스니장이 들어서는 서초구 잠원동의 경우 중학교 학급 당 학생수가 37.7명~38.3명으로 서울시 평균인 35.3명에 비해 3명이나 더 많은 과밀학교 지역이다. 특히 이 지역 학군에는 반포 주공 3단지 재건축으로 인해 학교 이전을 요구한 원촌 중학교도 포함돼 있어, 교육환경 개선이 요구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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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시민은 기자다'라는 오마이뉴스 정신을 신뢰합니다. 2000년 3월, 오마이뉴스에 입사해 취재부와 편집부에서 일했습니다. 2022년 4월부터 뉴스본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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