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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고등학교 교내 미술 전시회에서
미국 고등학교 교내 미술 전시회에서 ⓒ 한나영
그림 때문에 구박을 많이 받았던 아이가 화가라고?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그런 희소식 말고 나를 더 행복하게 했던 것은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것을 싫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엄마, 이 그림 괜찮아? 안 이상해?"라며 자주 물었던 아이들이었다.

그림을 좋아하게 된 작은 아이의 작품
그림을 좋아하게 된 작은 아이의 작품 ⓒ 한나영
"엄마, 여기서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을 이상하다고 하는 선생님은 하나도 없어. 좀 희한하게 보이는 그림도 창의성이 뛰어나면 굉장히 쳐주는 것 같아. 아이디어가 좋은 베로니카 그림이 학교에 자주 내걸리는 것도 아마 그 때문일 거야."

피아니스트 백혜선씨가 테크닉을 중시하는 우리나라 피아노 교육에 대해 따끔한 비판을 했던 게 생각난다. 외국에서는 피아니스트가 되려는 사람에게 피아노 연습만 죽어라고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교만 뛰어난 피아니스트 대신 자신만의 색깔을 지닌 창의적인 피아니스트가 되도록 하기 위해 책도 많이 읽게 하고 미술 전시회에도 자주 가도록 한다는 것이다.

‘창의성’이란 말은 처음 미술 쪽에서 생겨난 용어라고 한다. 그만큼 미술과 창의성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창의성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독창적인 특질인 것이다. 그런데도 남들 그림과 크게 다르지 않게 '무난하게' 그려야 한다고? 넌센스다.

사실 미술은 기술 분야에서 요구되는 것과 같은 ‘표준화’가 필요 없는 활동이다. 그런데도 우리 학교에서는 ‘이상한’ 그림이라고 정죄(?)하고 고치도록 요구한다고 하니 개탄스럽다(물론 이런 경우가 극히 일부이고 극단적인 경우라고 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우리의 교육도 이제는 각자가 지닌 재능 그대로를 인정하는 교육이 되면 좋겠다. 못나면 못난대로, 이상하면 이상한대로 그대로를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빨강머리 아버지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건 선생님의 독단이고 잘못된 판단일 뿐이다.

어느 누가 감히 나서서 '이상하고' '희한한' 그림이라고 판단을 한단 말인가. 아이들이 그린 그림은 결코 이상하거나 희한한 법은 없다. 마치 창의성이 틀리는 법이 없는 것처럼 말이다. 다만 다를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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