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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먼타임스
삼순이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강혜란씨는 '거침없음'을 강조한다. "여성의 꿈과 욕망, 일과 사랑을 여성 스스로, 여성의 입장에서 거침없이 이야기한 것이 삼순 캐릭터가 지닌 매력"이라고 단언한다.

또 하나의 매력은, 종전의 여성 캐릭터와 다르다는 점이다. 강씨는 "그동안 TV드라마는 남성이 원하는 여성상의 범위 안에서 여성 캐릭터를 만들었으나, '내 이름은...'은 혼전 관계 등의 문제에서 스스로 욕망을 표현하고 씩씩하게 해결책을 찾는 모습을 통해 일반 여성들에게 통쾌함을 줬다"고 분석한다.

강씨의 분석처럼 <내 이름은...>은 주인공의 캐릭터가 현실 속 여성(시청자)들의 기호와 욕구, 문화 등을 담고 있었기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은 건강한 여성 캐릭터가 어떤 것인지 새롭게 눈을 떴다. 방송계도 주목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삼순을 뛰어넘는 캐릭터는 나오지 않고 있다.

강씨는 "<영자의 전성시대>, <넌 어느 별에서 왔니>와 같은 드라마에서 삼순과 유사한 캐릭터가 나오기는 했지만, 결국은 결혼과 남자에 순응하는 등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강씨는 그 원인이 드라마 제작진의 갇힌 인식에 있다고 꼬집는다. "제작진이 시청자들을 의식해 '이런 여성 캐릭터는 아직은...'이라고 지레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강씨는 "앞으로 방송계는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들을 타깃으로 삼아 기본 시청률만 유지하는 안전성 높은 드라마가 아니라, 드라마의 완성도를 중요시하는 마니아를 겨냥한 실험성 높은 드라마가 살아남는 흐름으로 바뀔 것"이라고 강조한다.

삼순이도 재벌 2세와 사랑타령…한계 극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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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시선으로 세상을 해석하는 드라마를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 예랑씨도 삼순 캐릭터를 긍정한다.

"삼순이와 같은 주체적인 캐릭터는 40·50대 삼순 캐릭터로 발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벌 2세와의 사랑을 통해 여성 시청자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한계는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포스트 김삼순'에서 중요한 점이 무엇인지 시사하는 대목.

작가 입장에서 여성 캐릭터를 만들 때 어디에 주안점을 둘까. 예랑씨는 '가족은 작은 사회'라는 점을 강조한다. "가정 내에서 여성이 어느 정도 발언권을 가지고 어떤 위치를 차지하는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밝힌다. '가정에서 여성의 위치가 잡히면 사회 속에서 여성의 위치가 잡힌다'고 믿기 때문.

"드센 여성 캐릭터를 많이 만든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로서 현실적인 애로점은 없을까. 예랑씨는 "요즘 시청자들은 의외로 구태의연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안녕, 프란체스카>와 <올드미스 다이어리>처럼 약간의 반발심을 유도하면서 조금씩 방송계 환경을 변화시키는 드라마를 쓰려는 작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예랑씨는 드라마는 자본주의 체제의 상업적 병폐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작가들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돈값'하는 작가를 판단하는 기준인 시청률과 광고수주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한다.

한편 예랑씨는 "기존의 드라마와 다를 것 없는 수동적·의존적인 여성 캐릭터가 나오는 비슷한 패턴의 드라마도 늘 안정적인 시청률은 유지하는 것이 작가 입장에서 신기하다"고 말한다. 삼순이처럼 건강한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것은 결국 시청자들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말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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