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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등학교 3학년생이 된 서울 G고등학교의 권태진(19) 군은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한 번도 수업해보지 못한 교과서를 두고 담당 과목 선생님들이 단기간에 끝낼 수 있는 문제집을 구매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권 군은 "사실, 고3 학생으로서 책 구입에 돈을 아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한 번도 보지 않고 책장에 쌓아놓을 교과서를 굳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구매 강요를 할 필요가 있냐?"며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 고등학교 3학년 생의 교과서는 단 한 번의 수업도 하지 않은 채 폐품이 되는 실정이다.
ⓒ 이재승
13권의 구입 교과서 중 10권이 모두 책장으로?

이러한 일이 유독 권 군의 학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고3학생들의 연례행사에 최근, 한국고등학교학생회연합회(이하, 한고학연)가 문제를 제기하고 교과서 환불을 위한 학생들의 관련 사례 모집에 올라 온 사례를 보면 일선 학교들 대부분이 교과서 대용으로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구입해 수업을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특히, 사례에 올라와 지적을 받은 K고등학교는 확률통계, 사회문화, 작문 등 총 13권의 교과서 중 법과사회, 생활국어, 사회문화 단 3권만을 제외한 채 모든 교과서를 대신하여 문제집을 구입해 수업을 나가고 있고 또 다른 사례로 강원도 삼척의 D고등학교도 총 10권의 구매 교과서 중 사용하는 책은 전통윤리 단 1권을 사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최근 한고학연에서 교과서 대용 문제집 구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 이재승
학생들 교고서 대용 문제집 구입 부담돼

이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 누리꾼 학생은 구체적으로 구매 내역을 제시하며 학교를 지적하고 나섰다. "교과서를 대신해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교과서는 국어(9500원), 영어(1만500원), 영어독해(5000원), 사회문화(8000원), 한국지리(8500원), 수1(6000원), 일본어(5000원), 문학(1만2000원), 영어듣기(9,000원) 총 7만3500원 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푸른나무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한 누리꾼은 "우리 부모님이 힘들게 버신 돈으로 구입한 교과서를 구매했더니 정작 정규 교과서는 보지 않고 있다"며 "이런 교육 현실이 너무 싫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일각에서는 "수능을 대비해 문제집을 사용해주시는 선생님들에게는 감사하지만 학생들에게 사용하지 않는 교과서를 구매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으로 나가야만 한다"고 나서고 있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재직 중인 송 모 교사는 "교과서를 통해 수업을 진행하면 수능에 맞춰 진도를 나가기 어려워 문제집이나 참고서를 구매할 수밖에 없다"며 교과서를 구입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전교생이 교과서를 구매하지 않으면, 교육청에서 감사가 들어오는 사례가 있다"고 밝히며 "학생들에게 강제로 교과서 구매 유도가 불가피 하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재승 청소년기자는 스스로넷 뉴스와  SBS-유포터에서 활동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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