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학의 70~80%는 노동당 대남 부서인 통일전선부의 역사이며, 학생들의 친북반미 성향은 북한의 치밀한 계획하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조선일보> 강철환(북한민주화운동본부 공동대표) 기자가 보수단체의 모임에서 주장했다.
격주간 시사지 <뉴스매거진> 최근호(3월 31일자)에 따르면, 강철환 기자는 지난 2월 말에 열린 나라미래준비모임 초청강연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한국정부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참고로 나라미래준비모임은 자유민주연합(자민련) 출신의 전 국회의원인 이건개 변호사가 회장으로 있는 단체이며, 이 날 모임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인 박근영 육영재단 이사장도 회원으로 참가했다. 그리고 탈북자 출신인 강철환 기자는 자신이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 10년간 참혹한 생활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지난 2005년에는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초청으로 백악관을 방문한 적이 있는 인물이다.
이 날 강철환 기자의 발언 가운데에 눈에 띄는 부분은, 위 코멘트 외에도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 북한에 경제지원을 하면 북한 인권이 해결될 것이라는 일부의 시각은 북한 주민을 모독하는 행위다. 북한 주민은 먹이를 찾는 가축이 아니다.
▲ 김정일 정권이 무너지지 않는 한, 북한 인권은 절대로 개선될 수 없다.
▲ 한국 정부가 북한 정권을 지탱하고 있다.
▲ 1990년대 후반에 북한 주민 300만 명이 굶어 죽었을 때에 북한 정권이 해체될 조짐을 보였다.
▲ 북한 진출 한국 기업들이 부도를 당하는 일차 원인은 북한 노동자들이 당의 명령에 복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강 기자는 위와 같은 주장을 하면서 적절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가 제시한 팩트(사실관계)는 진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측면이 강하다. 강 기자는 "1990년대 후반에 북한 주민 300만 명이 굶어 죽었다"고 했지만, 그러한 주장에는 명확한 근거 제시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1990년대 후반에 김정일 정권이 해체 조짐을 보였다는 그의 주장은 사실관계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다. 1990년대 후반이면 김 위원장 주도의 '고난의 행군'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어 북한이 경제·외교적으로 안정을 찾고 있던 시기다. 그런 시기에 김정일 정권이 해체 조짐을 보였다는 것은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발언이다.
또한 동포애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한국정부의 대북지원을 두고 그는 "북한 주민들이 먹이를 찾는 가축이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지원은 북한 주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다. 형제간에 혈육의 정으로 이루어지는 경제협력을 두고 과연 형제에 대한 모독이라고 할 수 있을지 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김정일 정권이 붕괴해야 북한 인권이 개선될 것이라고 하였지만, 지난 1990년대 중반 이후 북한 국민이 김정일 위원장을 중심으로 뚜렷한 단결력을 과시하고 있는 상황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 내부에서 김정일 위원장을 반대하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뚜렷한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 한, 김 위원장과 북한 국민을 분리하려 하는 시각은 현실적 타당성을 가질 수 없을 것이다.
또 그는 학생들의 친북반미 경향이 북한의 주도 하에 치밀하게 이루어진 것이라고 했지만, 한국의 반미 경향은 비단 학생들뿐만 아니라 사회의 일반적인 경향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 대한 부모나 선생의 권위마저도 점차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정권이 한국 학생들에 대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주장은 실소를 자아낼 만한 발언이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강철환 기자가 북한을 반대하는 것도 그의 자유이고 자신의 신념을 피력하는 것도 그의 자유이지만, 적어도 기자라면 팩트에 충실하려는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북한 전문가를 자처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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