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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 모르는 아저씨가 맛있는 사탕 사준다면서 어디로 가자고 하면 어떻게 하죠?"
"싫다고 말하고 따라가면 안돼요!"
"모르는 사람이 엄마가 저쪽에서 기다린다고 하면서 손잡고 데리고 가려고 하면?"
"큰 소리로 '도와주세요!' 하고 소리치고 잡으러 오면 막 도망 가야돼요!"
"모르는 사람이 몸을 만지면 어떻게 하죠?"
"만지지 마세요하고 말해요!"
"저녁에 캄캄해질 때까지 밖에서 놀면 나쁜 아저씨들을 만날 수도 있어요. 캄캄해지기 전에 일찍 집에 들어가야 엄마아빠가 걱정하지 않아요. 나쁜 아저씨도 만나지 않고 엄마아빠 걱정도 안하시게 저녁 늦게까지 밖에서 놀지 마세요."
참 한심스러운 세상이다. 사회로부터 보호받고 사랑받아야할 어린이들이 사회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현실이 안타깝고, 이런 현실에서 내 자녀를 지켜야 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세상이 됐다.
지난 3월 29일 화순 천재어린이집에 제복을 입은 경찰아저씨들이 방문했다. 이날 방문은 어린이들에게 성폭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려주기 위한 것으로 화순읍 지구대 김 아무개 경사가 교육을 맡았다.
성폭력이 일어나는 유형을 설명하며 대처방법을 묻는 김경사의 질문에 어린이들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간단하게 답했다. 아니 어린이들 나름대로는 신중하게 생각하고 하는 답인지도 모른다.
이날 김 아무개 경사는 어린이들에게 성추행과 성폭행 등 성폭력의 의미와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대처방법 등에 대해 설명했다. 또 '모르는 사람이 어떤 행동을 강제로 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인가'와 안전한 유치원 생활,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교육했다.
모르는 사람이 어린이들의 몸에 손을 대는 등 불쾌한 행동을 할 경우 반드시 주위 사람들이 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큰 소리로 단호하게 "싫어요" 또는 "안돼요"라고 외치라고 가르치는 김경사의 교육과정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나와 우리 사회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에 대해 어린이들에게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
툭하면 들려오는 유치원생, 초중고 학생 등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 소름이 끼친다. 24시간 아이와 붙어 다닐 수도 없고 아이들이 그런 일을 당했을 때 빨리 엄마아빠에게 도움을 청해 사태가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았으면 좋으련만 이상하게 언론을 통해 들려오는 소리는 몇 달 내지 몇 년씩 상습적으로 행해졌다는 소식들이다.
그 긴 시간동안 아이에게 그런 일들이 벌어질 때 가정과 사회는 과연 무얼 했는지. 어쩌면 나와 우리 사회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입는 피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고 아이들이 당하는 성폭력이 왜 잘못된 건지, 왜 그런일이 생기면 안되는 건지에 대해 말해주는 것을 외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번 어린이집에서 하는 교육을 지켜보면서 나는 혹시 나와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성에 관한 이야기나 그런 행위가 이뤄졌다는 것에 대해 말하면 '혼이 난다'는 생각을 심어줘 아이들의 입을 막은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봤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알게 된 사실중 하나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자신이 잘못해 혼이 날 것 같은 상황이 되면 혼이 나지 않기 위해 그 일에 대해 입을 다물려고 한다는 것이다.
나는 혹시 아이들이 성에 대해 이런저런 궁금증을 물어왔을 때 아이들이 부끄러워서가 아니라 내가 부끄럽고 민망해서 대답을 회피하고 아이에게 무안을 준 건 아니었을까?
성에 대해 질문을 했다가 핀잔을 들은 아이가 무의식중에 성에 대한 이야기는 '해서는 안되는 나쁜 말'이라고 생각하고, 말을 꺼내는 것만도 나쁜 일인데 그것과 관련된 행동을 하는 것은 당연하게 안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혹 그런 일이 생겼어도 말을 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었던 것은 아닐런지.
이제는 말을 꺼내기가 다소 낯부끄럽더라도 아이들에게 과감하게 실례를 들어 어떤 것이 성추행이고 성폭행이란 무엇이며 성폭력을 당했을 때 왜 엄마아빠나 선생님에게 이야기해야 하는지, 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인지 등에 대해 아이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주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아이가 잘못해서가 아니며,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엄마 아빠에게 또는 선생님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고 도움을 청해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혹 그런 일이 생겼을 경우 아이들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더 큰 피해와 상처를 입기 전에 이를 막을 수 있게 아이들의 입을 열어줘야 겠다.
추상적이고 막연하게 성에 대해, 성폭력을 막는 방법에 대해 아이들에게 가르칠 것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성'에 대해 교육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일어나지 않게 노력해야 겠다.
성폭력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우리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을 때는 어느 언론에서든 '성폭력'이나 '성범죄’라는 말이 없는 그런 안전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