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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으로 산행을 갔다가 계곡 옆 웅덩이에서 도롱뇽 알을 만났습니다. 알은 뱀이 마치 똬리를 튼 것처럼 둥글게 말려 있었습니다. 투명한 알집 속에는 작은 도롱뇽 새끼들도 보였습니다.
어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다 큰 도롱뇽 한 마리가 딱 한 번 수면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물 속으로 긴 꼬리를 흔들며 사라졌습니다. 도롱뇽은 야행성이라서 낮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봄이 되면 도롱뇽은 알을 낳고 따사로운 봄날 태양과 물의 도움으로 부화하는데 이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들의 삶은 물과 태양 그리고 지구가 없으면 존재하지 못하기에 자연에 순응하며 조화롭게 살아갑니다. 인간 역시 물과 태양이 없으면 존재하지 못하지만, 인간은 자신의 숙주인 지구를 끊임없이 파멸로 몰고 가는 유일한 생명체입니다.
또한 인간은 자신의 편리를 위해 다양한 상품을 생산해내는 유일한 종족이기도 합니다. 이 상품들의 특징은 세월이 흘러도 쉽게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남는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간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나 자연에게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인간 외의 생명들이 자연에 순응하는 반면 인간은 끊임없이 자연을 변화시키는데 이것을 '개발'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가장 열심히 개발을 하는 국가 중에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국토 어디를 가도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의 현장이기 때문입니다.
눈만 뜨면 개발이요, 세상 천지가 도로입니다. 구례 같은 작은 소읍에도 사방 팔방으로 도로가 뚫리다 못해 요즘은 고속도로 공사까지 하고 있습니다. 앞뒤로 사차선 도로가 이 작은 읍을 둘러싸게 생겼으니 생각만 해도 답답할 노릇입니다.
더구나 도로 위에서는 일상적으로 사람과 짐승들이 죽어갑니다. 도로공사는 스스로 행복을 이어주는 사람들이라고 광고하는데, 행복을 어떻게 이어주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여기저기 고속도로가 넘쳐나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인간은 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편견을 가진 것 같습니다. 자연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開發)은 개발(犬足)이 되기 쉽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지리산 골짜기 작은 웅덩이엔 올챙이들이 만원 지하철 안 사람들처럼 가득했습니다. 그래도 그들은 때가 되면 작은 웅덩이를 떠나 자신의 넓은 대지로 나갑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넓은 땅을 두고 도시 안에서만 살려고 몸부림 칩니다.
사람들은 지난 50년 동안 콘크리트 위에서 살기 위해 땅을 떠났습니다. 그들이 언제쯤 다시 땅으로 돌아올까요? 아마 그때쯤이 되어야 사람과 자연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시대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따뜻한 봄바람이 산수유와 갯버들을 건드리며 지리산 계곡으로 흘러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