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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 정용실 KBS 아나운서 Vs 멘티-최지혜 F-TV 아나운서
멘토- 정용실 KBS 아나운서 Vs 멘티-최지혜 F-TV 아나운서 ⓒ 우먼타임스
시청자들과의 공감대 형성 절실
꾸준히 공부해야 "일 권태기 느낄 땐 충분한 휴식 필요"'쿨'한 조언도


최지혜 : 선배님이 진행하시는 프로그램을 보면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별도로 공부하고 있는 게 있구나'라는 느낌이 들거든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따로 공부하고 있는 게 있으신가요?

정용실 : 지혜씨가 낚시채널에서 근무한다고 하니까 가장 먼저 '낚시를 좋아할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좋아하지 않는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기는 힘들잖아요. 내 경우에는 역사추리 프로그램과 '조선왕조실록' 등의 프로그램을 굉장히 오래 진행해왔는데, 그때 역사 공부를 하느라 6년 동안 규장각을 일주일에 이틀씩 방문했어요.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는 것이 있어야 제대로 된 멘트를 준비할 수 있으니까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여성 시사 프로그램, '주부 세상을 말하다'의 진행을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현장으로 나갑니다. 여성의 시각과 남성의 시각은 다르잖아요. 여성에게는 중요한 이슈인데 부각되지 못한 채 그냥 넘어가는 것도 많고. 프로그램 작가들이랑 늘 고민을 해요. 기획회의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고요.

최지혜 : 그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선배님이 진행하시는 프로그램을 보면서 그냥 흘려보냈던 문제들 중에 '아 이런 문제가 있었지' 라고 다시 인식하게 되는 게 참 많거든요.

정용실 : '그동안 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게 참 중요해요.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밖으로 끄집어내는 과정을 만들어줘야 하죠. 우리 프로그램은 여성의 시각으로 뉴스의 가치를 다시 선정하는 것과 현장의 이야기를 충실히 들어보는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어요. 심야토론프로에 전문가들이 자신들의 생각에 대해 이야기한다면, 우리는 현장에 있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는 방식을 택하는 것이지요.

최지혜 :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있지만 딜레마에 빠질 때가 많아요. 최근에는 아나운서의 연예인화 현상이 나타나면서 아나운서가 갖춰야 할 덕목이 무엇일지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거든요.

정용실 : 아나운서니까 무엇보다 발음이 정확해야 하고 영상이 중요한 시대니까 외모도 뒷받침되어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시청자와 교감하고 공감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에요. 진행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 당사자만큼 아픔과 어려움을 진짜로 느끼고 제대로 공감하기 위해 많이 생각하고 공부하는 것이에요. 프로그램 참여자와 방청객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이들과 열린 소통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도 아나운서로서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최지혜 : 후배 아나운서들에게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으세요.

정용실 : 항상 '책을 읽어라' '다독해라'라고 강조해요. 나는 여성작가의 책만 편식하는데 여성작가들의 소설은 여성감수성을 배가시켜 여성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줘요. 일과 결혼에 대한 권태기가 동시에 찾아왔을 때도 책을 읽으면서 메마른 정서에 물을 주었고, 흔들리는 인생의 중심을 바로 세울 수 있었어요.

최지혜 : 방송사 내 여자 아나운서의 위치가 애매하잖아요. 처음 입사해서 어려움이 많았어요. 조직 환경을 한 번에 바꾼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정용실 : 피디와 아나운서 간의 부딪힘도 있고, 남성과 여성의 성역할 때문에 적응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죠. 나는 신입 아나운서 시절 1년간 아무 말도 없이 기획회의에 참여해서 회의 내용을 메모하고, 기회가 있을 때 담당 연출자에게 내 생각을 전달했어요. 아나운서가 기획회의에 직접 참여하는 일이 없었기 때문에 "왜 들어왔느냐"는 질문을 받곤 했지만, 회의에 참여하는 것부터 내 일의 시작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지금은 기획 회의할 때 '정용실 아나운서 생각은 어때'라며 제일 먼저 묻지요. 얼마나 스스로 노력하느냐에 따라 상황은 달라질 수 있어요.

최지혜 : 사실 최근 한두 달 동안 슬럼프였어요. 처음에는 빨리 출근해서 방송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그 열정도 조금씩 바래고, 가끔 허무하고…. 슬럼프가 찾아오면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정용실 : 이제 조금 더 있으면 '방송이 뭔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올 거예요 (웃음). 방송이나 결혼이나 다 똑같아요. 결혼하고 남편 얼굴만 봐도 지겹고, 옷자락만 봐도 머리 아프고, 도저히 이 생활을 못 견디겠는, 그런 날이 오거든요. 같은 자리, 같은 상황에 계속 놓여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못 견디게 괴로운 이때를 슬기롭게 잘 넘겨야 해요.

일에서 권태감이 느껴지면 일을 좀 줄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어요. 내 경우에는 일이 많을 때 일의 권태기와 결혼 권태기가 비슷하게 왔어요. 그래서 일주일 동안 휴가를 내고 쉬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다양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을 보면서 '이 일이 얼마나 나에게 소중한지' '그동안 얼마나 이 일을 하고 싶어 했는지' 깨달았죠. 일의 권태기가 찾아오면 '일적인 외도'를 하세요.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일들도 하다 보면 새로운 자극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정리 : 이재은 기자 lje@iwomantimes.com
사진 : 노민규 기자 nomk@iwoma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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