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국내에서 출판된 하인즈 워드 평전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열매출판사에서 나온 <어머니의 아들 하인스 워드>이고, 또 하나는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엄마 눈물로 키운 수퍼볼 영웅 하인스 워드>이다.
그런데 하인즈 워드의 대리인이 출판금지나 손해배상 소송을 검토하겠다는 보도가 나오자(경고장을 직접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한 출판사는 책을 전량 수거하여 폐기하기로 하였다고 하고, 다른 출판사는 자신들도 법률가의 자문을 받고 나서 출판한 것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명인의 일생에 관한 책을 그 허락 없이 출판하면 권리를 침해하는 것인가?
이 문제는 유명인에 관한 대중의 관심 즉 국민의 알권리와 개인의 인격권이 충돌할 때 그것을 어떻게 조정해야 할 것인가의 문제로서, 결론부터 말하면, 원칙적으로 볼 때 수록된 사진이 '감상용'으로 제공된 것이 아닌 한 초상권 침해는 되지 않으며(물론 사진의 저작권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 일생에 관한 내용 중에 사생활에 관한 부분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가 되려면 그 내용이 허위라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그 인물의 사생활상의 비윤리적, 비도덕적 부분을 부각시키는 등 일반 대중의 정당한 관심사를 초과하는 식으로 기술되는 경우라야 할 것이다.
몇 년 전에 미국 프로야구 스타인 박찬호를 소재로 출판된 <메이저리그와 정복자 박찬호>라는 책에 대해서 박찬호가 "초상권, 성명권 및 퍼블리시티권 침해", "명예훼손과 프라이버시권, 인격권", "저작권" 등 거의 모든 권리가 침해되었다고 해서 저자와 출판사를 상대로 판매금지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이 있었다.
박찬호 선수 사건에서 저자는 한 스포츠신문 기자로서 프로야구 부분에 상당한 식견을 가지게 되었는데, 자신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자료와 일간지에 연재되었던 박찬호 선수의 성장과정과 야구선수로서의 활약상에 관한 기사를 토대로 320여 쪽에 이르는 <메이저리그와 정복자 박찬호>라는 서적을 저술하고, 특별부록으로 박찬호 선수의 투구모습과 러닝모습이 양면으로 들어간 천연색 브로마이드 사진을 첨부한 것이었다.
그러나 위 사건을 담당한 법원은 "공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인물, 즉 공적 인물에 대한 서술, 평가는 자유스러워야 하고, 그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언론, 출판 및 표현의 자유의 내용"이기도 하나, 다만 그것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여서는 안된다는 제한을 받는다고 하면서,
"공적 인물의 생애에 관한 서술과 그에 관한 평가를 담는 서적인 평전에서는 그 저작물의 성질상 대상자의 성명을 사용하고 대상자의 사진(보도용으로 촬영된 사진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한다)을 게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상자의 생애에서의 주요 사건이 다루어지고 그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더하여지는 것이 당연하며, 그러한 평전의 저술은 그 대상자의 명예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허용되어야 하고 그 대상자가 되는 공적 인물은 이를 수인하여야 할 것"이라고 하면서,
다만 별책부록으로 제공된 브로마이드는 평전의 내용으로 필요불가결한 부분도 아니고 또 그 자체만으로 상업적으로 이용될 염려가 있으므로 초상권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또한 명예훼손 등에 관한 주장에 대해서는, "인격권으로서 보호받는 명예란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하여 주관적으로 갖는 명예감정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 외부적 평가"이며, 공적 인물의 프라이버시권은 일반인보다 제한적으로 보호되어야 하므로 그 내용이 흥미 위주로 그 인물의 사생활에서의 비윤리적, 비도덕적 부분을 드러내는 등 "공공의 정당한 관심사를 초과한다고 보여지지 않는 한"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이를 저지할 수 없다고 하였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위 박찬호 평전에 나타나는 박찬호 선수의 이름이나 사진이 그 성명권과 초상권을 침해하는 정도로 과다하거나 부적절하게 이용되었다고 보이지 않고, 또 (브로마이드 사진을 제외하면) 그 퍼블리시티권을 침해할 정도로 성명이나 초상 그 자체가 독립적, 영리적으로 이용되었다고 보이지 않으며, 나아가 그 내용의 일부가 주인공의 주관적인 명예감정을 부분적으로 훼손한 소지가 있더라도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그 명예가 훼손되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 사건 이외에도 김우중 회장의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사건, 정몽구 회장의 <현대그룹 3대 총수 정몽구 이야기> 사건 등이 있었고, 또 실제로 분쟁이 발생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히딩크 감독, 황우석 교수, 김인식 감독 등 유명인, 즉 공적 인물을 대상으로 한 평전이나 리더십 연구서 등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렇다면 공적 인물을 토대로 한 평전이나 이론서를 저술하는 저자들은 그때마다 그 대상인물의 허락을 얻어야만 하는가? 만약 그 내용이 비판적인 것이라서 허락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헌법상의 기본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 아닐까?
하인즈 워드나 그 대리인이 하인즈 워드에 관한 책을 출판하기 위해서는 그 허락을 얻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는 보도가 있기는 하지만(다만, 이러한 보도가 위 대리인의 발언내용을 정확하게 보도했는지 여부는 의문이다), 그 내용이 초상권을 침해할 정도로 과다하게 이용되었거나 흥미 위주로 사생활의 비윤리적, 비도덕적 부분을 드러내지 않는 한, 그리고 그 대상인물의 주관적인 명예감정이 아니라 사회적인 평판을 훼손하는 내용이 담겨 있지않는 한 그 출판을 저지할 수는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출판인회의' 홈페이지 '정지석 변호사의 저작권 정보' 코너에도 올릴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