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 오마이뉴스
여러가지가 석연치않다.

현대자동차측에서는 예정되었던 미국출장이라고 한다. 그러나 검찰 수사선상에 올라있는 사람이, 검찰에 알리지도 않고 '007 작전'을 방불케하는 기습 출국을 한 사실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평소 현장출장을 많이 하던 정 회장이라 하지만 이 시기에 출장이라니…. 그의 출국을 둘러싼 여러 정황들은 단순한 출장으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여러 구석들을 발견하게 한다.

정 회장이 출장을 마치고 곧바로 귀국할 것이라는 확언이 현대차 측에서도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허를 찔린 검찰도 그의 귀국을 압박하는 말들을 꺼내며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검찰도 정확히 판단을 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며칠 후면 정 회장의 출국이 도피성이었는지 여부가 자연스럽게 가려지게 될 것이다. 만약 귀국을 늦추고 미국에 머무르는 상황으로 들어가면 사태는 복잡해지게 되어있다.

아마도 검찰의 수사 상황과 국내 여론을 지켜보며 정 회장은 귀국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현재까지는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니 일단은 나가있고 보자'는 식의 반(半) 도피성 출국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돌아오라 아버지여

검찰은 정 회장의 귀국을 압박하는 여러가지 말들을 꺼내놓았다. 정 회장이 귀국하지 않아 수사에 장애가 초래되면 제반조치를 강구하겠다며 현대차 그룹에 대한 전면수사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한 아들 정의선 사장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를 내렸다.

검찰이 현대차 그룹과의 전면전 불사 의지를 밝히는 상황에서 과연 정 회장은 귀국하지 않고 버틸 수 있을까. 아마도 정 회장에 대한 가장 큰 압박카드는 아들 정의선 사장문제가 될 것이다.

정의선 사장의 급속한 재산증식 과정에 현대차 그룹이 조직적으로 지원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검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정 회장이 귀국을 늦출 경우 검찰로서는 정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에 들어가고, 그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카드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비자금 조성과 집행에 대한 최종 책임은 정 회장에게 있겠지만, 정 사장 역시 편법 상속문제 등과 관련해 사법적 단죄로부터 자유로운 입장은 되지못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결국 정 회장의 기습 출국은 아들을 남겨놓고 가버린 아버지의 모습으로 비쳐진다. 정 회장이 귀국을 미루어 아들이 먼저 조사받게 하는 상황을 자초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것은 현대차 그룹을 이끄는 재벌 총수다운 모습이 아닐뿐더러 아들을 대하는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신이 한 행동에 문제가 있다면 당당하게 조사를 받고 책임지는 모습. 그같은 자세가 마땅한 것임을 재벌가의 아버지라고 해서 부정할 수 있는 것일까. 현대차 그룹이라는 재벌 총수가 아들을 버리고 도피하는 모습이 되어버린다면 국제적 망신거리가 될 것이다. 정몽구 회장은 출장 일정이 끝나는대로 곧바로 귀국해서 도피 논란에 조속히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

검찰에게도 묻는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
정의선 기아차 사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검찰에게도 주문을 하게 된다. 설마하다가 당한 꼴이 되었다.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라면 모를까, 관행처럼 계속되는 재벌 총수들의 도피성 출국에 대해서는 검찰도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몽구 회장 말고도, 대우 김우중 회장, 한화 김승연 회장, 삼성 이건희 회장이 그러했다.

실제로 김승연 회장과 이건희 회장의 경우를 보면 도피성 출국이 주효한 결과를 낳았다. 재벌 총수에 대해서는 빠져나갈 구멍을 남겨놓는 검찰의 미온적 태도,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흐지부지 되는 관행을 재벌 총수들은 십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가지고서야 어디 법의 정의가 이 땅에 세워질 수 있겠는가.

또 한가지 주문이 있다. 글로비스의 비밀금고에 보관되어 있었던 50억원의 비자금과 관련된 것이다. 그만한 액수의 현금과 양도성예금증서(CD)가 보관되어 있었다면 '현금로비'는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비밀금고를 거친 로비의 실체를 파헤치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다시 한번 우리 재벌기업의 도덕적 해이를 지켜보게 되는 상황이다. 비자금, 로비, 편법상속, 도피성 출국…. 온갖 음습한 용어들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50억원의 비자금을 비밀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현대차는, 얼마전 부품협력업체들에게 납품단가의 인하를 요구하는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협력업체들에게는 생존조차 어렵게 만드는 가혹한 조치를 취하면서, 비밀금고 속에서는 검은 현금을 쌓아두는 이중적 행태. '동반성장'의 구호는 아직까지도 한갖 구호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을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심어주기에 충분한 장면이다.

다른 선택의 길은 없다. 비자금 문제이든, 편법상속 문제이든, 정몽구 회장이 직접 나서서 검찰조사를 받고 국민들에게 해명도 하고 책임질 일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잘못한 일이 있으면 대통령도 즉각 사과하는 세상에, 재벌 총수들은 번번히 말이 없다. 그들이 그렇게까지 성역으로 남아있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인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