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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분규로 학내 구성원들 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동덕여대가 이번에는 국문과 교수 채용을 놓고 내분에 휩싸였다
잇따른 분규로 학내 구성원들 간에 갈등을 빚고 있는 동덕여대가 이번에는 국문과 교수 채용을 놓고 내분에 휩싸였다 ⓒ 석희열
동덕여대 손봉호 총장 등 몇몇 보직교수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뒤늦게 구설수에 올랐다.

손 총장 등 몇몇 보직자들은 2005년 2학기 국문과 교수 신규 채용과 관련, 지원자들의 전공심사에서 동덕여대 출신이 일등을 차지하자 "어떻게 동덕여대 출신이 서울대 출신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나. 채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커지고 있다.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손봉호 총장과 김병일 교무처장 등은 2005년 8월 24일 교수 임용을 위한 이사회에 참석해 동덕여대를 비하하는 듯한 말을 했다. 지원자들 가운데 서울대 출신이 있음에도 심사위원들이 동덕여대 출신에게 최고점을 준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

이 내용은 이 내용은 복수의 학교 관계자가 지난달 총학생회에 관련 내용을 제보하면서 불거졌다.

서울대 출신 아니면 일등 인정 못하겠다?

현재 동덕여대는 국문과 교수 채용을 보류한 상태다.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한 5명(서울대 출신 2명 포함) 가운데 전공심사(70점)와 면접평가(30점)를 합친 최종 점수에서 동덕여대 학부-대학원 출신인 이주미(37)씨가 일등이었지만 학교 측은 전공심사의 객관성을 문제 삼으며 채용을 미룬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손에 넣은 이 채점표는 네 명의 심사위원(내부 2, 외부 2)이 각 지원자에게 준 점수를 합산 평균하여 기자가 가공처리한 것임
취재 과정에서 손에 넣은 이 채점표는 네 명의 심사위원(내부 2, 외부 2)이 각 지원자에게 준 점수를 합산 평균하여 기자가 가공처리한 것임 ⓒ 석희열
당시 전공심사는 연구실적물 평가와 공개강의 등으로 이루어졌다. 동덕여대 국문과 교수 2명과 외부 교수 2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고, 심사 결과 이씨가 최고점을 받았다. 이씨는 2000년 3월부터 2006년 2월까지 동덕여대에서 비 정년 전임강사(단기직 교수, 2003년 연세대가 처음 도입)로 후배들을 가르쳐 왔다.

국문과 교수들 "채용 보류 철회하라"…시민단체들도 공동 움직임

동덕여대 국문과 교수들은 학교당국의 결정에 대해 채용보류 철회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총장과 이사장에게 제출하는 등 집단 반발하고 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교육부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내고 진상 조사를 요구했다. 사학개혁국본 등 69개 단체가 모인 동덕공동투쟁위원회도 이달 안에 대책위를 꾸리고 손봉호 총장의 사퇴를 촉구할 예정이다.

당사자인 이주미씨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초빙된 외부 심사위원들의 심사 결과까지 못 믿겠다며 채용을 보류한 것은 동덕여대 출신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학교당국의 부당한 행정에 맞서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겠다"며 채점표 공개를 요구했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수연 총학생회장은 "손봉호 총장이 모교를 비하하는 발언으로 동덕의 재학생과 졸업생을 욕보였다"면서 "동덕인의 명예를 더럽히고 불합리한 인사를 진행한 총장을 비롯한 보직교수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덕의 민주주의를 추모하며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2003년 민주화 대투쟁 이후 권력을 잡은 이른바 '실세'들의 학생탄압, 언론탄압, 노조탄압으로 동덕의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3일 교내에서 동덕 민주주의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동덕의 민주주의를 추모하며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2003년 민주화 대투쟁 이후 권력을 잡은 이른바 '실세'들의 학생탄압, 언론탄압, 노조탄압으로 동덕의 민주주의가 죽었다고 주장하며 지난달 23일 교내에서 동덕 민주주의 추모제를 지내고 있다 ⓒ 동덕여대 총학생회
이에 대해 학교당국은 적법 절차에 따른 결정을 논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며 채용 보류를 철회할 뜻이 없다고 밝혔다. 손봉호 총장 등 보직자들의 부적절한 발언 논란과 관련해서도 사실관계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학교당국 "총장 부적절 발언 안했다"…채용 보류 이사회 거쳐 결정

