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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은 항상 열려 있어 개방적이라고 했던 어떤 시인의 말이 있기도 하지만, 유명한 절은 모두 입장료를 받는 시대라서 그런지 화엄사도 집에서도 보이는 가까운 절이지만 특별한 날이 아니고는 잘 찾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오늘은 구례농민회 회원들과 화엄사 주지 종삼 스님의 만남이 있는 날이어서 화엄사를 찾게 되었습니다.
화엄사 종무소에서 스님의 법문을 듣게 되었습니다. 불교신자가 아니기에 법문이라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 법문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습니다. 차를 마시면서 진행된 법문은 한 시간 정도 진행되었는데 그 중 좋은 말씀이 있어서 올려 봅니다.
아래 내용은 스님의 말씀을 제가 조금 윤색한 것입니다.
요즈음 말을 많이 하는데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말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이죠. 책을 읽을 때도 밑줄 긋는 사람이 많은데요, 저는 밑줄을 긋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할 때가 있습니다. 그 글귀처럼 실천을 하려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 앞에서 유식을 뽐내기 위해 사용하는지 말입니다. 책도 읽는 것보다 그 배운 바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고, 구호도 외치는 것보다 그 구호에 맞게 행동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중국의 유명한 시인 백낙천(白樂天)이 조과(鳥窠)선사를 찾아와 나눈 유명한 선문답이 있습니다. 백낙천이 조과선사에게 묻습니다. "무엇이 불법의 도리입니까?" 하고 묻자 조과선사는 이렇게 답변합니다. "악을 짓지 말고 선을 행하는 것입니다" 그랬더니 백낙천이 그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말 아닙니까? 라고 했겠죠.
그러자 조과선사가 이렇게 화답합니다. "3살 먹은 아이도 말은 할 수 있지만 80 먹은 사람도 실천하기는 어렵다"라고 말입니다. 말은 쉽지만 중요한 것이 실천이라는 것이죠. 요즘 여기저기 말뿐인 사람들이 많은데 말만 하지 말고 실천을 해야 합니다.
또한 실천에서 중요한 것은 배려를 포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교에는 연기론(緣起論)이 있습니다.
"이것이 있음으로 해서 저것이 있다"
"이것이 생김으로 해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음으로 해서 저것도 없다"
"이것이 멸함으로써 저것도 멸한다"
연기론을 간단하게 말하면 서로가 있음으로 해서 이루어지는 상관관계를 말합니다. 이런 관계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배려의 핵심입니다.
즉 나와 너의 존재를 인정하고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려고 할 때 진정한 배려가 나오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 모이신 분 중에 한 사람만 기분이 나빠서 붉으락푸르락하면 다른 분들도 기분이 좋지 않고 불안해 합니다.
도둑은 도둑이 아닌 사람보다 결코 많지 않지만 그 도둑 몇 명 때문에 근심이 많아집니다. 모든 것이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내 것 내 새끼 이렇게 자꾸 자기 것만 챙기고 남을 생각하지 않으면 도둑도 생기고 타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결국 자기도 불안해지고 우울해집니다. 그러니 서로를 배려한 실천이 중요한 것입니다.
더불어 사람에게도 배려를 해야 하지만 자연에게도 배려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아스팔트로 되어 있던 화엄사 입구도 다시 흙으로 복원할 생각입니다. 이것이 자연에 대한 배려이고 복원은 곧 실천입니다. 사람이 자연을 배려하고 사람과 사람이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극락정토입니다. 감사합니다.
합장.
주지스님은 앞으로 화엄사가 지역과 친밀한 사찰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씀도 더불어 말씀하셨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서로 배려하는 멋진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