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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 보기 징그러서 가분다고라? 그라믄 주딩이 앙 다물고 그냥 가부시요.
그냥은 못 보내고 영변 약산에 펴분 참꽃을 따가꼬 지비 가는 길에 확 찌끄러 불라요.
한발한발 갈 때마다 바닥에 널부러진 참꽃을 야근야근 밟아불고 가이시요.
나가 보기 징그러서 가분다카면 나는 칵 디져부러도 안 울라요."
우리 집 살림밑천 혜준이가 사투리 대회에 나가 개시 부분 '수말시러운 상'과 대회 전체 최우수상을 받은 '진달래꽃'의 사투리 버전입니다.
지난 25일 전남 화순군의 한 찜질방에서 '제4회 사투리대회 및 작은 음악회'를 열었습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시작해 이번에 4번째로 열린 사투리대회 및 작은 음악회에는 100여 명의 주민들이 참석해 음악을 듣고 즉석에서 사투리대회에 참여하는 등 행사를 즐겼습니다.
저녁 9시부터 열린 작은 음악회에는 KBS라디오 '중년파워시대' 진행을 맡고 있는 가수 정용주씨가 출연, 기성세대를 위해 '행복한 사람'과 '불놀이야' 등의 노래를 들려줬습니다.
통키타 선율에 맞춰 울려퍼지는 노랫소리는 어른들을 옛 향수 속으로 빠져들게 했습니다. 정용주씨는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찜질방을 찾은 어린이들을 위해 '올챙이와 개구리' 등의 동요를 들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국악인 홍영씨의 은은한 대금 선율은 가족 단위로 찜질방을 찾은 주민들에게 작은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작은 음악회에 이어 열린 사투리대회에는 일반인은 물론 1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해 저마다 사투리 실력을 뽐냈습니다. 마침 이날이 한 달에 두 번 있는 '노는 토요일'이라 가족들과 함께 온 학생들이 많았거든요.
대회에 참여한 10여 명의 학생들은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전라도 버전이나 '사우나'로 시작되는 삼행시를 사투리로 낭송해 기성세대들의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다소 억센 전라도 사투리를 잘 모를 것 같은 어린 학생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사투리는 휴식하려고 찜질방을 찾은 주민들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해 줬습니다.
이날 대회에서 혜준이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을 전라도 사투리 버전으로 낭송해 수말시러운 상과 대회 최우수상을 받았습니다. 부상으로 찜질방 이용권 7매와 화순의 특산물인 청국장환 선물세트, 집안에 복을 가져다준다는 커다란 '돌두꺼비'를 부상으로 받았지요.
혜준이는 사투리대회에 나가겠다며 며칠 동안 인터넷을 뒤지고 할머니에게 물어봐가며 '진달래꽃'을 사투리로 고치고, 말하는 연습을 했답니다. 한마디로 노력의 결과라고 할까요?
혜준이 덕분에 저희 집 거실 한쪽에는 돌두꺼비가 자리잡고 복을 불러주고 있답니다. 물론 막내 남혁이가 두꺼비는 물에서 살아야 한다며 호시탐탐 화장실로 가져가 욕조 속에 풍덩 담글 기회를 노리고 있어 지키는데 조금 애로사항이 있긴 하지만요.
이날 사투리대회에서는 노래부르기 부문에서 '짠짜라'를 부른 이송진, 공초롱 어린이(화순초 6년)가 '얼씨구 상'을, '당돌한 여자'를 부른 구혜지(화순제일중 3년)양이 '절씨구 상'을 받아 찜질방 이용권 등을 선물로 받았습니다.
화순제일중학교 3학년 노성현, 문강철군도 3행시 짓기에 참여해 '오메좋은거 상'과 '앗싸 상'을 받았지요. 이날 찜질방 곳곳에선 엄마 아빠들의 "우리 딸, 우리 아들 최고!!!"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답니다.
멀리 광주에서 온 김용희씨도 사투리로 사회자와 만담을 주고받더니 사투리로 말하기 부분에서 '이티(이쁘고 티없는 상) 상'을 받았습니다.
혜준이는 다음달에는 사투리로 개사한 노래 부르기에 도전하겠다고 벌써 야단법석입니다. 제 딴엔 가족들과 찜질방에서 모처럼 외박(?)한 것도 재미있었지만 대회에 나가서 상을 탄 것도 무척 뿌듯해 하는 것 같아 지켜보는 저도 즐겁답니다.
이 정도면 특별한 놀거리와 문화공간이 부족한 농촌지역에서 찜질방이 나름대로 청소년과 지역민들을 위한 문화마당으로 자리잡아 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덧붙이는 글 | 작은 음악회 및 사투리대회는 매월 마지막주 토요일 저녁 9시부터 열리며 당일 참가도 가능합니다.
이 글은 화순의 소식을 알리는 디지탈 화순뉴스(http://www.hwasunnews.co.kr)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