김병일 교무처장은 "학교가 특정인에게 불이익을 주었다거나 규정에 어긋나는 불공정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당하다"면서 "채용 보류는 지원자들 간에 전공심사와 면접평가 점수가 각기 달라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며 이사회를 거쳐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학교당국이 밝힌 국문과 교수 채용보류 사유는 크게 네 가지다. 손봉호 총장은 이사회가 열리기 전인 2005년 7월 19일 국문과 홍성암 교수를 불러 이주미씨에 대해 ▲전공심사와 면접평가 점수가 다르고 ▲지도교수가 재임 중이라는 점을 들어 채용을 보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동덕여대와 외부 국문과 교수들로 구성된 전공심사에선 일등을 차지했지만, 학교 보직교수들로 구성된 면접평가선 공동 꼴찌를 차지한 것을 지적한 것.

7월 21일에는 김병일 교무처장이 ▲동덕여대에서 석·박사를 해 학문 다양성이 부족할 수 있으니 풍부한 경험을 쌓은 뒤 기회를 가질 것을 이씨 본인에게 권고했다. 학교당국자는 또 이사회(7월 26일, 8월 24일)에 참석하여 ▲이씨의 학력 점수가 서울대 출신보다 높은 것을 두고 해당 대학장이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병일 교무처장은 "전공심사 결과 나머지 4명의 점수는 비슷한데 동덕여대 출신인 이주미씨만 탁월한 일등이었다"며 "이에 일반 교수들로 구성된 공정심사위원회에서 다른 지원자들에 대한 역차별을 거론하며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E교수를 포함한 보직교수 네 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면접평가에서 심사위원 세 명은 모든 지원자들에게 엇비슷한(21~24점, 23~26점) 점수를 준 반면 E교수만 특정인에게 29점, 이주미씨에게 16점을 줘 두사람 간의 점수차를 크게 벌렸다. E교수가 이주미씨의 경쟁상대인 특정 지원자에게 점수를 몰아준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일반 교수 "타 학교 출신 역차별" - 전공 교수 "동덕여대 차별"

연구실적 평가 등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전공심사에서 일등을 차지한 이주미씨는 동덕여대 주요 보직교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면접에서는 오히려 저평가되었다. 결국 이씨는 전공심사와 면접평가 점수를 합친 최종점수에서 일등을 하고도 채용 보류됐다.
연구실적 평가 등 객관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전공심사에서 일등을 차지한 이주미씨는 동덕여대 주요 보직교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면접에서는 오히려 저평가되었다. 결국 이씨는 전공심사와 면접평가 점수를 합친 최종점수에서 일등을 하고도 채용 보류됐다. ⓒ 석희열
김 교무처장은 또 손봉호 총장의 부적절한 발언 의혹에 대해 "이사들에게 공정성 문제가 불거진 이유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동덕 출신이 어떻게 서울대 출신보다 학력 점수가 더 높을 수 있느냐'는 취지로 말을 한 것 같다"며 발언의 주체가 총장이 아니라 자신이라고 해명했다. 손 총장은 비서실을 통해 부적절한 말을 한 적 없다고 밝혔다.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선 교무처장이 의혹을 인정한 셈이다.

홍성암(이주미씨 지도교수) 교수는 "채용보류 사유로 제시된 지도교수 재임 문제는 채용 조건으로 제시된 바가 없고 다른 대학의 관례도 없는 매우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교수는 "총장은 이 교수의 채용을 서둘러 개인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명예를 손상당했다고 생각하는 동덕인들의 상처를 치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 관계자는 "동덕여대 총학생회 등으로부터 민원을 접수받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며 "최대한 빨리 이 문제가 매듭지어질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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