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과 26일 진주 전통소싸움 경기장에서 열렸던 전국 소싸움 왕중왕전은 3000여석의 관람석이 가득 찰 만큼 대성황을 이뤘으나, 전체 공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성급한 개장 행사를 가져 진주시의 행정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왕중왕전 행사가 열릴 당시, 전통소싸움 상설 경기장은 오는 4월 말 준공을 목표로, 약 90% 정도 공사가 진행됐다고 진주시는 밝혔다.
소싸움경기장은 전날까지 급박하게 경기장 도색작업과 바닥 정비를 진행했지만 미처 끝내지 못한 채 개장됐고, 주변 환경 정비가 끝나지 않은 상태로 일부 공사현장이 노출돼 시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시에서는 외부 조경 공사 등 일부 공사가 안 끝났을 뿐, 경기장은 완성돼 주말마다 시민들이 이용하는데는 문제 없다 입장이다.
시는 민속소싸움 왕중왕전 행사를 치르기 직전 진주지역 시내버스 5개 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진양호를 지나는 시내버스들의 노선을 소싸움 경기장을 경유토록 하겠다고 시민들에게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잘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시민들이 본래 시내버스가 잘 다니지 않는 곳임을 감안 자가용을 끌고 나온 사람들이 많았고, 극심한 혼잡과 불법주차 등으로 시내버스 운전자들이 행사장을 경유하기를 꺼려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 시내버스업체는 "소싸움 왕중왕전 당시 극심한 혼잡과 불법주차로 시내버스가 행사장 주변을 경유해가는데는 무리가 있었다"며 "시에서 불법주차 문제도 해결하지 않고, 배차시간이 생명인 시내버스에 협조만 구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장애인을 위한 시의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소싸움 경기가 벌어졌던 당일, 전동훨체어를 타고 경기장을 찾은 김모(47, 명석면)씨는 "진주시가 말로만 명품, 최고의 시설, 시민들을 위한 소싸움 경기장을 만들었다고 떠드는 것 같다"며 "계단은 너무 높아서 올라갈 수 없고, 경사로도 없어 대단히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행사장을 찾은 시민 강모(50, 초장동)씨는 "즐거운 마음으로 소싸움을 보러왔는데, 경기장 이곳저곳이 공사가 끝나지 않은 티가 너무 보여서 실망했다"며 "시민들의 혈세를 수십 억 쏟아 부은 시설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한편 왕중왕전이 끝난 다음날, 소싸움경기장을 찾을 때는 소똥이 치워지지 않은 채 발견됐고, 일부 쓰레기는 완전히 치워지지 않은 채 경기장 위에 버젓이 있는 것이 발견돼 사후 관리의 문제점을 또다시 드러냈다.
이런 시민들의 불편 사항에 대해 진주시 관계자는 "4월 말로 잡혀있는 타 지역 민속소싸움 전국대회 일정 등을 고려해 이보다 앞서 왕중왕전을 3월 말에 유치하느라, 일부 외부 공사가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개장행사를 가졌다"며 "그 결과 일부 시설 부분이나 관리에 있어서 미흡한 점이 발생해 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게 됐다"고 해명했다. 이어 4월 준공시까지는 이를 완벽히 보강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문제가 제기된 장애인 편의 부분에 대해서는 "추후 주변 환경 정비와 함께 장애인 리프트 호출기 부착, 시설 안내표지, 전담인력 추가 배치, 스탠드 밑에 별도의 공간 마련 등을 통해 장애인들도 불편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진주시는 다시 시내버스 5사에 긴밀한 긴말한 협조를 통해, 소싸움 경기가 있는 주말마다 진양호를 종점으로 운행하는 모든 시내버스가 소싸움 경기장을 경유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한 시민은 "준공 검사도 받지 않은 시설이 경기장만 완성됐다고 운영하는 것은 안전불감증에 걸린 시의 행정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라며 "첫 행사에서 여러 문제가 발견됐으면, 하루 빨리 수정하는 것이 시민들을 위하는 길이다"라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기사는 진주신문(http://www.jinjunews.com/) 802호(2006-04-04)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