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부터 31일까지 6박 7일간 한국 전역에서 한·미 연합전시증원연습과 독수리 합동군사훈련이 대규모로 실시된다. 한미연합사령부의 발표에 따르면, 이번 훈련에는 미국 본토 및 하와이·오키나와 주재 미군 3천여 명과 주한미군 등 총 2만여 명의 병력과 스트라이커부대 등이 참가한다.
한편, 북한 외무성은 3월 23일자 대변인 담화를 통해 이번 한·미 합동군사훈련(이하 '합훈')을 침략전쟁 연습으로 규정하면서 강력비판하였다. 북한이 이번 합훈을 반대하는 것은 단순히 미국을 견제하거나 한미관계를 이간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번 합훈 실시를 앞두고 북한이 특히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미국이 최근 대북 경제제재에 '재미'를 '톡톡히'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같은 대규모 군사훈련이 실시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금융 측면의 대북 제재가 군사적 측면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으로는 미국이 혹시라도 '오판'하지 않을까 유의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3월 23일자 외무성 대변인담화의 주요 부분을 살펴보면서 그 점을 검토하기로 한다.
'미국의 대조선 압살기도에 강력한 자위적 행동조치로 대응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대변인담화는 이번 합훈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례년에 없이 이라크를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의 침략전장들에서 악명을 떨친 미군의 스텔스전투폭격기와 핵추진항공모함 등 최신예전쟁수단들과 야전병력이 남조선과 그 주변해역에 대대적으로 투입되고 있으며 상륙, 도하, 공중타격, 종심확대 등 실전을 가상한 각종 공격훈련들이 광란적으로 벌어지게 된다.
특히 미국이 해군의 최대핵항공모함의 하나라고 자랑하는 <아브라함 링컨>호가 속한 타격전단을 이번 연습에 참가시키기로 한 것은 우리에 대한 일종의 무력시위로서 미국의 핵선제공격책동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한 단계에 이르렀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기서 언급된 바와 같이, 북한은 이번 합훈에 미 해군 최대의 핵항공모함인 '아브라함 링컨'호가 참가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대북 경제제재에 '재미'를 붙이고 있는 미국이 핵항공모함 파견으로 무력시위를 하는 등 '무모하고 위험한 단계'에 이르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6자회담을 진행하고 있으며 또 북한에게 회담 복귀를 촉구하고 있는 미국이 최대의 핵항공모함을 한반도에 파견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위 대변인담화의 이어지는 부분에서는 "미국이 금융제재로 6자회담 재개에 빗장을 지르고 대규모전쟁연습까지 벌려놓는 것은 말로는 핵 문제의 <평화적해결>과 <6자회담재개>에 대해 운운하지만 실지로는 호상존중과 평화적 공존을 공약한 6자회담 공동성명을 완전히 뒤집어 엎으려는 속심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 외무성은 최근 부시 행정부가 선제공격론을 재천명한 직후에 미국이 한반도에서 대대적인 핵공격 훈련을 실시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담화의 뒷부분은 이러하다.
"부쉬정권이 남조선당국을 강박하여 남조선강점 미군의 <전략적유연성>합의를 받아낸 데 이어 최근 <선제공격론>을 국가의 안보정책교리로 재설정하자마자 벌려놓는 이번 전쟁연습이 조선반도와 동북아시아지역에서의 전시작전도 념두에 둔 것으로서 지역 전반의 평화와 안전을 위협하고 좋게 발전하던 북남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이처럼 북한은 이번 합훈이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전시작전을 염두에 둔 침략전쟁 훈련이라고 경계하고 있다. 그래서 더더욱 위험성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지금까지 3월 23일자 대변인담화를 통해서 살펴본 바와 같이, 미국이 한편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를 외치면서 또 한편으로는 금융제재 실시로 북한의 회담 불참을 초래하고 한반도에서 대대적인 핵공격 연습을 벌이는 것은 분명히 모순적이고 위선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진정으로 6자회담의 성과를 기대한다면, 미국은 상대방 당사자인 북한에게 최소한도의 신뢰감을 심어 주어야 할 것이다. 행동으로는 군사적·경제적 압박을 가하면서 말로만 한반도 비핵화나 평화를 외친다면, 이러한 태도로는 북한의 신뢰를 얻기 힘들 것이다.
미국이 북한의 신뢰를 기대할 필요가 없을 만큼 강력한 국가라면 모르겠지만, 지금 미국은 한국·일본·중국은 물론 북한의 협력이 없으면 6자회담의 결실을 거둘 수 없다. 미국이 북한의 신뢰를 얻어야 하는 이유는 북한을 위해서가 아니라 바로 미국 자신을 위해서인 것이다.
"미국은 우리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고 긴장상태를 지속시키면서 시간을 끌면 모종의 립장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오산하고 있지만 시간은 결코 부쉬호전집단에만 유리한 것이 아니다"라는 대변인담화의 표현이 나타내는 바와 같이, 지금 미국으로서는 북한과의 상호신뢰를 통해 문제를 외교적·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최상책이다.
미국이 이라크전쟁은 물론 중동문제도 제대로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데다가 남미에서마저 계속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동북아의 북한마저 돌발적 행동을 한다면, 미국의 세계전략은 일순간에 와해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무엇보다도 미국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신뢰감을 심어 주는 것이다. 그것은 위협이 아닌 대화와 성의를 통해서만 달성될 수 있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뉴스 615>에도 동시에 실리는 글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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