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와 증축중인 현대자동차 연구센터 공사현장.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본사와 증축중인 현대자동차 연구센터 공사현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갑작스런 출국은 마치 검찰의 현대차그룹 압수수색만큼이나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불법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정몽구 회장은 2일 오후 미국으로 전격 출국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정 회장이 미국 앨라배마 공장 및 조지아주의 기아차 공장부지 예정지를 방문하고 현지 판매를 점검하기 위해 1주일 일정으로 출국했다"고 미국 출국사실을 공식확인했다. 정 회장의 미국 방문은 사전에 잡혀 있던 일정이라는 것이 현대차그룹의 해명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정 회장은 또 이달 27일 미국 뉴욕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열리는 우드로 윌슨상 시상식과 조지아주 공장 기공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대차측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은 1주일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가 다시 시상식에 출국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일단 검찰은 외형적으로는 '닭 쫓던 개' 신세가 되었다. 물론 정몽구 회장이 형사 피의자는 아니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지난달 26일 압수한 현대차 그룹의 각종 자료를 분석해 비자금 관련 범죄혐의를 입증할 중요한 단서를 찾아낸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검찰은 정몽구 회장의 출국사실을 '까마득히'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의 주체인 박영수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수사 관계자들이 2일 출입기자들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지만 이 자리에서는 아무런 얘기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대오토넷 압수물 분석에 들어갈 즈음인데...

박영수 중수부장은 오찬 간담회에서 "지난달 26일 현대차, 글로비스에서 확보한 압수물의 분석을 대략 마치고 내일(3일)부터 현대오토넷 압수물 분석에 들어간다"고 예고했다.

검찰은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90박스 가량의 압수물을 확보했지만 그동안에는 현대차, 글로비스에서 압수한 박스만 들여다봤다. 그런데 월요일부터는 '현대오토넷' 박스를 까겠다는 얘기다.

박 중수부장은 "현대차그룹의 현대오토넷 인수과정도 수사 대상에 포함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비자금 문제와 함께 플러스(plus)다"라고 말해 현대차그룹 사주 일가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현대차그룹이 작년 7월 현대오토넷을 매입할 당시 금융권에서는 '헐값 매입'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현대오토넷은 올 2월 글로비스가 30% 지분을 갖고 있던 본텍을 주식 맞교환 방식으로 흡수합병하면서 본텍의 평가액을 높게 책정하는 등 정의선 사장의 자금줄로 거론되는 글로비스의 가치를 부풀렸다는 의혹도 제기되었다.

검찰은 브리핑에서 정의선 사장의 경영권 승계 수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수사대상이 아니다"고 선을 그어왔다. 그러나 이를 곧이곧대로 믿을 만한 근거는 별로 없다. 이 때문에 압수물 분석과 핵심 관계자 소환 등을 통해 새로운 단서가 나타난다면 사주 일가의 소환조사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채동욱 대검 수사기획관도 이날 현대차그룹의 후계구도 수사 여부에 대해 "압수물과 비자금을 분석한 후에야 말씀드릴 수 있다"고 말해 수사성과에 따라서는 수사대상에 포함될 수도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박 중수부장 또한 "현대차그룹의 압수수색 결과, 내부 제보를 확인하는 데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 이상의 성과가 나왔다"고 말해 비자금 수사가 진전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대차, 사과문 발표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듯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런데 정몽구 회장이 전격적으로 출국함으로써 검찰은 '허'를 찔린 셈이다. 검찰은 정 회장의 갑작스런 출국과 관련 "검찰과 현대차 사이에 사전 협의된 것이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측은 그동안 검찰 수사의 방향과 강도에 촉각을 세우면서 회사 사과문을 언제 내는 것이 좋을지를 탐색하는 등 검찰의 사주 일가 소환에 대비해왔다.

특히 현대차 측은 법률자문을 의뢰한 법무법인 김&장 측에 검찰이 압수한 각종 서류장부의 목록을 제시하며 검찰의 사주 일가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에 대한 법률적 조언을 청취했다.

한편 정치권과 법조계 안팎에서는 다음 주중에는 사주 일가의 사법처리를 면하려는 현대차 측과, 현대차 측을 압박해 비자금 '용처'를 밝혀내 정치인들을 사법처리하려는 검찰의 '자연스런 거래'가 이뤄질 것임을 예상하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정몽구 회장이 갑작스레 출국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검찰과 현대차 사이에 사전 협의된 것이 전혀 없었다"다는 검찰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용처'에 대한 석명을 대가로 검찰의 '양해'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이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